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또르따의 예수 이야기-46]예수께서 광야에서 마귀에게 유혹당하시다.

강명준 변호사 | 기사입력 2018/06/09 [10:09]

[발또르따의 예수 이야기-46]예수께서 광야에서 마귀에게 유혹당하시다.

강명준 변호사 | 입력 : 2018/06/09 [10:09]

 

[번역 강명준 변호사   편집 추광규 기자]

 

 

 

 

1944. 2. 24. 재의 수요일 다음 목요일

 

내가 요르단 강에서 예수께서 세례를 받으시는 환상을 볼 때에 내 왼쪽에 있었던 돌이 많은 적막한 곳이 보인다. 그러나 파란 물이 천천히 흘러 내려가는 아름다운 강도 보이지 않고, 그 물에서 생명을 얻어 강 양쪽 기슭에 강을 따라 형성된 초록색 띠도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 내가 광야 깊숙이 들어와 있음이 틀림없다. 여기에는 적막함과 돌과 누런 먼지로 변한 햇볕에 바싹 마른 흙밖에 아무 것도 없는데, 수시로 바람이 불어 먼지의 작은 소용돌이가 일어난다. 그 소용돌이들은 뜨거운 입에서 나오는 입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몹시 뜨겁고 메마르며, 코와 목을 찌르는 먼지로 인해 아주 고통스럽다. 불과 몇 포기의 가시 돋친 작은 나무 덤불들만은 신기하게도 이 황폐한 곳에서 살고 있다. 그것은 마치 머리가 벗겨진 사람의 머리에 몇 군데 드물게 난 머리털 무더기 같다. 위에는 구름 한 점 없는 새파란 하늘이 있고, 아래에는 메마른 땅이 있으며, 그 둘레로는 바위와 침묵이 있다. 이것이 내 눈에 보이는 자연의 전부이다.

 

거대한 바위가 돌출해 있고 그 생김새로 인해 그 밑에 일종의 동굴을 만들어 놓았는데, 예수께서는 거기 작은 바위 위에 앉으셔서 동굴의 벽에 등을 기대고 계신다. 예수께서는 몹시 뜨거운 태양을 피하여 거기서 쉬고 계신다. 내 안에서 알려 주는 분은 예수께서 앉아 계시는 바위가 그분의 장궤틀(kneeling stool)도 되고, 별빛을 받으며 밤의 찬 공기 속에서 겉옷을 두르고 몇 시간 동안 쉬실 때에는 베개도 된다고 알려 주었다. 바로 곁에 예수께서 나자렛을 떠나실 때에 메시는 것을 본 배낭이 놓여 있다. 이것이 그분이 가지신 것의 전부인데, 배낭이 헐렁한 것으로 보아 마리아가 넣어 주었던 얼마 안 되는 음식이 다 떨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수는 매우 수척하고 창백하시다. 팔꿈치를 무릎에 괴시고, 두 손은 깍지 끼어 합장하시고 팔을 앞으로 내미신 채 앉아 계신다. 그분은 묵상하시는 것이다. 그분은 때때로 눈을 들어 주위를 둘러보시고 파란 하늘 거의 중천에 떠올라 있는 해를 쳐다보신다. 그분은 가끔 주위를 둘러보시고 하늘 쪽으로 눈을 들어 쳐다보신 다음 현기증이 나는 듯 눈을 감으시고 당신의 피난처가 되는 바위에 기대신다.

 

사탄의 추악한 얼굴이 나타난다. 사탄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처럼 뿔과 꼬리 따위를 가진 모습을 하고 있지는 않다. 그는 도미노 같이 생긴 커다란 겉옷을 걸친 베두인 사람처럼 보인다. 머리에는 터번을 쓰고 있는데 그 자락들이 뺨을 따라 어깨까지 내려와 어깨를 덮어 그 부위들을 보호한다. 그래서 그 얼굴에서는 얇고 뒤틀린 입술과 새까맣고 움푹 들어간, 흡인력 있는 빛이 가득한 두 눈만이 짙은 색의 작은 삼각형 모양으로 노출되어 있다. 두 눈은 사람의 마음 밑바닥까지 꿰뚫어 보고 읽지만 상대는 그 눈에서 아무 것도 읽을 수 없다. 한 마디로 수수께끼(mystery)다.

