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싸리’ 혈전 형성 방지…중금속 해독 효과적

송봉근교수 | 기사입력 2017/10/25 [07:08]

‘쉽싸리’ 혈전 형성 방지…중금속 해독 효과적

송봉근교수 | 입력 : 2017/10/25 [07:08]

 

쉽사리는 그렇게 많은 일이 쉽사리 끝날 것 같지 않다나는 쉽사리 내 감정을 드러내놓지 않는다는 표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아주 쉽게 또는 순조롭게 라는 의미를 가지는 부사어로 쉽사리라는 우리말이 있다. 쉽사리는 그렇게 많은 일이 쉽사리 끝날 것 같지 않다나는 쉽사리 내 감정을 드러내놓지 않는다는 표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이처럼 쉽사리는 뒤에 부정어와 함께 쓰여 그저 쉽게 또는 아무 힘도 들이지 않고서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 다는 것을 강조하는 의미로 더 활용이 된다.

 

은근과 끈기를 민족성으로 가지고 있어서 쉽게 호락호락 하지 않는 우리의 성격을 잘 대변해 주는 단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국어사전에서 쉽사리를 찾다 보면 바로 뒤이어 쉽싸리라는 단어를 보게 된다.

 

쉽싸리(Lycopus lucidus)는 꿀풀과 여러해살이풀을 일컫는 단어이다. 쉽싸리는 적당한 영양분이 함유된 물이 흐르는 도랑의 가장자리나 습지 언저리에서 자라는 식물이다.

 

따라서 폐수로 오염된 더러운 곳에서도 자라지 않고 아주 맑은 물이 흐르는 깨끗한 곳에서도 자라지 않는다. 한마디로 상류에서 발원한 맑고 깨끗한 물이 동네를 돌아 적당히 삶의 영양분과 지혜를 머금고 큰 여울로 나가며 물이 잔잔해진 곳에서 자란다.

 

쉽싸리 폐수로 오염된 더러운 곳에서도 자라지 않고 아주 맑은 물이 흐르는 깨끗한 곳에서도 자라지 않는다    

 

쉽싸리는 꿀풀과의 식물들이 그러하듯이 곧게 서서 자란다. 줄기는 사각형이다. 그리고 흰털이 줄기에 나있는 특징이 있다. 잎은 창모양으로 톱니형의 가장자리를 가진다. 그리고 여름이 되면 작은 흰색의 꽃을 피운다.

 

원래 쉽싸리는 늪을 가리키는 소()와 무리를 지칭하는 사리가 합성된 쇡싸리가 변해서 된 말이라고 한다. 늪에서 무리를 지어 자라는 뿌리를 가진 모습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쉽싸리는 주로 땅속줄기로 번식하며 자라는 식물이다. 여러 해 동안 물속에서 땅속줄기로 번식하다 보면 줄기가 굵어지고 흰 빛깔을 띠게 된다. 땅속 줄기마디에서 솟아오른 흰 빛깔의 줄기는 마치 죽순을 보는 것 같다.

 

▲ 쉽싸리는 주로 땅속줄기로 번식하며 자라는 식물이다.   

 

그래서 이름도 땅의 죽순이라는 지순(地芛)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일본에서는 흰 뿌리라는 의미의 백근(시로네, 白根)으로 불린다.

 

또 다른 이름으로는 연못가나 습지에서 자라는 꽃이라는 의미로 택란(澤蘭)이라 부르기도 한다.

 

한의학에서는 쉽싸리 전초를 말린 택란을 한약재로 활용하여 왔다. 동의보감에서는 택란이 성질은 약간 따뜻하고 맛은 쓰면서 달고 독은 없다고 정의한다.

 

택란은 대개 산모가 출산 전후 발생하게 되는 각종 질병을 치료하는데 활용한다. 또 유산에 해당하는 반산(半産) 후에 혈기가 약해지고 냉해져서 피곤하고 몸이 마르는 증상의 치료에도 활용한다.

 

이 밖에도 각종 상처의 치료나 부스럼이나 종기의 치료에도 효과가 있고, 타박상으로 피멍이 들고 아픈 증상을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효능을 가진다고 동의보감에는 기록되어 있다.

 

▲ 택란은 대개 산모가 출산 전후 발생하게 되는 각종 질병을 치료하는데 활용한다.    


다른 오래된 의서에서도 택란은 관절이 붓는 증상이나 창칼로 다친 상처 및 화농된 종기를 치료한다고 기록되어 있으며
, 소변이 막힌 증상이나, 출산 후 자궁출혈이 멎지 않는 증상 및 허리통증을 치료하는데 효과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대소변 등을 잘 나오게 하며 혈맥을 통하게 하고 고름을 없애는 효능이 있다는 의서의 기록도 있고, 코피가 나거나 피를 토하는 증상에도 활용한다고 설명한다.

 

또한 혈액을 생성시키는 효능이 있고 위장의 기능을 높이고 기운을 돋우기 때문에 여성들이 허약해서 얼굴이 창백한 증상의 치료에도 효과적이라고 의서는 기록한다.

 

▲ 동의보감을 살펴보면 출산 후에 몸의 부기가 가라앉지 않는 경우에 활용하는 처방으로 택란산(澤蘭散)을 투여하도록 말한다. 택란산은 택란과 이뇨효과가 있는 방기를 같은 분량으로 배합하여 처방한다. 

