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무서운 ‘기자회견’...“당신은 반대편이야”

강종호 기자 | 기사입력 2018/03/09 [14:49]

기자가 무서운 ‘기자회견’...“당신은 반대편이야”

강종호 기자 | 입력 : 2018/03/09 [14:49]

[신문고뉴스] 강종호 기자 = 기자회견은 기자를 만나는 자리다. 기자회견은 담화문 발표의 자리가 아니다. 기자회견은 회견 당사자의 의견을 발표하고, 그 의견에 대한 의문을 가진 기자들이 있으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답하는 자리다. 기자란  기록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201839일 대한민국 제1야당의 한 기자회견은 '기자들이 무서워서 도망가는(?) 자리'로 비춰졌다. 그도 그 정당 스스로 야심차게 영입한 인재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일어난 일이다.

 

이날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방송탈취정책'에 대해 국민적 심판을 하겠다"며 문재인 정부에게 핍박을 당했다는 배현진 전 MBC 기자와 길환영 전 KBS 사장을 영입했다. 그리고 이들 인사의 영입을 발표하는 환영식 겸 기자회견 자리를 마련했다.

 

▲ 이미지 출처...MBC뉴스화면 갈무리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배 전 기자, 길 전 사장, 송언석 전 기획재정부 2차관의 입당환영식, 홍준표 대표는 이들 3인이 배석한 가운데 "언론계 두 분 경제전문가 한분을 모시게 됐다""이 두 분들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방송탈취정책에 대해 국민적 심판을 받아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날 입당한 길환영 전 KBS 사장은 "문재인 정부 들어 국민들은 안보와 외교, 그리고 경제, 이 모든 면에 있어서 대단히 불안한 나날을 보이고 있다고 생각 한다"며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 그리고 이어서 "좌파 진영에 의한 언론장악으로 인해서 올바른 여론 형성이 차단된 상황이다. 선거를 통해서 국민의 민심이 과연 어디에 있는지를 명백하게 밝혀내겠다"고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길 전 사장은 사실상 문재인 정부와 은원관계가 없다. 그는 2012KBS 사장으로 임명됐으나 세월호 참사에서 일어난 KBS보도참사 무마 과정에서 박근혜 정권에 의해 해임된 인물이다. 즉 자신이 입당한 자유한국당 정부에서 해임을 당한 것이다.

    

20145월, 직전 4월 16일 터진 세월호 참사로 모든 국민이 애통하는 가운데 김시곤 KBS 보도국장이 세월호 유가족을 폄하하는 사건이 터졌다. 유가족과 시민들은 강력히 반발, 김 국장 퇴진을 요구했다. 

 

그러자 당시 박근혜 청와대는 이 같은 국민여론의 강력한 압박을 이기지 못해 길 전 사장에게 김시곤 보도국장 해임을 압박했다. 결국 당시 길 사장은 이러한 청와대의 압박을 이유로 김 국장에게 사표를 종용했다. 이에 김 국장은 사장의 보도개입을 폭로하면서 동반퇴진을 주장했다.

 

이런 과정에서 KBS 이사회는 그해 6월 이사회를 열고 길 사장을 해임했다. 세월호 사고와 보도에 개입, 보도본부의 독립성을 침해했다는 김시곤 국장의 폭로를 인정한 셈이다. 따라서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이 해임 요청서를 수리, 길 전 사장은 해임되었다. 그런데 이런 그가 지금 4년 전의 일을 국민들이 기억하지 못할 것으로 맏는 것인지 문재인 정부의 방송탈취정책 피해자로 둔갑, 자유한국당 호에 승선했다.

 

배현진 전 기자도 마찬가지다. 그는 2012MBC 파업에 대해 "2012년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가 주도한 대규모 파업 당시 저는 노조가 주장하던 파업의 정당성에 의문 제기하고 공식이의를 제기하고 파업참여 100일만에 파업불참을 선언했다"며 당시 파업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불참이 소신이었음을 말했다.

 

그런 다음 "연차어린 여성앵커가 이런 결단을 내린 것은 아마도 창사이래 처음으로 알고 있다"고 자신의 행동을 결단으로 말한 뒤 "안타깝게도 이후 저는 인격적으로 몹시 모독감을 느낄만한 각종 음해를 겪고 약 석달 전에는 정식 인사통보도 받지 못하고 뉴스에서 쫓겨나듯 하차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가 몸 담았던 MBC를 포함해 공영방송이 진정한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역할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고 고심 끝에 지난 10년간 모든 것을 쏟아부었던 MBC를 떠나 이자리에 서게됐다"고 했다. 정권의 언론장악에 희생당한 피해자 코스프레다.

 

하지만 배 전 기자는 자신이 뉴스데스크에서 앵커를 하던 지난 몇 년간 당시 MBC의 기자나 PD, 그리고 다른 아나운서 등 100여 명이 현직에서 쫓겨나 스케이트장 관리를 하거나 사옥관리를 했던 점에 대해서는 어떤 언급도 없었다. 즉 자신이 데스크를 하차한 것은 권력의 핍박이고 이전 피해자들은 당연한 것이었다는 인식을 내보인 것이다. 그 때문에 자신의 지난 몇 달은 견딜 수 없던 시기이고 다른 이들의 몇 년은 견뎌도 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 것으로 어떤 언급도 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이날 영입한 배현진 전 기자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국회의원직을 상실한 최명길 전 국민의당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송파을 지역에 전략공천을 받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박근혜 정권이 해고한 길환영 전 사장을 자당의 의원이 의석을 상실한 충난 천안갑에 공천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이 같은 발언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은 당연했으며 당사자들도 답변할 의무가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물론 이들의 환영식을 주관한 홍준표 대표까지 기자들의 질문이 시작되자 도망치듯 자리를 떠났다.

 

즉 이들의 소감발표가 끝난 후 질의응답 자리에서 MBC 기자가 소속을 밝히고 질의하려 하자 홍 대표는 "거기는 반대쪽이니까 됐다"며 막은 뒤 황급히 일어선 것이다. 이에 다른 기자들이 "여기 온 수많은 기자들 무시하냐. 질문은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항의했지만 홍 대표와 영입인사들은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한마디로 기자가 무서워서 기자를 피한 전직 기자의 정치인 변신장이었던 셈이다. 이날 입당한 배현진 전 MBC 기자는 아나운서로 입사했으나 도중에 직종을 기자로 바꿨으므로 그는 확실한 전직 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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