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도 아기를 가졌어요. 마리아의 행복을 기뻐하세요”

[발또르따의 예수이야기 21] 즈카르야의 집에 도착하다

강명준 변호사 | 기사입력 2018/03/18 [16:28]

"마리아도 아기를 가졌어요. 마리아의 행복을 기뻐하세요”

[발또르따의 예수이야기 21] 즈카르야의 집에 도착하다

강명준 변호사 | 입력 : 2018/03/18 [16:28]

[번역 강명준 변호사  편집 추광규 기자]  

 

 

 

 

1944. 4. 1.

 

이곳은 산악지대다. 고산지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구릉들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할 수도 없다. 우리의 토스카나와 움브리아 지방의 아펜니노 산맥의 산들처럼 산들에는 산등성이와 개울들이 있다. 식물 군락이 빽빽하고 훌륭하다. 신선한 물이 풍부하여 목장의 풀들을 푸르게 하고, 과수원들을 풍요롭게 한다.

 

사과나무들과 무화과나무들이 대부분의 과수원에서 경작되고 있으며, 집들 주위에는 포도나무들이 있다. 포도송이들은 벌써 야생완두만큼 굵게 자라 있고, 사과 꽃이 피어 마치 작은 초록색 알약처럼 보이는 것을 보니 틀림없이 봄이다. 무화과나무의 윗가지들에는 열매들이 보이는데, 열매가 맺히기 시작하는 단계지만 형태는 잘 갖추어져 있다. 풀밭은 갖가지 빛깔의 푹신한 양탄자 같다. 양떼들이 거기서 풀을 뜯거나 쉬거나 하는데, 에메랄드와 같은 풀밭에 흰 반점들이 찍혀 있는 것 같다.

 

마리아는 나귀를 타고 상태가 꽤 좋은 길을 올라가고 있는데, 그 길은 간선도로임에 틀림없다. 모양이 한결 같은 그 지대가 점점 더 높아지기 때문에 마리아가 올라가는 것이다. 나의 내적 교사(my internal warner)께서 나에게 말씀하신다.

 

“여기는 헤브론이다”


당신은 나에게 몬타나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나는 잘 모르겠다. 헤브론이 그 고장 전체를 가리키는 것인지, 단지 그 마을만을 가리키는 것인지 알지 못한다. 나는 내가 듣는 것만을 말할 뿐이다.

 

마리아가 마을로 들어간다. 저녁때다. 여인들은 낯선 여자가 오는 것을 문에서 살펴보며 자기들끼리 말을 주고받는다. 여자들은 마리아를 계속 지켜보고 있다가 그녀가 그 소도시 한가운데에 있는 가장 훌륭한 집 중 한 곳에 멈추는 것을 보고서야 안심한다.

 

집 앞에는 정원이 있고, 뒤와 주위에는 손질이 잘 된 과수원이 있고, 산의 기복을 따라 물결치듯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넓은 풀밭이 있고, 그 끝에는 키 큰 관목 숲이 있다. 소유지에는 가시덤불과 들장미나무로 된 울타리가 쳐져 있으나 가시덤불과 들장미나무에 무엇이 달려 있는지 식별하지 못하겠다.

 

그 덤불의 꽃과 잎들은 아주 비슷해서 가지 위에 열매가 맺히지 않는 동안은 식별하기가 어렵다. 집 앞쪽, 마을을 향하고 있는 쪽의 소유지에 낮은 흰 담이 둘러쳐져 있는데, 지금은 꽃이 없지만 꽃봉오리가 맺힌 진짜 장미나무 가지들이 뻗쳐 있다. 가운데 쇠창살 대문이 있는데 닫혀 있다. 이 마을의 유지나 꽤 부유한 사람의 집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모든 것이 안락함과 잘 정돈된 모습을 보여 준다. 지나치게 부유하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마리아가 나귀에서 내려 대문으로 다가가 쇠창살 사이로 집 안을 들여다보는데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마리아는 자기가 왔다는 것을 어떻게 알릴까 궁리한다. 다른 여자들보다 호기심이 많은 작은 여자가 마리아에게 다가와서 방울 같은 이상한 형태의 설비를 가리킨다. 그것은 어떤 축에 고정시킨 두 개의 금속 조각이다. 밧줄로 축을 움직이면 그 금속 조각을 서로 부딪쳐서 종이나 징 비슷한 소리를 낸다.