 

좀더 동의보감을 살펴보면 출산 후에 몸의 부기가 가라앉지 않는 경우에 활용하는 처방으로 택란산(澤蘭散)을 투여하도록 말한다.

 

택란산은 택란과 이뇨효과가 있는 방기를 같은 분량으로 배합하여 처방한다. 이를 달여 따뜻한 술과 함께 복용하거나 달인 식초와 함께 마시면 면 증상이 치유된다고 말한다.

 

산후에 어지럼이 심하면 택란과 인삼 천궁 형개 감초를 배합하여 함께 달여 마시도록 한다.

 

또 여성이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나 과로 후에 생리가 끊기는 경우에도 택란탕(澤蘭湯)이라 하여 택란잎 과 당귀와 백작약 및 감초를 달여 마시면 효과가 있다. 이처럼 택란은 여성들의 산전 및 산후에 매우 요긴하게 활용되는 한약재라 할 수 있다.

 

이 뿐만 아니다. 요즈음의 중금속 중독의 해독에도 택란이 효과가 있다고 의서는 설명하고 있다. , 금은동이나 주석 또는 철 등을 함부로 섭취하여 중독으로 구토를 계속하는 경우에는 택란잎을 짓이겨 즙을 마시면 좋다고 설명되어 있다.

 

심하게 타박상을 입이 상처와 통증이 심한 경우에 택란에 감초를 같은 분량으로 하고 천초와 당귀 감초를 세 배 분량으로 배합한 다음 함께 갈아서 분말로 만들어 하루 세 번 7.5그람 씩 따뜻한 술과 함께 마시면 통증이 바로 가라앉고 삼 일이 되면 뼈나 근육의 상처가 모두 유합된다고 설명할 정도이다.

 

또 종기가 매우 심하여 농이 차면서 붓고 아플 때 환부를 먼저 잘 깨끗하게 씻은 다음 택란에 황백 감초 형개 적작약 대황 백지 당귀 독활 등을 같은 분량으로 섞어서 달인 물로 환부를 쏘이고 씻게 되면 낫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 택란을 실험적으로 토끼의 배에 주사하고 10분에서 20분이 지나면 모세혈관이 확장되고 혈액순환이 증가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아울러 혈액이 끈끈해진 것도 완화되고 혈액의 응고작용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택란 달인물을 투여하자 혈전이 만들어지는 현상이 감소하였고 혈소판의 응집현상도 약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장으로 4일간 연속 토끼에 투여한 결과에서도 혈액순환이 개선되고 혈액 점조도가 낮아지며 혈액이 엉기는 현상도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택란을 물에 오래 담가 우려낸 물을 복강내에 주사한 실험에서는 우주비행 중 중력상실 과정에서 일어나게 되는 혈관내 혈전 형성이 방지되었고 혈액순환 장애도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혈관질환인 동맥경화증은 혈관에 염증이 발생하고 이 염증부위에 혈전이 엉기게 되면서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인 병리과정이다. 그런데 택란은 실험적으로 고혈당을 투여해서 유발된 혈관의 염증을 억제하고 혈액이 염증부위에 부착하도록 유도하는 단백질의 형성도 억제하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따라서 이는 모두 택란이 혈액순환을 증가시키고 혈관질환을 일으키는 주요 인자인 혈전 형성을 방지하는 효과를 가지는 것으로 보인다.

 

▲ 택란이 가지는 또 다른 효능은 강력한 항산화 효능이다 

택란이 가지는 또 다른 효능은 강력한 항산화 효능이다. 택란에 함유된 폴리페놀은 항산화 효능을 발휘한다. 항산화 효능은 항염 및 항암 효능 등을 가지게 된다.

 

실제 택란 추출물을 토끼에 복강으로 주사하면 수술 후 상처가 유합되는 현상이 방지되며 아울러 위장 운동을 촉진하는 현상도 관찰되었다.

 

대부분의 한약재는 자연에서 자라는 식물 등에서 기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우리 산하에서 자라는 풀과 꽃과 나무가 튼튼하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갖추어 주고 훼손하지 않는 것도 이 시대를 건강하게 살아가고 후손에게 풍요로운 자연을 물려주어야 하는 우리 모두의 시대적 사명일 것이다.

 

택란의 경우도 아주 깨끗하고 맑은 물에서도 자라지 않지만 그래도 폐수나 중금속으로 오염된 물에서는 자랄 수 없다. 그런데 최근 개인적인 욕심에 근거한 난개발이나 폐수 중금속 등의 무단 방류로 인한 하천의 오염 등으로 택란의 서식지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혜택도 따지고 보면 그저 쉽사리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쉽싸리도 그저 쉽사리 얻어질 수 있는 약재는 아니다. 우리의 노력과 자제가 필요한 때이다.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맑고 깨끗한 하늘과 푸른 산과 맑은 물을 계속해서 즐기고 싶다면 말이다.

 

 

송봉근 교수 프로필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한의학 박사)

원광대학교 광주한방병원 6내과 과장

中國 중의연구원 광안문 병원 객원연구원

美國 테네시주립의과대학 교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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