“긴 병에 효자 없다"요양시설에 부모 모시는...

[인터뷰]이정환 “중증치매 부모님은 시설에 모시는 게 가족 모두에 도움”

추광규 김아름내 기자 | 기사입력 2017/05/17 [20:05]

“긴 병에 효자 없다"요양시설에 부모 모시는...

[인터뷰]이정환 “중증치매 부모님은 시설에 모시는 게 가족 모두에 도움”

추광규 김아름내 기자 | 입력 : 2017/05/17 [20:05]

 

[취재] 추광규 김아름내 기자 = 100세 시대다. 긴긴 생애에서 눈 감는 날까지 건강하면 좋겠지만 많은 질병이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건강이 좋지 않은 노인들을 가족이 보호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나 치매 또는 뇌졸중 등으로 가족이 항상 옆에 붙어 있어야 한다면 더욱 그렇다. 

 

그럴 경우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은 더 절실히 다가올 것 같다. 부모님 모시는 문제 때문에 가정 해체 위기로 까지 몰리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절박한 상황에 내몰렸을 경우 어쩔 수 없이 택할 수밖에 없는 게 요양시설에 모시는 길이다.

 

하지만 아직은 부모님을 시설에 보냈을 때 주위의 시선은 따갑다. 그렇다면 시설에 모셔진 어르신들은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까? 자식들이 안심하고 맡길 수 있을 걸까? 강원도 춘천 ‘정훈실버빌’ 이정환 대표를 만났다. 이 시설은 150여분을 모시고 있으며 민간이 운영하고 있는 시설 가운데는 대규모에 속한다. 춘천시 금강로에 위치한 정훈실버빌 현장 방문과 인터뷰는 지난 15일(월) 이루어졌다.

 

 

▲춘천시 시내에 위치한 8층 규모의 정훈 실버빌   © 추광규 기자

 

 

-어르신들은 어떤 경로를 통해 오시나.

"십년전만 해도 시설에 모시고 오면 형제들 끼리 큰소리가 났다. 너가 얼마를 받았는데 이런데 모시냐는 다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 치매를 앓는 경우 등에 있어서는 부모님을 요양시설에 모시는게 자연스러워졌다. 순서를 기다리고 계신 분들이 많이 있어 상담을 한 후 예약 입소 순서를 드리고 있다." 

 

-부모님을 시설에 보내게 되면 가족 입장에서 ‘불효’라고 생각한다.

"유교적으로 볼 때 불효고 인륜적으로 잘못했다고 얘기한다. 가족들도 처음엔 열심히 모신다. 하지만 ‘긴병에 효자 없다’고 매일 치매 어르신이 불결한 행동을 하고 바깥에 나가 집을 못 찾고 위험에 노출된다면 어떻게 하나. 시설에 모시면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국가는 가족에 의한 부양을 요구하고 있지만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전국에 시설은 몇 개가 있나.

"공공시설까지 합해 5천 2백 개가 있다. 그 중 100인 이상을 모시는 시설은 208개다. 150인 이상을 모신다면 50개 정도가 있다. 사회복지법인, 국가나 지자체가 운영하는 시설을 제외하고 민간이 운영하는 기관은 5~6개뿐이다. 민간인이 요양기관을 운영하려면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든다. 자기 땅, 건물이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요양병원은 임대가 가능하지만 장기요양기관은 임대가 불가능하다.

 

수익구조를 따져야 하는데 장기요양은 수익성이 좋은 사업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시설 운영을 위한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 저희는 어르신 150명을 모시는데 직원이 92명이다. 요양보호사 60명, 간호사 10명, 물리치료사 3명, 사회복지사 4명, 영양사 포함 식당 조리사 8명, 위생원 2명, 관리인 등이다.

 

직원들이 전문성을 갖고 온다고 하지만 실질적인 교육은 현장에서 이뤄진다. 요양보호사 실습기간이 실제로 2주밖에 안되는데 시설에 가서 보고, 청소하고 이런 정도다. 어르신의 특성별 실습을 하기 어렵다. 실습생들은 법적인 책임을 질 수 없어 어르신을 돌보는 일은 맡기지 않는다"

 

-가정에서 치매 어르신을 보호한다면?

"안타깝지만 치매가 발생하면 가족들이 100% 책임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24시간 같이 생활하는 게 기본 원칙이다. 집안에 일정한 공간을 구분 짓고 치매 노인을 안에서만 생활하게 한다. 가족은 약을 주는 정도 이외의 케어는 힘들다. 치매 약물은 치료 목적이 아닌 증상을 천천히 진행하도록 하는 완화제 정도다. 치매도 여러 특성이 있다. 배회성 치매, 물을 마시는 용도로 사용하는 컵을 인지하지 못하는 지남력 장애 등이 있다" 

 

▲이정환 대표.      © 추광규 기자

 

 

-치매환자는 요양기관에 모실 수밖에 없나.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증상이 경증이면 집에서 보호하면서 보호사가 일정한 시간 방문해 케어하고 가족은 그 이외의 시간을 돌볼 수 있다. 다만 중증이면 시설로 와야 한다. 오물을 먹거나 난폭, 배회성 등이 발생했을 경우 전문기관에 위탁하는 것이 환자 본인과 가족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

 

"요양시설 접근성, 면접권 중요”

 

-부모를 시설에 모시는 자식 입장에서 유의할 사항이 있나.

