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혁명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은 OO이다

김희수 인권연대 운영위원 | 기사입력 2018/02/17 [10:17]

촛불 혁명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은 OO이다

김희수 인권연대 운영위원 | 입력 : 2018/02/17 [10:17]

지흠동풍(只欠東風) : 단 부족한 것은 동풍이다. 삼국지의 적벽대전에서 제갈량이 한 말이다. 조조가 중국 통일을 위해 유비의 촉나라에 진격하자 조조의 군인들이 탄 전함에 불을 질러 공격하는 화공(火攻)으로 군대를 물리치려 하였는데 동풍이 불지 않아 화공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제갈량이 한 말이다. 어떤 일을 하는데 필요한 조건을 갖추었으나 중요한 핵심 조건을 구비하지 못함을 일컫는 말로 회자되는 사자성어다.


 부패하고, 무능한 수구 기득권 세력에 항거한 촛불로부터 시대적 소명을 부여받고 출발한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을 통해 재조산하(再造山河) 개혁의 깃발을 꽂으려고 분투하고 있다. 그러나 개혁의 깃발은 산하에 뿌리 내리지 못하고, 적대적 야당의 철벽을 넘지 못한 채 개혁 입법은 중단되었다. 가히 지흠동풍 형국으로 보인다.

 

 

▲ 탄핵심판 하루전날 저녁인 9일 밤 광화문에서 집회를 마치 촛불시민들이 헌법재판소 부근을 지나고 있다.   

 


권력의 칼춤으로 미친 굿판은 반복될 수 있다.


시민이 무너뜨리고자 하였던 구악의 폐습. 그토록 간절하게 단절하고 싶었던 무능하고 부패한 권력. 헌법과 법치주의를 유린한 자들을 도려내는 적폐청산은 무너진 정의를 세우는 일이다. 타락한 가짜 보수에 대한 적폐청산 필요성은 두말 하면 잔소리다. 그러나, 처벌만으로 새로운 세상을 다시 만드는 재조산하가 되지는 않는다.


민주주의를 질식시킨 적폐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검찰·국정원·재벌 등에 대한 제도적 입법 개혁과 혁신이 뿌리내리지 못하면 언제든지 권력의 칼춤으로 미친 굿판이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은 검증된 역사적 사실이다. 4·19 혁명은 5·16 군사쿠데타에 짓밟혔고, 1980년 서울의 봄과 광주 항쟁은 전두환 일당의 신군부에 학살당했고, 1987년의 6월 혁명은 속된 말로 ‘죽 쒀서 x 준' 꼴이 되어버린 변형된 반쪽짜리였다. 혁명은 간 곳 없고, 미친 권력의 굿판이 횡횡하였다.


시민이 환호하고 감격하였던 승리의 달콤함은 짧았고, 패배의 쓰라림은 길고 긴 상흔으로 가슴에 저리게 남아있다. 촛불이 들불처럼 일어나 시대의 경계를 넘고자 하나 한결같이 지뢰밭이다. 2016〜2017년 최신판 박근혜의 헌정문란을 넘어서기 위한 입법 열차가 국회 안에서 멈추어 서있다. 열차가 언제 출발할지, 목적지가 어딘지도 불확실하다. 촛불이 또다시 지울 수 없는 상처만 입을 수 있다는 우려를 감출 수 없는 이유다.


촛불 승리의 기억은 개인적 유전자로 체화되고, 이를 넘어서 사회적 유전자로 남아 있을 것이다. 촛불 시민이 공유한 소중한 가치는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드는 초석이 되겠지만, 한걸음 더 나가지 못하면 우리는 또다시 패배의 쓰라림에 아파하다 산화할지 모른다. 또다시 상처입고 울지 않기 위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아직 촛불을 거둘 때가 아니다. 촛불 개혁이 완수 될 때까지 촛불을 칼집에 넣어서는 안 된다.


촛불혁명의 화룡점정은 OO다.


개혁의 성공을 위한 정치적·사회적 조건은 무엇인가. 끊고자 하였던 패악스런 제도에 기대여 악을 쓰고 반대하는 무리들을 돌파할 방법은 있는가. 물론 의심의 여지없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보편적 방정식이 없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러나 백만대군을 추풍낙엽처럼 침몰시킨 제갈량의 동풍을 찾는 것은 여전히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촛불은 대한민국이 나아갈 방향과 목표를 이미 만천하에 제시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시대정신만으로는 단 1센티미터도 양보·타협하지 않는 수구세력을 넘어설 수 없다. 하여 촛불은 어둠을 여전히 밝힐 것이며, 나라의 주인이 시민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보여주어야 한다.


특히 올해 6월 13일 지방자체단체 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개혁의 견고한 디딤돌로 만드는 것. 막말 대왕, 무능하고 부패한 자, 시민을 업신여기고 무시하는 자들을 모두 집으로 보내는 것. ‘백수 만들기 운동’을 통해 용의 그림에 마지막 눈동자를 그리는 화룡점정(畵龍點睛)을 찍어야 한다. 마지막 눈을 찍을 수 있는 궁극적 주체는 주권자인 촛불 시민임을 다시 만천하에 계속 보여주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제갈량이 말한 이 시대 지흠동풍이 아닐까.


문재인 정부도 촛불 혁명의 화룡점정을 찍을 매우 중요한 주체임을 자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디게 밝아 온 아침에 할 일을 모두 마쳐야 한다. 또다시 찾아 올 수 있는 어두운 밤도 대비해야 한다. 하여, 깨어있는 촛불 시민은 문재인 정부가 국회의 개혁 저지 세력을 넘기 위해 과거의 원한과 대결 등을 넘어 오월동주(吳越同舟)도 마다하지 않고, 쥐 잡는 것이 중요하지 흰 고양인지 검은 고양이인지가 중요하지 않다는 등소평의 흑묘백묘(黑猫白猫)론의 묘수도 발휘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정권 획득의 달콤함에 취해 헛발질하기를 학수고대(鶴首苦待)하는 타락한 가짜 보수 세력에게 빌미를 제공하는 실수·실책을 할까 조마조마 하기도 하다. 촛불 혁명의 고귀한 씨앗을 발아시켜 미완의 1987년을 넘어설 소중한 기회가 없어져 버릴까 두렵기도 하다. ‘촛불혁명의 화룡점정은 OO이다.’라는 집단 지성을 모아야 할 이유다.


김희수 위원은 현재 변호사로 활동 중입니다.

 

이 글은 인권연대 [발자국통신]에 실린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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