 

그것은 예수의 눈과는 정반대인데, 예수의 눈도 그 매력적인 신비한 힘으로 우리의 마음 속 깊이 파고들지만, 거기서는 사람들에 대한 사랑과 관대함이 있는 그 분의 마음을 우리가 읽을 수 있다. 예수의 눈은 사람의 영혼을 어루만지나, 사탄의 눈은 우리를 찌르고 태우는 양날의 단도이다.

 

사탄이 예수께 다가와 말한다.
 

“당신 혼자시오?”

 

예수께서는 그를 바라보시지만 대답하지는 않으신다.

 

“당신은 어떻게 여길 오셨소? 길을 잃으셨소?”

 

예수께서는 다시 그를 바라보시고 침묵하신다.

 

“내 호리병에 물이 있었으면 당신에게 드릴 텐데. 하지만 난 물이 없소. 내 말이 죽어서 여울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중이오. 거기서 나는 물을 마실 수 있을 거고, 나에게 빵을 줄 사람도 만날 수 있을 거요. 나는 길을 아오. 같이 갑시다. 내가 길을 인도하겠소.”

 

예수께서는 이제는 사탄을 거들떠보지도 않으신다.

 

“대답하지 않으시오? 여기 그대로 있으면 죽을 거라는 걸 당신은 아시오?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데 잠시 후면 폭풍우로 변할 거요. 갑시다.”

 

예수께서는 묵묵히 기도하시며 양손으로 깍지를 끼신다.

 

“아! 역시 당신이군요? 나는 오랫동안 당신을 찾았소. 그리고 오래전부터 나는 오래 전부터 당신을 살펴보고 있소. 당신이 세례 받았을 때부터지요. 당신은 영원한 분을 부르시오? 그 분은 아주 멀리 있소. 지금 당신은 이 세상에, 사람들 가운데 있소. 사람들은 내가 다스리고 있소. 난 당신이 안 됐다는 생각이 드오. 당신은 착하고 대가 없이 자신을 희생하러 왔기 때문에 나는 당신을 돕고 싶소.

 

당신이 착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당신을 미워할 거요. 사람들은 돈, 음식, 쾌락 밖에는 이해하지 못하오. 희생, 고통, 순종이라는 말은 그들에게는 이 주변의 땅보다 더 메마른 말이오. 그런 말들은 이 먼지보다 더 메마른 것이오. 여기에는 물려고 숨어 있는 뱀과 갈기갈기 찢어발길 재칼 밖에는 없소. 자, 갑시다. 사람들을 위해 고통당하는 것은 무익한 일이오. 나는 사람들을 당신이 아는 것보다 더 잘 아오.”

 

사탄은 예수 앞에 앉아 무서운 눈초리로 예수를 속속들이 살펴보며 뱀 같은 입으로 비웃는다.

 

“당신은 나를 믿지 않는군요. 당신은 틀렸소. 나는 이 세상의 지혜요. 나는 당신의 선생이 되어 승리하는 방법을 가르쳐 줄 수 있소. 이거 보시오. 중요한 것은 승리하는 것이오. 일단 세상 사람들에게 우리 자신을 강요하고, 그들을 사로잡은 다음에는 우리가 원하는 대로 어디든 그들을 끌고 갈 수 있는 거요. 그러나 일단은 그들이 원하는 대로 우리가 그들처럼 되어야 하오. 우리가 그들을 우러러보고 그들의 생각을 따른다고 믿게 해서 그들을 유혹해야 하오.