"보호자는 본인이 접근 가능한 곳, 편리한 곳이 첫 번째 대상이 되어야 한다. 요양시설과 보호자와 거리가 가까울수록 좋다. 저희 시설은 도심 한가운데 있다. 초창기에 요양시설은 공기 좋고 물 맑은 곳에 지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가족과 물리적 거리를 좁히는 것에 초점이 맞춰 진다. 가족과 접근성, 의료시설이 가까운 곳이 좋다.

 

두 번 째는 면접권이다. 저희 시설은 보호자가 언제든지 생활시설에서 어르신을 맞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국공립 시설은 어르신을 찾아가면 면회실 등 별도의 공간에서 만나게 한다. 국공립, 사회복지법인은 1차적으로 생활시설을 개방하면 어르신에게 전염병을 옮길 수 있고 면회 오는 가족과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한 소외감, 외부 사람들이 실제 케어를 방해하거나 인권 등 보호차원에서 막는다고 한다. 하지만 어르신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어르신의 큰 행복은 자식들이 자주 찾아온다는 안도감이다. 자식과 세상에서 버려지지 않았다는 유대감은 어르신들에게 가장 큰 자산이다. 저는 이 같은 이유로 어르신과 보호자가 어느 때라도 만나는 게 우선시 돼야한다고 생각한다"

 

▲ 어르신들은 남녀 구분되어 4인 1실로 케어되고 있었다.     © 추광규 기자   

 

 

▲요양시설은 병원의 4인 병실과 같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았다.  . © 추광규 기자    


 

-요양시설에서 치매 환자는 어떻게 돌보게 되는가?

"규모가 작은 요양시설은 일반 어르신과 치매 어르신을 함께 모신다. 저희 시설은 뇌기능 문제 즉 편마비, 완전마비 등 와상, 중증 치매, 경증치매, 노인성질환이 있지만 대화가 가능한 분, 일반 어르신 등으로 구분해 층마다 30여분 모시는데 5개층 각각 따로 모신다."

 

-모시는 어르신들의 자녀들은 평균 몇 차례나 찾아오나.

"매일 오는 분, 주 1회 오는 분 등 다르다. 어버이날을 기준으로 5일 사이에 150명 중 120~130명 어르신의 보호자 방문이 있었다. 25명은 방문자가 없었다. 저희 시설에는 무연고자도 있다. 가족이 없는 분들은 5명 정도다. 기초생활수급자도 20명 있다. 아내가 입소해 있는 경우 남편은 매일 찾아온다. 반대로 남편이 입소해 있을 경우 부인은 1주일에 한번 한달에 한번 정도 온다."

 

-가족들이 부담하는 요양시설비는?

"장기요양에서 80%를 부담하기 때문에 본인 부담은 20%다. 한 달 평균 요양비가 150만원 정도인데 30만원 정도를 부담한다. 식대는 별도다. 보통 하루 끼니 당 2500원이고 간식비를 포함해 25~27만원이다. 본인 부담금은 월 55만~60만원 사이다. 이와 함께 급수에 따라 4만원 정도 차이가 있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1급 60만원, 2급 56만원, 3급 52만원 등 본인 부담을 하고 있다. 경감대상자라고 본인부담금 비율이 절반인 분도 있다. 기초생활수급자는 국가가 100% 지급해주기 때문에 본인부담금이 없다"

 

 

▲ 휠체어에 타신 어르신들이 휴게실에서 휴식을 취하고 계셨다.     © 추광규 기자


 

▲ 침상에서 생활이 불가능 하신 어르신들은 온돌방에서 지내고 계셨다.     ©추광규 기자  

 

 

-행복 지수를 조사한 적 있나.

"어르신들 90% 이상 만족해 하신다. 우선 가족이 모실 때 발생한 위생, 청결, 영양 등 문제가 개선된다. 개인에게 맞는 영양 상태를 고려해야 하는데 집에서 삼시세끼 균형을 맞춰 제공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어르신이 외출할 수도 있나.