 

마리아가 밧줄을 잡아당기지만, 너무 얌전하게 잡아당겨 그 장치가 가볍게 울려서 아무도 그 소리를 듣지 못한다. 그러자 온통 코와 턱밖에 없다시피 하고 그 둘 사이에 열 사람 몫의 혀를 가진 작은 노파가 밧줄에 매달리다시피 하면서 있는 힘을 다해 몇 번을 잡아당기자 죽은 사람이라도 깨울 만큼 요란한 소리가 난다.

 

“이렇게 해야 해요. 그러지 않으면 어떻게 들을 수 있겠소? 엘리사벳도 늙었고 즈카르야도 늙었거든요. 게다가 즈카르야는 지금 벙어리에다 귀머거리라오. 두 명의 하인들도 늙었어요. 모르시오? 처음 오시는 거요? 즈카르야를 아시오? 당신은…”

 

다리를 저는 작은 노인이 나타나서 이 수다쟁이의 폭포수 같은 안내와 질문에서 구해 준다. 손에는 호미를 들고 허리에 작은 낫을 차고 있는 것으로 보아 정원사거나 농부인 모양이다. 그가 대문을 열어 주자 마리아가 작은 노파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안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아이고! 그녀가 노파에게 대답하지 않은 채 들어가자 호기심 많은 노파의 기대가 무너진다.

 

안에 들어가자마자 마리아가 말한다.


“저는 나자렛의 요아킴과 안나의 딸 마리아입니다. 당신 주인들의 사촌이지요.”

 

작은 노인이 몸을 굽혀 인사를 한 다음 낮은 소리로 부른다.


“사라! 사라!”

 

노인이 쇠창살 대문을 다시 열고, 마리아가 귀찮게 구는 작은 노파를 따돌리느라고 빨리 안으로 들어왔고, 정원사도 빨리 쇠창살 대문을 닫았기 때문에 밖에 남아 있던 나귀를 끌어들인다. 나귀를 끌고 들어오면서 그가 말한다.

 

“오! 이 댁에는 큰 행복과 큰 근심이 찾아왔습니다! 하늘은 아기를 낳지 못하던 마님께 아들을 주셨습니다. 지극히 높으신 분께 찬미드려야 할 일이지요! 그러나 즈카르야님은 일곱 달 전에 예루살렘에서 벙어리가 되어 돌아오셨어요. 그분은 손짓으로나 글을 써서 의사를 전달합니다. 그 소식은 들으셨지요? 마님은 이 기쁨과 이 마음의 고통을 당하면서 아씨를 몹시 갈망하셨습니다! 사라와 함께 아씨 이야기를 자주 하시면서 말씀하셨습니다.

 

 ‘내 귀여운 마리아가 나와 함께 있었으면! 마리아가 아직 성전에 있었으면! 즈카르야에게 마리아를 데려다 달라고 청했을 거야. 그렇지만 이제는 주님께서 마리아를 나자렛의 요셉의 아내가 되기를 원하셨어.

 

마리아만이 이 마음 고통 가운데에서 나에게 위안을 줄 수 있고, 나를 도와 하느님께 기도드리게 할 수 있을 거야. 마리아는 몹시 착해서 성전에서도 모든 사람들이 마리아가 떠난 것을 슬퍼하고 있거든. 지난 번 축일에 나에게 아들을 주신 데 대해서 하느님께 감사드리기 위해 즈카르야와 함께 마지막으로 예루살렘에 갔을 때, 마리아의 선생님들이 성전은 마리아의 목소리가 이 벽에 울리지 않게 된 다음부터 영광의 케루빔 천사들을 잃은 것 같아요 하고 말하는 것을 들었어’ 하고 말입니다.

 

사라! 사라! 제 아내는 귀를 약간 먹었지요. 그렇지만 이리 오세요, 제가 안내해 드릴 테니 오세요.”

 

집 한 쪽에 있는 층계 꼭대기에 반백의 머리에 얼굴에 주름이 많은, 꽤 나이 든 여인이 나타난다. 그 여인의 속눈썹과 눈썹이 검은 것으로 보아 젊었을 때에는 머리가 아주 검거나 짙은 갈색머리였을 것임을 얼굴 빛깔로 분명히 알 수 있다. 헐렁한 옷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임신한 사실은 잘 드러나는데, 이 사실은 그녀의 분명한 노쇠함과 이상한 대조를 이룬다. 여인이 손짓을 하면서 내려다본다.