 

당신은 젊고 미남이니 먼저 여자와 함께 시작하시오. 우리는 항상 여자부터 시작해야 하는 거요. 내가 여자를 불복종하게 만든 것은 실수였소. 나는 여자에게는 달리 조언해야 했어요. 나는 여자를 더 좋은 도구를 만들어 하느님을 이길 수 있었을 거요. 나는 서둘렀소. 하지만 당신은! 나는 당신을 가르치고 싶소. 그 이유는 내가 언젠가 당신을 천사의 기쁨으로 쳐다볼 때가 있었는데, 그 기쁨의 파편이 여전히 나에게 남아 있기 때문이오. 당신은 내 말을 듣고, 내 경험을 활용하시오. 여자를 얻으시오. 당신이 성공하지 못하는 데서도 그 여자는 성공할 것이오. 당신은 새 아담이니 새 하와를 얻어야 하오.

 

어쨌거나 당신이 육체적인 감각의 병이 어떤 것인지를 알지 못한다면, 당신이 어떻게 그것을 이해하고 고칠 수 있겠소? 씨앗이 있는 곳에서는 그 씨앗으로부터 탐욕과 거만의 나무가 싹트는 줄을 당신은 모르시오? 왜 사람들은 지배하기를 원할까요? 왜 그들은 부유하고 권세를 갖기를 원할까요? 여자를 차지하기 위해서요. 여자는 종달새와 같소. 여자는 반짝이는 것에만 마음이 끌리오. 황금과 권력은 여자들의 마음을 끄는 거울의 양면이고 세상의 악의 원인이오. 보시오, 여러 가지 외양을 가진 천 개의 범죄 뒤에는 적어도 구백 개가 여자를 차지하고자 하는 정욕이나, 남자만으로는 아직 만족하지 못했거나 영원히 만족할 수 없는 욕망에 불타는 여자의 갈망에 뿌리를 내리고 있소. 인생이 어떤 것인지 알고 싶거든 여자에게로 가시오. 그런 다음에만 당신은 인류의 악을 치료하고 고칠 수 있을 거요.

 

여자는 아름답소! 세상에 그보다 더 멋진 것은 없소. 남자는 두뇌와 힘을 가졌소. 그러나 여자는! 여자의 생각은 향수와 같고, 여자와의 접촉은 꽃이 애무하는 것과 같소. 여자의 우아함은 취하게 하는 포도주와 같고, 그녀의 약함은 남자의 손 안에 들어 있는 비단 실타래나 아기의 곱슬곱슬하게 말린 머리털 같소. 여자의 애무는 우리 힘에 전달되어 그것을 불 질러 놓는 힘이오. 남자가 여자 곁에 누우면 고통, 피로, 근심이 잊혀지오. 우리 품안에서 여자는 꽃다발과 같소.

 

하지만 난 참 바보로군요! 당신은 지금 시장한데, 나는 여자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말이오. 당신은 기력이 다 소진되었소. 그런 이유로 땅의 이 향기, 우주의 이 꽃, 사랑을 주고 또 일으키는 이 실과가 당신에게는 무가치한 것으로 보이는 거요. 하지만 지는 햇빛을 받아 금빛으로 반짝이는 이 돌들이 얼마나 둥글고 매끄러운지 보시오. 꼭 빵 같지 않소? 하느님의 아들인 당신이니, ‘내가 원한다’고 말하기만 하면, 이 시간에 주부들이 가족들을 위한 식탁에 내 놓으려고 화덕에서 꺼내는 것과 같은 맛있는 냄새가 나는 빵같이 될 거요. 당신이 원하기만 한다면 메마른 저 아카시아 나무에도 꿀처럼 단 대추야자와 맛있는 과일들이 주렁주렁 달릴 수 있지 않겠소? 하느님의 아들, 실컷 잡수시오. 당신은 이 땅의 주인이니 이 땅은 당신 발아래 엎디어 당신의 허기를 달래 줄 거요.

