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또르따의 예수이야기 16] 성모영보 (the Annunciation)

강명준 변호사 | 기사입력 2018/02/24 [10:43]

[발또르따의 예수이야기 16] 성모영보 (the Annunciation)

강명준 변호사 | 입력 : 2018/02/24 [10:43]

 [번역 강명준 변호사  편집 추광규 기자]

 

 

 

 

 

1944. 3. 8.

 

나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본다.

 

마리아는 아주 어린 처녀다. 그녀는 열다섯 살쯤 되어 보인다. 그녀는 장방형의 작은 방에 있는데, 처녀가 쓰기에 알맞은 방이다.

 

두 벽 중 긴 벽 쪽에 침대가 놓여 있다. 테두리가 없고 두꺼운 매트나 양탄자를 깐 낮은 침대인데, 탁자나 갈대 격자 위에 펴 놓은 것 같고 뻣뻣해서 우리네 침대와는 달리 곡선을 이루고 있지는 않다. 다른 벽에는 기름등잔과 양피지 두루마리들과 정성스럽게 개켜 놓은 바느질감이 놓여 있는 일종의 책장이 있다. 그 바느질감은 수놓는 천인 것 같다.

 

책장 옆 정원 쪽으로 열려 있는 문에는 가벼운 바람에 흔들리는 커튼이 드리워져 있고, 그 옆 낮은 걸상에는 동정녀 마리아가 앉아 있다. 마리아는 매우 희고 비단 같이 부드러운 아마를 잣고 있다. 아마보다 약간 덜 밝은 빛깔인 작은 손들이 물레 가락을 재빨리 돌린다. 그녀는 무슨 즐거운 생각이라도 하고 있는 것처럼 가볍게 미소 지으며 젊고 아름다운 얼굴을 약간 숙이고 있다.

 

작은 집과 정원에 깊은 고요가 흐른다. 마리아의 얼굴에도, 그 주위에도 깊은 평화와 질서가 감돌고 있다. 모든 것이 깨끗하고 잘 정돈되어 있는데, 외양과 놓여 있는 가구가 매우 검소한 그 방은 엄격하고 위엄 있는 수도자의 독방과도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그 이유는 그 방의 깨끗함 때문이기도 하고, 침대 위의 천들과 두루마리들과 등불과 등불 옆에 구리로 만든 작은 물병이 정성스럽게 놓여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병 안에는 꽃핀 나뭇가지 한 다발이 꽂혀 있는데, 복숭아나무 가지인지 배나무 가지인지는 모르겠지만 약간 분홍빛이 도는 흰 꽃이 달린 과일나무 가지다.

 

마리아가 낮은 목소리로 노래 부르다가 목소리를 조금 더 크게 낸다. 그렇지만 큰소리를 내지는 않는다. 그것은 떨리는 목소리인데, 그 목소리에서 그녀의 영혼이 떨리는 것이 느껴진다. 가사는 히브리 말이어서 알아들을 수 없다. 그러나 마리아가 자주 ‘야훼’라는 말을 되풀이하기 때문에 나는 그것이 어떤 성가 그중에서도 시편인가보다 하고 짐작한다. 마리아는 성전의 성가를 기억하고 있는 것 같고, 실과 가락을 잡고 있는 양손을 무릎에 얹고 머리를 들어 등 뒤의 벽에 기대는 것으로 보아 즐거운 추억을 회상하는 것이 틀림없다.

 

그녀의 얼굴은 발그레하게 상기되어 있고, 세상사에서 멀리 떠나 뭔가 즐거운 생각에 잠긴 눈은 눈물에 젖은 채 미소 짓고 있는데, 그 눈물 때문에 두 눈이 더 커 보인다. 화관처럼 얹혀 있는 땋은 머리에 둘러싸인 마리아의 홍조 띤 얼굴은 아주 소박한 흰 옷 사이로 솟아올라 있는데, 마치 한 송이 꽃처럼 아름답다.

 

노래가 기도로 변한다.


“지극히 높으신 주 하느님, 땅 위에 평화를 가져오는 당신의 종을 보내시는 것을 더 이상 지체하지 마십시오. 당신 그리스도의 오심을 위하여 유리한 시간과 아기를 낳을 수 있는 순결한 동정녀를 허락해 주십시오. 아버지, 거룩하신 아버지, 당신의 종이 이 목적을 위하여 목숨을 바치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제가 땅 위에서 당신의 빛과 당신의 정의를 보고 구속이 완성된 것을 본 후에 죽도록 해 주십시오.

 

거룩하신 아버지, 예언자들이 약속하신 분을 보내 주십시오. 당신 여종에게 구속자를 보내 주십시오. 제 목숨이 끝나는 시간에 저를 위하여 당신 처소의 문이 열리게 해 주십시오. 그때에는 당신께 바란 모든 사람들을 위하여 당신의 그리스도에 의하여 당신 처소의 문들이 이미 열렸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십시오. 주님의 성령이여 오십시오. 당신을 기다리는 신자들에게로 오십시오. 평화의 왕이여, 오십시오!”

 

마리아는 기도에 몰두해 있다.

 

마치 누가 통풍시키거나 잡아당기려고 흔드는 것처럼 커튼이 더 세게 움직이자 은색에 섞인 유백색이 나타나서 노르스름한 빛깔인 벽을 더 밝게 하고, 천들의 빛깔을 더 선명하게 하며 마리아의 치켜든 얼굴을 더 영적으로 보이게 한다. 빛 속에서 행하여지고 있는 신비를 가리기라도 하듯 커튼이 이제는 흔들리지도 않고 마치 내부와 외부를 분리시키는 벽처럼 문설주에 닿은 채 뻣뻣이 늘어져 있다.