"불가능하다. 시설에 모신 어르신들은 치매 환자 이시거나 뇌졸증 환자분들이 대부분 이어서 외출하실 상황은 아니다. 거의 24시간 시설에서 생활한다고 볼 수 있다. 가족이 와도 모시고 나가서 식사하는 분은 10% 미만이다. 시설을 확대한 지 3년 6개월인데 여기서만 이백오십여 어르신들의 임종을 지켰다. 시설을 운영한 지 8년이 됐는데 개원 당시 계신 분이 지금도 계시고, 중환자실에서 오셔서 일주일 만에 돌아가신 분도 있다. 가족 중에는 병원에서 연명치료를 하지 않고 시설에서 임종하기를 원해 서약하기도 한다"

 

 

▲  자력으로 식사를 마친 한 어르신의 식판과 이제 막 갖다드리기 위해서 캐리어에 실린 식판. 야채나 고기는 치아상태를 고려해 절단식으로 준비한다고 했다. 그나마 이 정도 식사를 하실 수 있는 분은 건강한 축에 속했다. 몇몇 분은 정상식이 불가능해 유동식을 하고 있었다.    © 추광규 기자

 

▲특별침실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곳이 임종을 맞이하는 장소다. 일주일에 한 분 정도 이곳에서 생을 마감하신다고 했다. 가족들은 이곳에서 마지막을 함께 하면서 보내드린다고 했다. 병원 중환자실과 특별침실. 어떤 죽음이 더 바람직할 것인지는 상상에 맡긴다.      © 추광규 기자.

 

 

-양로원과 요양원은 어떻게 다른가.

"실버타운은 노인 스스로 일상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주거환경, 가족 문제가 있어 가는 곳은 양로원이다. 반면 일상생활을 스스로 할 수 없어 누군가 지원해줘야 한다면 요양시설로 와야 한다. 장기요양보험이 진행되면서 수급권자, 장기요양수급자, 노인성 질환을 갖고 있는 분들만 수용되고 있다.

 

요양시설과 요양병원은 본인부담액에 큰 차이가 있다. 요양병원은 간병비 부담, 본인부담금이 30% 적용된다. 시골에 위치한 요양병원은 본인부담금을 낮추기도 한다. 본인부담금 상한제를 이용해 요양병원을 가시는 분들이 있다. 임종이 가까운 어르신이 요양병원이나 병원 응급실, 중환자실을 통해 임종하면 건강보험비가 많이 들 것이다. 요양시설에서 임종하시면 추가 비용이 없다. 요양시설을 이용하면 가족과 마지막 순간을 같이할 수 있다. 요즘 이야기하는 ‘웰다잉(well -dying)’이다"

 

-장기요양수급권자 자격은?

"치매, 뇌병변 등 노인성 질환을 앓고 있으면서 수급권자로서 급수판정을 받거나 65세로 혼자 신체활동을 하지 못해 지원을 받는 분들이 해당된다. 수급권자는 전국에 56만 명 정도다. 장기요양병원에 계신 분은 18만 8천명 정도다. 요양병원은 15만 명 정도로 알고 있다"

 

 

▲ 이날 지켜본 어르신 가운데 가장 건강하신 것 같았다. 태어날 때는 부모님이지만 죽을 때는 요양시설장과 함께 한다는것에 많은 생각을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행복하게 아름답게 죽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 될 수 도 있다는 점에서였다. © 추광규 기자    

 

 

▲치매나 뇌졸증 등으로 거동이 불편할 경우 가장 큰 문제가 개인 위생이다. 대형 시설의 경우 개인 위생을 지킬 수 있는 목욕시설을 갖춘 점이 가장 큰 장점인듯 했다.      © 추광규 기자

 

 

“운영자 입장에서 한정된 비용으로 질적 서비스 개선, 힘들어” 

 

-시설 운영자 입장에서 애로사항이 있다면?
"비용문제가 가장 크다. 포괄수가를 받고 있어 어르신 한 분당 하루 일당을 준다. 질적인 서비스를 개선하라고 하지만 한정된 비용으로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 취약점이 있다. 150명을 모실 때 요양보호사 60명이 필요한데 종사자 수급 문제도 어렵다. 국가적인 통제도 애로사항이다. 국가의 통제위주형 제도 때문에 운영자 입장에서 자율성 보장이 되지 않아 어렵다"

 

-요양시설을 국가가 재정 지원을 해야 하지 않나.

"국가는 민간장기요양인에게 신세를 지고 있다. 국가가 해야 할 복지를 민간이 대신하고 있다. 현장에 맞지 않는 수가 운영체계, 사회복지재무회계규정으로 민간시설을 파탄 내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문재인 정부에 장기요양 관련해 하시고 싶은 말은?

"대통령께서는 후보시절 치매환자를 국가가 책임진다고 약속 하셨다. 또 이를 위해 치매관련 병원, 병동, 전문요양시설 등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약속이였다. 치매 환자를 국가가 책임져 주시겠다는 약속은 존중하지만 파탄나고 있는 일본의 노인장기요양 시스템을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는 후보시절 발족한 '노인장기요양제도개선특별위원회'의 실질적인 활성화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규제 일변도의 장기요양 정책이 아닌 재정 누수를 줄이면서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국민 편익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똥기저귀 치우면서 헌신하는 민간장기요양인들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해야만 한다. 그것이 지난 9년간 보건복지부가 행해온 적폐를 해소하고 국민복지와 대통령의 성공적인 복지정책 정착을 위한 선결이 아닌가 한다. 민간장기요양인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대통령을 희망하고 기대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함께 노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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