 

빵에 관한 말만 듣고서도 당신의 얼굴이 얼마나 창백해지고 휘청거리는지 아시오? 불쌍한 예수! 당신은 기적도 행할 수 없을 정도로 약해졌소? 당신을 위해 내가 기적을 행할까요? 나는 당신 수준에까지는 미치지 못하지만 나도 무언가를 할 수는 있소. 나는 일 년 내내 힘쓰는 일을 포기하고 그 힘을 죄다 모으겠소. 하지만 당신은 착하고, 내가 이제는 당신을 내 하느님이라고 부를 자격을 잃었지만 그래도 당신은 여전히 내 하느님이기 때문에 당신께 봉사하고 싶소. 내가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당신 기도로 도와주시오.”

 

“입 다물어라. ‘사람이 빵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산다.’”

 

마귀가 분노하기 시작한다. 그는 이를 갈고 주먹을 불끈 쥔다. 그러나 그는 자제하고, 악문 입 대신 미소를 지어 보인다.

 

“알겠소. 당신은 이 세상의 필요들을 초월해 있고, 나를 활용하는 것에 혐오감을 느낀다는 말이지요? 나는 그런 취급을 받아 마땅하오. 하지만, 그렇다면 이리 와서 하느님의 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보시오. 사제들이 얼마나 영혼과 육체 사이에서 타협하기를 거절하지 않는지 보시오. 결국 그들도 사람이지 천사가 아니지요.

 

영적인 기적 하나를 행하시오. 내가 당신을 성전 첨탑으로 데리고 갈 테니 그 위에서 놀랍도록 아름답게 변모하시오. 그런 다음 천사들의 무리들을 불러 날개들을 서로 연결해서 당신의 발을 놓을 발판을 만들고, 그렇게 해서 당신을 큰 마당에 내려가게 하라고 말하시오. 그래서 사람들이 당신을 보고 하느님이 계신다는 것을 기억하게 하시오. 사람은 기억력이 약하고 특히 영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더욱 그러하니 때때로 자기 자신을 드러내야 하오. 당신에게 발판을 마련해 주고 당신이 내려갈 수 있도록 사다리를 만들어 주는 것을 천사들이 얼마나 기뻐할지 당신은 상상할 수 있지요.”

 

“‘주님이신 네 하느님을 시험하지 마라’는 말씀도 성경에 있다.”

 

“당신의 발현이 아무것도 바꾸지 못할 것이고, 성전은 계속 부패로 가득 찬 장터로 남아 있으리라는 것을 당신도 아는군요. 성전에 있는 사제들의 마음이 권력을 잡기 위해서 서로 잡아먹는 독사의 소굴이라는 것을 하느님인 당신의 지혜가 알고 있는 거지요. 그들은 오로지 인간의 권력에만 복종하지요.

 

좋소, 그럼 이리 와 나에게 경배하시오. 내가 당신에게 이 세상을 주겠소. 알렉산르로스, 키루스, 카이사르 따위 과거의 모든 가장 위대했던 정복자들이나 아직도 살아 있는 모든 위대한 정복자들도, 당신의 왕권 아래 이 세상의 모든 나라들을 다스리고, 왕국들과 더불어 이 세상의 모든 부, 광휘, 여자들, 말들, 군사들, 신전들을 가질 당신과 비교하면 초라한 대상의 두목들과 진배없는 거요. 당신이 왕 중의 왕과 세상의 지배자가 된다면 당신은 당신의 표를 어디에나 세울 수 있을 거요. 그 때에는 백성과 사제들이 당신에게 복종하고 당신을 존경할거요. 당신이 강한 자, 유일한 자, 지배자일 것이기 때문에 모든 계급의 사람들이 당신을 공경하고 섬길 거요.