 

그녀가 마리아를 알아보고 기쁨과 놀라움을 나타내는 “오!” 소리를 지르며, 팔을 하늘로 쳐들어 올리면서 최대한 발걸음을 재촉하여 마리아를 향해 마주 온다. 항상 거동에 조심성이 있는 마리아도 사슴새끼와 같이 잰 걸음으로 뛰기 시작하여 엘리사벳과 동시에 층계 밑에 이른다. 마리아가 자기를 보고 기뻐서 우는 친척 언니를 짜릿한 환희를 품고 가슴에 안는다.

 

두 여자는 잠시 얼싸 안은 채로 있다가 엘리사벳이 고통과 기쁨이 섞여 있는 “아!” 하는 소리를 내며 포옹을 푼다. 그리고 자기의 부른 배에 손을 갖다 댄다. 엘리사벳은 창백해졌다 붉어졌다 하는 얼굴을 숙인다. 엘리사벳이 몸이 불편한 듯 다리를 후들거리자 마리아와 하인이 붙잡아 주려고 손을 내민다. 그러나 엘리사벳은 잠시 마음속으로 정신을 가다듬느라 서 있다가 마침내 얼굴을 드는데, 그 얼굴이 어찌나 빛나는지 한층 더 젊어진 것 같다.

 

엘리사벳은 마치 천사를 보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존경하는 태도로 마리아를 쳐다보다가 몸을 깊이 굽혀 인사하며 말한다.

 

 “당신은 모든 여자들 가운데 가장 복되십니다! 태중의 아드님 또한 복되십니다! (엘리사벳은 두 구절을 완전히 떼어서 정확히 이렇게 말한다) 주님의 어머님이 당신의 종인 저를 찾아 주시다니 어찌된 일입니까? 문안의 말씀이 내 귀를 울렸을 때 내 태중의 아기도 기뻐하며 뛰놀았습니다. 그리고 내가 당신을 껴안았을 때 주님의 성령께서 내 마음에 가장 깊은 진리를 말씀해 주셨습니다. 사람의 생각으로는 불가능한 것까지도 하느님께는 가능하다는 것을 믿으셨으니 정녕 복되십니다.

 

주님께서 당신에게 예언하시고 예언자들이 우리 시대를 위해 예언한 것을 당신은 믿음으로 성취하실 터이니 복되십니다! 야곱 집에 구원을 가져다 주셨으니 복되십니다! 제 아들에게 거룩함을 가져다 주셨으니 복되십니다. 제 아들이 내 태중에서 기쁨으로 뛰노는 것이 느껴집니다! 죄책(guilt)의 짐에서 풀려나고, 선구자가 되라는 부름을 받고, 당신 안에서 자라고 계시는 거룩하신 분에 의하여 구속 전에 거룩하게 되었다는 것을 제 아들이 느끼기 때문입니다!”

 

웃고 있는 마리아는 두 눈에서 진주 같은 눈물 두 방울을 미소를 머금은 입술로 흘러 내리게 한 채, 예수님 같은 자세로 얼굴을 하늘로 향하고 두 팔도 치켜들면서 외친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양하며….”


그녀가 우리에게 전해진 것과 같이 노래를 계속한다(루카 1, 46-56).

 

“당신의 종 이스라엘을 도우셨습니다.”

 

마지막 구절에서는 손을 가슴에 십자자로 포개 얹은 다음, 땅에 꿇어 엎디어 하느님을 경배한다.

 

하인은 엘리사벳이 몸에 불편을 느끼지 않게 되고, 자기 생각을 마리아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는 공손히 자리를 떴다가 과수원에서 머리와 수염이 흰 위엄 있는 노인과 같이 돌아오는데. 노인은 멀리서 크게 몸짓을 하며 목구멍에서 나는 소리로 마리아에게 인사한다.

 

“즈카르야가 오고 있어요.”


기도에 몰두하고 있는 동정녀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엘리사벳이 말한다.

 

“내 남편은 말을 하지 못해요. 그가 믿지 않은 것을 하느님께서 벌하신 거지요.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겠어요. 그렇지만 지금은 은총이 가득한 마리아가 왔으니, 이제 나는 하느님의 용서를 바라고 있어요.”

