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보를 양보해도 천안함 침몰이 훈장감은 아니다.

김양수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8/04/04 [15:25]

백보를 양보해도 천안함 침몰이 훈장감은 아니다.

김양수 칼럼니스트 | 입력 : 2018/04/04 [15:25]

[신문고뉴스] 김양수 칼럼니스트 =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연합국 군인들에겐 훈장 파티가 베풀어진다. 전공 세우고 훈장 받는 것은 군인 최고의 영광이다. 게다가 이들이 승리한 전쟁은 역사에서 유래를 찾기 힘든 선악의 충돌이었다. 나치와 일본군국주의에 맞서 세상을 구한 영웅들, 당연히 훈장세례를 받을 자격이 있었으리라. 그러나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음에도 훈장 파티에 초대받지 못한 불행한 군인들도 적지 않았다.

 

▲ 군인에게 영광의 상징인 훈장     © 편집부

 

영국공군 폭격기 대장 아더 해리스는 폭격으로 독일의 산업 및 군수시설에 치명상을 입혀 독일 전쟁 수행력을 현저히 떨어뜨린 이른바 전략폭격의 장본인이었다. 그의 전공을 의심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훈장을 받지 못했다. 이유는 해리스가 입안한 전략폭격으로 인해 무고한 독일 민간인들이 너무도 많이 희생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는 전범으로 기소되어도 할 말이 없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승리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비정함이 전쟁의 본질이라면, 해리스는 그 본질에 가장 확실하게 충실했을 뿐이고, 승리를 견인하는데 있어 영국의 전략폭격이 차지하는 비중이 결코 작지 않음을 고려한다면, 남들 모두 주렁주렁 달게 되는 훈장을 받지 못한 해리스의 심정은 무지무지 착잡했을 것 같다.

 

해리스의 전공에는 민간인 학살이라는 오명이 드리워져 훈장의 자격이 없다고 쳐도 앨런 튜링의 경우는 정말 억울한 케이스에 속한다.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의 실제 주인공이기도 했던 앨런 튜링은 군인은 아니었지만 2차 대전 승리에 그가 기여한 공로는 가늠하기조차 불가능할 정도이다.

 

튜링은 천재 수학자로 독일해군이 자랑하던 난공불락의 암호시스템 에니그마를 해독하는데 성공한 인물이다. 그가 해독한 암호로 인해 영국은 대서양을 누비며 생명선을 위협하던 독일 U-보트 함대의 위치를 손금 들여다보듯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2차 대전 중 U-보트가 독일이 보유한 사실상 유일한 전략무기였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그것을 무력화시킨 튜링의 공로는 명장 몽고메리와 비교해도 손색없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튜링 또한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했다. 괴팍한 성격과 문란한 사생활 때문이기도 했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그의 무대음지에서 양지를 지향하는정보 분야였기 때문이었다.

 

영국은 소련과의 냉전에 대비하여 자신들의 정보수집 역량이 드러나는 것을 꺼려했다. 훈장을 수여한다면 이유도 명시해야 한다. 그런데 군인도 아닌 튜링에게 포상을 한다면 당연히 이유가 만천하에 공개된다. 이를 막는 확실한 방법은? 훈장을 주지 않으면 된다. 그래서 튜링은 정부로부터 아무런 보답도 받지 못한 채 21세기에서나 실현 가능했던 인공지능 연구에 몰두하다 41세 나이로 비참하게 요절하고 만다.

 

19805월의 대한민국에서는 전혀 다른 의미의 훈장 파티가 자행되었다. 작전명 화려한 휴가에서 공을 세운 군인들에게 국가가 달아준 훈장이었다.

 

나는 그들의 훈장 증서에 정확히 어떤 전공이 적혀 있는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 뉘앙스는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공산폭도를 진압하여 대한민국의 안녕과 번영에 크게 이바지 했다.’ 대충 이런 내용이 아닐까.

 

▲ 천안함 자료사진-1     ©편집부

 

그러나 21세기를 사는 우리들은 전공의 실체가 무엇인지 확실히 알고 있다. 군사정권의 보위를 위해 자신들이 지켜야 했을 시민들을 오히려 무차별 살해한 그들의 전공 아닌 만행을. 그런데 이들의 훈장은 아직도 유효할까. 5.18은 국가기념일이 되었는데 그 가해의 공로로 국가포상을 받은 이들은 도대체 어떻게 처리되었을까.

 

훈장은 훈장을 보증한 권력이 사라지는 순간 쇠 쪼가리에 불과한 존재가 된다. 나치 독일군 최고의 영예였던 철십자 훈장은 독일 패망 직후 영광의 상징에서 고철로, 잘 봐주어도 수집가의 취미 대상으로 전락했다. 그래서 어쩌면 해리스나 튜링은 훈장 따위 받지 않아도 크게 개의치 않았을지도 모른다. 훈장 여부에 상관없이 그들이 2차 대전 승리에 기여한 공은 역사에서 영원히 빛을 잃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화려한 휴가 작전에서 훈장을 받은 군인들이, 그들의 훈장이 어떻게 처리되었는지 나는 모른다. 하지만 그들 중 단 한 명이라도 민간인의 피로 점철된 훈장을 스스로 반납하며 국가와 국민과 역사 앞에 사죄한 인물이 있었다는 소식 또한 나는 듣지 못했다.