 

잠깐만 나에게 경배하시오! 경배 받고 싶어 하는 나의 갈망을 채워 주시오! 그 갈망이 나를 파멸시켰는데, 여전히 나에게 남아 있어서 나를 불태우고 있소. 내 속을 태우는 이 맹렬한 갈망에 비하면 지옥의 불길은 상쾌한 아침의 산들바람과 같소. 이 갈증, 그것이 내 지옥이오. 그리스도여, 한 순간, 단한 한순간만! 오, 착한 당신, 영원히 고통당하는 자에게 한 순간의 기쁨을! 하느님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맛보게 해 주시오. 그러면 당신의 일생과 당신의 모든 사업을 위해 당신에게 충실하고 노예처럼 복종하겠소. 한 순간, 오직 한순간만, 그러면 다시는 당신을 괴롭히지 않겠소!”
 

사탄은 무릎 꿇고 간청한다.

 

반대로 예수께서는 일어서신다. 그분은 여러 날 동안의 단식 후여서 야위셨고 키가 한층 더 커진 것 같다. 그분의 얼굴은 몹시 준엄하고 강력하다. 그분의 눈은 불꽃을 내뿜는 사파이어 같다.

 

“사탄아, 물러가라! 성경에 ‘주님이신 너희 하느님을 경배하고 그분만을 섬겨라’고 쓰여 있다.”

 

예수께서 말씀하실 때, 그분의 목소리는 바위가 움푹하게 된 곳에서 메아리를 일으키고 바위들과 황량한 땅에 울리는 천둥소리와도 같다.

 

사탄은 무서운 고통과 형언할 수 없는 증오의 외침과 함께 펄쩍 뛰어 일어나는데, 분노를 터뜨리는 흐릿한 그 모습이 무시무시하다. 그는 마지막 저주의 외침을 남기고 사라진다.

 

예수께서는 피곤하셔서 바위에 기대 앉아 머리를 뒤로 젖히신다. 기진맥진하신 것 같다. 예수께서 땀을 흘리시자 천사들이 날갯짓으로 동굴 안의 숨 막힐 것 같은 공기를 갈아 깨끗하게 하고 시원하게 한다. 예수께서는 눈을 뜨시고 미소 지으신다. 나는 예수께서 음식을 드시는 것을 보지 못하였다. 그분은 천국의 향기로 영양을 취하시고, 그것으로 원기를 회복하신 것 같다.

 

해가 지고 날이 빨리 어두워지는데, 그분의 위에서 날며 부드러운 빛을 내는 천사들이 시중을 드는 가운데 예수께서는 빈 배낭을 집어 드시고 동쪽 아니 동북쪽을 향해 가신다. 예수께서는 평상시의 얼굴 표정을 다시 찾으셨고, 걸음걸이는 침착하시다. 그분에게 남아 있는 오랜 동안의 단식의 흔적이라고는 야위고 창백한 얼굴과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기쁨에 사로잡혀 있는 눈과 더불어 더 고행자다운 표정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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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께서 말씀하신다.

 

“어제는 내 뜻인 힘이 너에게 없었고, 따라서 너는 반쯤 죽어 있었다. 나는 네 몸을 쉬게 하였고, 너에게 괴롭게 여겨지는 유일한 단식재 즉 내 말을 듣지 못하는 단식재를 지키게 하였다. 가엾은 마리아! 너는 재의 수요일을 지킨 것이다. 너는 네 선생님과 함께 있지 못하였기 때문에 모든 것에서 재의 맛을 느꼈다. 나는 내가 거기 있다는 것을 네가 느끼게 하지는 않았지만 거기 있었다.

 

우리 고통은 상호적이기 때문에 오늘 아침 네가 잠을 어렴풋이 깼을 때 내가 너에게 속삭였다.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 저희에게 평화를 주소서(Agnus dei qui tollis peccata mundi, dona nobis pacem).’ 나는 너에게 이 말을 여러 번 되풀이하게 하였고, 나도 너에게 여러 번 되풀이하였다. 너는 내가 이 주제에 대하여 말할 것으로 생각하였으나 그렇지 않았다. 먼저 내가 너에게 보여주었고 그에 대하여 내가 이제 설명하여 줄 주제에 대하여 설명하겠다. 그런 다음 오늘 저녁에는 이 다른 주제를 설명해 주겠다.