 

마리아가 일어나서 즈카르야에게로 가서 땅에 닿을 정도로 머리를 숙여 절을 한다. 마리아는 즈카르야의 몸을 덮고 땅에까지 내려오는 흰 옷 끝에 입 맞춘다. 그 옷은 매우 넓고 수를 놓은 넓은 장식 줄로 허리에 매어져 있다.

 

즈카르야는 몸짓으로 환영의 뜻을 표하고 함께 엘리사벳이 있는 곳으로 간다. 그들 모두는 잘 정리되어 있는 넓은 방으로 들어간다. 그들은 마리아를 앉히고 지금 막 짜서 거품이 일고 있는 우유 한 잔과 작은 케이크 몇 개를 대접한다.

 

손에 밀가루를 묻고, 밀가루가 뿌려져서 실제보다 훨씬 더 희어진 머리를 한 하녀가 나타나자 엘리사벳이 지시를 내린다. 하녀는 아마 빵을 만들고 있었던 모양이다. 엘리사벳은 사무엘이라는 이름의 하인에게 자기가 지시하는 방으로 마리아의 괘를 가져다 놓으라는 명령도 내린다. 모두가 손님에 대한 주부의 의무들이다.

 

마리아는 즈카르야의 질문에 밀랍을 입힌 판자에 막대로 글을 써서 대답한다. 나는 그 대답들을 듣고, 즈카르야가 요셉에 대해 말하며 그와의 결혼생활이 어떠냐고 묻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즈카르야가 마리아의 상태와 메시아의 어머니라는 그녀의 처지에 대하여 초자연적인 어떤 빛도 얻지 못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엘리사벳이 남편 가까이로 가서 청순하게 애무하려는 듯이 다정하게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한다.


“마리아도 아기를 가졌어요. 마리아의 행복을 기뻐하세요.”

 

그러나 엘리사벳은 아무 말도 덧붙이지 않고 마리아를 쳐다보는데, 마리아도 엘리사벳을 쳐다보기는 하지만 더 이상 말하도록 권하지는 않는다.

 

즐거운, 아주 감미로운 환상이었다! 이 환상으로 유다의 자살을 보고 느꼈던 전율이 지워졌다.

 

어젯밤 잠이 들기 전에 나는 향유 바르는 돌 탁자 위에 눕혀져 있는, 움직이지 않는 구세주의 시체 위에 몸을 굽힌 마리아의 눈물을 보았다. 마리아는 시체 오른쪽, 무덤으로 쓰는 굴 입구 쪽으로 등을 돌리고 계셨다. 횃불 빛이 그분의 얼굴을 비추어 고통으로 일그러지고 눈물로 범벅이 된 그분의 얼굴을 나에게 보여 주셨다.

 

마리아는 예수님의 손을 잡고, 쓰다듬고, 뺨에 대고 따뜻하게 해 주고, 입을 맞추고, 손가락들을 하나씩 펴고, 이제는 생명이 없는 그 손가락에 입 맞추시곤 했다. 그런 다음 그분은 다시 얼굴을 쓰다듬으시고, 몸을 숙여 벌어진 입과 반쯤 감긴 눈과 상처 입은 이마에 입 맞추셨다. 횃불의 불그레한 빛이 고문 받은 온 육체의 상처를 한층 더 생생하게 보이게 하고, 그 육체가 당한 고문의 잔인성이 죽음의 사실성을 더 뚜렷이 나타나게 한다.

 

나는 정신이 맑은 동안은 계속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나는 졸음에서 깨어나 기도한 다음 취침자세로 들어갔다. 그 때에 위에 적은 환상이 시작된 것이다. 어머니께서 나에게 말씀하셨다.


“움직이지 말고 보기만 해라. 쓰는 일은 내일 해라.”

 

나는 자는 동안에 모든 것을 꿈에서 다시 보았다. 나는 여덟시 반에 잠이 깨서 어제 본 것과 꿈에서 본 것을 모두 다시 보았다. 나는 보면서 글을 썼다. 그 다음 신부님이 오시자 이 다음 것을 써야 하는지 여쭈어 보았다. 이것들은 마리아가 즈카르야의 집에 머무를 때의 다양한 스케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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