 

이 빛 속에서 대천사가 엎드린다.

 

대천사는 분명히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으나 초인간적이다. 이 아름답고 빛나는 얼굴은 어떤 살로 이루어져 있는가? 동정녀의 오관에 감지되게 하기 위하여 하느님께서는 그 얼굴을 어떤 물질로 형상화하셨는가? 오직 하느님만이 그 물질들을 가지고 계시고, 그것을 완전하게 사용하실 수 있다. 그것은 우리의 얼굴, 몸, 눈, 입, 머리카락, 손들과 같은 형태를 지니고 있지만, 우리 것처럼 투박한 물질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그것은 살과 눈과 머리카락과 입술의 빛깔을 띤 빛이고, 움직이고 미소 짓고 쳐다보고 말하는 빛이다.

 

“기뻐해라. 마리아, 은총을 가득히 받은 이여, 기뻐해라!”


목소리는 귀금속 위에 떨어지는 구슬과 같이 기분 좋은 화음이다.

 

마리아는 소스라쳐 놀라며 머리를 숙인다. 자기에게서 1미터 가량 떨어져서 가슴에 양손을 십자로 얹고 무한한 경의를 가지고 쳐다보며 무릎을 꿇고 있는 그 빛의 사람을 보고 마리아는 더 소스라친다.

 

마리아는 일어나서 벽에 바싹 기댄다. 창백해졌다가 붉어진 얼굴은 놀람과 심한 불안을 나타낸다. 무의식적으로 손으로 가슴을 꼭 껴안으며 긴 소매로 손을 가린다. 마리아는 할 수 있는 대로 몸을 더 많이 감추려고 몸을 구부린다. 우아하고 정숙한 태도다.

 

“두려워하지 마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신다! 너는 모든 여인 중에 가장 축복받은 여인이다.”

 

그러나 마리아는 계속 두려워한다. 이 이상한 사람이 어디에서 왔는가? 하느님의 사자인가, 아니면 속이는 자의 사자인가?

 

“마리아야, 두려워하지 마라.”


대천사가 되풀이한다.

 

“나는 하느님의 천사 가브리엘이다. 주께서 나를 너에게 보냈다. 너는 하느님의 마음에 들었으니 두려워하지 마라. 이제 너는 아기를 가져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고 지어라. 그 아이는 위대한 분이 되어 지극히 높으신 분의 아들이라 불릴 것이고 또 실제로도 그럴 것이다, 주 하느님께서 조상 다윗의 왕좌를 그분께 주시어 야곱의 후손을 영원히 다스릴 것이고, 그분의 나라는 끝이 없을 것이다. 오! 주님께 사랑받고, 하느님께 축복받은 딸이며, 하느님의 아들의 어머니로 불릴 거룩한 동정녀, 네가 어떤 아들을 낳을 것인지를 이해하여라.”

 

“제가 남자를 모르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이루어지겠습니까? 주 하느님께서 당신 여종의 제물을 받아들이지 않으시고, 제가 그분에 대한 사랑으로 동정녀로 있는 것을 원치 않으십니까?”

 

“아니다, 네가 어머니가 되는 것은 남자를 통해서가 아닐 것이다. 마리아, 너는 영원한 동정녀, 하느님의 거룩한 동정녀다.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그 그늘로 너를 덮으실 것이다. 그러므로 너에게서 태어나실 그 아기는 거룩한 이, 하느님의 아들이라 불릴 것이다.

 

우리 주 하느님께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아기를 낳지 못하던 엘리사벳이 늙은 나이에 아들을 가졌다. 그 아들은 네 아들의 예언자, 네 아들의 길을 닦는 사람이 될 것이다. 주님께서 엘리사벳에게서 치욕을 벗겨 주셨으며, 그녀 아들의 이름이 네 거룩한 아들의 이름에 합쳐질 것이고, 그와 마찬가지로 그녀의 기억은 네 이름에 합쳐져서 만백성 가운데 남을 것이다.

 

또한 너에게 내려온 주님의 은총, 너를 통하여 만방에 내려올 주님의 은총 때문에 만방이 세상이 끝날 때까지 너희를 축복받은 여인들이라고 선언할 것이다. 엘리사벳이 아기를 가진 지가 여섯 달이 되었고 그 아이로 인해 그녀는 기뻐하고 있는데, 너의 기쁨을 알게 되면 그녀는 더 기뻐할 것이다.

 

은총을 가득히 받은 마리아, 하느님께서 못하실 일은 아무 것도 없다. 내가 내 주님께 무엇이라고 말씀드려야 하겠느냐? 어떤 생각으로도 네 마음을 어지럽게 하지 마라. 네가 주님을 신뢰하면 주님께서 네 이익을 돌보실 것이다. 세상과 하늘과 영원하신 분이 네 대답을 기다리고 계신다!”

 

이번에는 마리아가 가슴에 양손을 십자형으로 포개 얹고 몸을 깊이 숙이면서 말한다.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주님의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천사는 기쁨으로 빛난다. 동의하며 몸을 깊이 숙이고 있는 동정녀 위에 하느님의 성령이 내리시는 것을 분명히 보기 때문에 천사는 찬미하며 경배한다. 그런 다음 천사는 거룩한 신비 위에 쳐진 커튼을 흔들지 않고 사라진다.
  

 

원본 글 바로가기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