 

네가 본 바와 같이, 친절은 사탄이 자신을 드러낼 때 항상 쓰는 가면이다. 그는 보통사람처럼 보인다. 영혼들이 주의 깊고, 특히 하느님과의 영적 접촉 안에 있으면, 그들은 경고신호를 감지하여 조심하고 마귀의 계략과 싸우기 위해 준비한다. 그러나 영혼들이 하느님의 일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그들을 압도하는 관능성으로 인하여 하느님과 분리되어, 그들을 하느님과 결합시키고 하느님의 힘을 사람들의 마음속으로 흘러 들어가게 하는 기도의 도움을 받지 못하게 되고, 그리하여 그들은 무해한 것처럼 보이는 겉모습 속에 숨어 있는 함정을 알아차리기가 어렵고, 그래서 그들은 덫에 빠진다. 그렇게 되면 그들이 자유롭게 되기는 매우 어렵다.

 

사탄이 영혼들에게 도달하기 위하여 가장 일반적으로 쓰는 두 가지 길은 관능적인 유혹과 탐식이다. 마귀는 항상 인성의 물질적인 면에서부터 시작한다. 물질적인 면을 부수고 굴복시킨 다음에는 영적인 차원으로 공격해 들어간다.

 

그는 우선 정신적인 면을 공격하는데, 그의 교만과 탐욕으로 생각을 공격하고, 그 다음에는 영혼을 공격하여 하느님에 대한 사랑―하느님의 사랑 대신 다른 인간적인 사랑들을 갖다 놓으면, 하느님에 대한 사랑은 없어지고 만다―뿐 아니라 하느님에 대한 두려움까지도 없앤다. 그렇게 되면 사람은 자기가 원하는 것을 즐기고 점점 더 즐기기 위하여 몸과 마음을 사탄에게 넘겨주게 된다.

 

내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너는 보았지. 침묵과 기도이다. 침묵. 사탄이 유혹하려고 우리 주위에서 어른거리면, 어리석은 조급함이나 비겁한 공포를 가지지 말고 그 상황을 견뎌내야 한다. 그가 나타나면 단호하게 반응해야 하고, 그의 유혹에는 기도로 저항해야 한다.

 

사탄과 토론하는 것은 무익한 일이다. 사탄은 논리에 능하기 때문에 그가 너를 이길 것이다. 그를 이길 수 있는 것은 하느님밖에 없다. 그러므로 너희를 위하여, 너희를 통하여 말씀하시는 하느님께 도움을 청해야 하고, 종이에 쓰이거나 나무에 새겨진 것이 아닌, 마음에 쓰이고 새겨진 그 이름과 그 표를 사탄에게 보여 주어야 한다. 내 이름과 내 표를 말이다. 사탄이 자기가 하느님과 같다고 암시할 때에만 하느님의 말씀을 써서 대꾸해야 할 것이다. 사탄은 하느님의 말씀을 견디어내지 못한다.

 

그렇게 하면 싸움이 끝난 다음 승리가 오고, 천사들이 승리자의 시중을 들고 사탄의 증오에 대하여 보호해 준다. 천사들은 하늘의 이슬과 충실한 아들의 마음에 듬뿍 부어 주는 은총과 그의 영혼을 애무하는 축복으로 그를 회복시켜 준다.

우리는 사탄을 이기겠다는 의지와, 하느님과 그분의 도우심에 대한 믿음과, 기도의 힘과 주의 관대하심에 대한 믿음을 가져야 한다. 우리가 그렇게 한다면 사탄이 우리에게 해를 끼칠 수 없다.

 

잘 있어라. 오늘 저녁 나머지 부분을 마저 보여 주어 너를  기쁘게 해 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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