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때문에 들른 16일 오후 2시경 경남 양산 통도사 인근에 있는 마을 앞 둠벙쪽에 노루 한 마리가 보입니다. 어린 개체 같습니다.
한 낮에 노루를 목격하니 이곳이 깊은 산중이라는 생각이 새삼 마음에 새겨 집니다.
하지만 이 같은 목가적인 풍경은 곧 깨졌습니다. 아기 노루가 슬프게 울면서 방황을 하기 시작했기 때문 입니다.
살면서 노루의 울음 소리는 처음 입니다. 어쩌면 공포스럽기까지 합니다. 인기척이라고는 없는 산골마을에 난생 처음 듣는 괴성이 울려퍼지고 있었습니다.
아기 노루가 둠벙을 벗어난 후 도로를 건너 통도사가 있는 영축산 쪽으로 가려고 했지만 그것이 불가능 하면서 슬피 울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원인은 도로를 따라 길게 펜스가 쳐져 있었기 때문 입니다. 펜스는 그 끝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기 노루는 몇 차례 시도끝에 펜스를 넘는걸 포기하고는 겁에 잔뜩 질린채 둠벙옆 수초 사이에 숨어서 계속해서 슬픈 소리를 지르고 있었습니다.
아기 노루를 지켜 보는 가운데 기다리던 택시가 도착해 올라 탔습니다.
울산역으로 가달라고 말한 후 아기 노루 얘기를 건네다 보니 그 녀석이 왜 구슬프게 울 수 밖에 없었던지 짐작케 됩니다.
원인은 바로 인간의 이기심 때문 이었습니다.
택시기사는 통도사에서 인근 마을 주민들과 경계를 놓고 다툼이 일자 경내 부지를 따라 펜스를 둘러 쳐서 그런일이 벌어진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즉 그 분의 추측으로는 아기노루가 먹이 활동을 하던중 펜스 중간에 있는 어느 틈으로 나왔다는 것 입니다. 이후 다시 보금자리나 엄마 노루가 있는 산속으로 돌아가려고 했지만 그 길을 찾지 못하자 겁에 질려서 울고 있을 것 같다는 추론이었습니다.
넓디 넓은 산속에서 인간이 자신의 땅이라며 길고도 높디 높은 펜스를 세울때 생명의 존중을 생각했던 부처님의 자비심을 헤아리기는 했을까요?
제가 보기에는 쌓아 올린 그 펜스의 높이 만큼이나 또 길이 만큼이나 마을 사람들의 마음속 벽도 같이 높아졌을것 같은데 말입니다.
아기 노루가 로드킬이나 마을 개들에게 위해를 당하지 않고 무사히 자신의 보금자리와 엄마 노루가 있는 산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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