 

아무튼 지금도 그들이 훈장 받은 국가 유공자로 정부에 등록이 되어있는지 여부에 상관없이 그들이 잔인무도한 민간인 학살의 원흉이라는 사실만큼은 역사에서 달라지진 않을 것이다.

 

훈장은 국가가 국민에게 표현하는 감사와 존경과 예우의 상징이다. 해리스나 튜링처럼 꼭 받아야할 사람이 받지 못하는 알궂은 운명의 장난도 있지만 화려한 휴가 작전의 경우와 같이 절대로 국가가 남발해서는 안 되는 훈장도 있다.

 

나는 광주학살의 정치군인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훈장을 받았는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어느 군인이 뛰어난 무공으로 국가로부터 훈장을 수여받았을 때, 자신이 받은 훈장을 광주학살의 정치군인들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과연 기분이 어떨까. 나라면 그들과 훈장동문이라는 사실 자체를 무인으로서 용납할 수 없는 치욕이라 여길 것이다.

 

올림픽 메달은 수년의 세월이 흐른 뒤에도 주인공이 바뀌곤 한다. IOC는 약물과 같은 부정한 수단의 도움으로 메달을 받은 것이 확인되면 가차 없이 메달을 박탈한다.

 

마찬가지다. 비단 광주뿐 아니라 받을 자격이 없는 개인에게 훈장이 수여되었다면 백년 세월이 지났어도 그것을 바로잡아야 할 소명이 국가에 있다. 그 소명을 국가가 외면한다면 금은보화로 잔뜩 치장한 훈장이라고 해도 그 훈장은 더 이상 명예나 영광을 담보할 수 없게 된다. 이는 자격 없는 개인을 넘어 그 훈장을 수여받은 다른 모든 사람들의 명예와 영광에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20184. 남북관계가 해빙의 조짐을 보이면서 천안함 침몰이 이슈로 부상한다. 공식적 가해 당사자로 지목된 북한은 사과는커녕, 자신들의 소행이 절대로 아니라고 발뺌을 한다. 반면 재조사를 요구하는 여론이 커지자 대한민국 국방부는 천안함은 북한 잠수정이 발사한 어뢰로 인해 폭침된다는 종전의 발표를 재확인했다.

 

천안함에서 희생된 순직 군인들을 생각하면 언제나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러나 무구한 청춘의 황망한 죽음과 함께하는 깊은 슬픔이 과연 군인의 무공에 대한 최고의 감사와 존경과 예우의 상징인 훈장 수여의 진정한 이유가 될 수 있는 것인지 나는 이해하지 못한다.

 

천안함은 초계임무 중 침몰했다. 그런데 국방부의 발표가 진실이라면 적의 동향을 탐지해야할 해군 함정이 적의 출현도, 공격도 사전에 전혀 인지하지 못했고, 심지어 공격 이후에도 자신들이 적에게 당했다는 사실 자체를 까맣게 몰랐었다는 이야기이다.

 

▲     ©편집부

 

국방부의 발표가 진실이라면 북한 잠수정의 작전 능력은 상식을 뛰어넘는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천안함 함장을 위시한 승조원들에게 경계 실패의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치자. 하지만 그 면책의 사유가 과연 화랑무공훈장 수여의 이유도 된다고 국방부는 강변할 수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군 통수권자이다. 지난 정권의 적폐는 헤아릴 수 없으리만치 산적해 있다. 안보라는 미명 아래 숱한 비리와 부정을 묵인 받을 수 있었던 국군도 적폐청산의 예외는 될 수 없다.

 

국군 통수권자인 문재인에게는 군의 적폐 청산을 통해 기강을 바로 세워야할 의무가 있다. 잘못을 범한 군인은 일벌백계로 처벌해야 한다. 반면 혁혁한 무공을 세운 군인에게는 합당한 예우를 해주어야 한다. 그런데 무공에 대한 영광의 상징인 훈장의 명예가 일그러져있다면 훈장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여전히 진화되지 않는 의혹의 와중에서도 국방부는 천안함 폭침설을 재확인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어떤 반응도 내놓지 않았다. 문재인은 야당정치인 시절 북한의 잠수정이 천안함을 공격한 후 도주했다.” 는 발언을 통해 이를 대처하지 못한 군을 질타했던 적이 있다.

 

그렇다면 예전이나 지금이나 문재인 대통령의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한 인식은 변화가 없는 것일까. 만약 그러하다면 국군최고통수권자인 문재인은 천안함 순직 장병에 대해 화랑무공훈장이 수여된 이유에 대해 근본적으로 의문을 재기하는 것이 옳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천안함 순직 장병의 명예는 무조건 지켜져야 한다고 굳게 믿는다. 그러나 그 꽃다운 청춘들의 명예는 결코 그들에게 어울릴 수 없는 화랑무공훈장으로 지켜지고 예우 받는 것은 아니라고도 확신한다. 해리스와 튜링에게서 보듯, 화려한 휴가의 민간인 학살 군인들에게서 보듯 사람의 명예는 훈장이 아닌 진실 위에서 진정한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남북은 화해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는데 우리 사회 내부는 천안함의 진실을 앞에 두고 갈수록 심각한 균열이 진행 중이다. 그래서 국민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천안함 침몰의 진상규명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도 없고 미뤄서도 안 되는 최우선 해결 과제가 되었다. 대통령의 결단을 다시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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