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과 야고보가 베드로에게 메시아에 대하여 말하다

[발또르따의 예수 이야기-48]

강명준 변호사 | 기사입력 2018/06/17 [18:30]

요한과 야고보가 베드로에게 메시아에 대하여 말하다

[발또르따의 예수 이야기-48]

강명준 변호사 | 입력 : 2018/06/17 [18:30]

 [번역 강명준 변호사  편집 추광규 기자]

 

 

 

 

 

1944. 10. 12.

 

아주 맑은 새벽의 갈릴래아 호수다. 하늘과 물이 장밋빛으로 반짝이는데, 그 색깔이 호숫가 자그마한 마을 작은 과수원들의 담장 위의 연한 장밋빛과 비슷하다. 과수원들에는 과일나무들이 눈에 띄게 우뚝우뚝 솟아 있고, 어지럽게 뻗은 가지들과 잎이 골목길 위로 드리워져 있다.

 

마을은 막 잠에서 깨어나고 있다. 여인들은 샘터나 빨래터로 나가기 시작하고, 어떤 어부들은 배에서 생선 바구니를 내리거나 다른 마을에서 온 장사꾼들과 큰소리로 떠들고, 다른 어부들은 생선을 집으로 가져간다. 마을이라고 말하였지만 그리 작지도 않다. 적어도 나에게 보이는 쪽은 그리 크지 않지만 사실은 넓은데, 마을의 대부분이 호수를 끼고 길게 뻗어 있다.

 

요한이 어떤 골목길에서 나와 호수를 향하여 빠르게 걸어간다. 야고보가 그를 뒤따라가는데 발걸음이 훨씬 더 침착하다. 요한은 호숫가에 정박해 있는 배들을 바라보는데, 그가 찾는 배는 발견하지 못한다. 그는 호숫가에서 아직 수백 미터 떨어져 있는 배에서 노 젓는 사람들이 그 배를 호숫가에 대려고 조종하고 있는 것을 보고, 양손을 메가폰처럼 입에 대고 아주 큰소리로 길게 “오! 에!” 하고 길게 소리 질러 그들을 부른다. 늘 그렇게 부르는 모양이다. 그러다가 뱃사람들이 자기의 목소리를 들었다는 것을 알게 되자 ‘오세요. 와’ 하는 뜻으로 두 팔로 커다랗게 몸짓을 한다.

 

배에 있는 사람들은 영문을 모른 채 노를 저어 속력을 낸다. 그러면서 아마 배가 더 빨리 나아가게 하려고 그러는지 돛을 내리는데 배는 돛을 달고 오는 것보다 더 빨리 전진한다. 호숫가에서 약 10미터쯤까지 다가왔을 때 요한은 더 기다리지 못하고 겉옷과 긴 속옷을 벗어 모래톱에 던진 다음 샌들을 벗고 아랫도리를 한손으로 치켜 사타구니 언저리까지 끌어올린 채 물로 들어가 뱃사람들을 마중 나간다.

 

“자네들 두 사람은 왜 안 왔어?”


안드레아가 묻는다. 베드로는 시큰둥한 채 아예 한 마디도 말하지 않는다.

 

“그럼 자네는 왜 나랑 야고보와 함께 오지 않았나?”


요한이 안드레아에게 대답한다.

 

“난 고기 잡으러 갔었지. 낭비할 시간이 없어. 자넨 어떤 사람과 함께 사라졌었지.”

“내가 자네더러 오라고 눈짓했었지. 바로 그분이야. 자네가 그분의 말씀을 들었더라면! 우리는 하루 종일, 그리고 어제 밤늦게까지 그분과 함께 있었어. 지금 나는 자네들에게 함께 가자고 말하려고 왔어.”

 

“틀림없이 그분이야? 확실한가? 우리는 그때 세례자가 그분을 가리켰을 때 그 분을 보았을 뿐이잖아.”

“그분이야. 그분도 그걸 부인하지 않으셨어.”

 

“누구나 얼간이들에게 자기를 인정하게 하기 위해서 쉽게 말할 수도 있는 거야. 그런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야.”


베드로가 불만스럽게 투덜댄다.

 

“오! 시몬! 그렇게 말하지 마! 그분은 메시아야! 그분은 무엇이든 다 아셔! 자네 말도 듣고 계셔.”


요한이 시몬 베드로의 말에 언짢아하며 속상해한다.

 

“확실해? 메시아 맞아? 너와 야고보와 안드레아에게 나타났단 말이지! 비천하고 무식한 세 어부에게 말이야! 메시아에게는 분명히 다른 사람들이 필요하실 거야! 그분이 내 말을 듣는다고? 가엾은 젊은이. 이리 오기나 해! 초봄의 볕을 쬐니 머리가 이상해진 게로구먼. 자, 이리 와서 일이나 해. 그게 훨씬 나아. 그런 동화 같은 이야기는 잊어 버려.”

 

“분명히 말하는데 그분은 메시아야. 요한은 거룩한 것을 말했지만, 그분은 하느님을 말씀하셨어. 그리스도가 아닌 사람은 그런 말을 할 수가 없어.”

 

“시몬, 나는 어린아이가 아닐세. 나는 나이 들었고, 침착하고 신중하네. 자네도 그걸 알지. 나는 말은 별로 많이 하지 않았지만, 하느님의 어린양과 함께 있었던 그 여러 시간 동안에 많은 말씀을 들었네. 내가 분명히 말하는데 그분이 메시아이실 수밖에 없어. 자넨 왜 믿지 않나? 왜 믿으려 하지 않는 건가? 자네는 그분의 말씀을 듣지 않았으니까 믿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믿네.

 

우리가 비천하고 무식하다고? 그래, 그분은 하느님의 왕국의, 평화의 왕국의 기쁜 소식을 높은 사람들에게 전하기 전에 가난하고 비천하고 작은 사람들에게 전하러 오셨다고 말씀하셨어. 그분은 말씀하셨어. ‘큰 자들은 이미 자기들의 즐거움을 가졌다. 하지만 그 즐거움은 내가 가지고 온 즐거움에 비하면 부러워할만한 것이 못된다. 큰 자들은 자기들의 교양을 통하여 이미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나는 이스라엘과 세상의 ‘작은’ 자들에게로, 울고 바라는 사람들에게로, ‘빛’을 찾고 참된 만나에 주린 자들에게로 간다. 학자들은 그들에게 빛과 양식을 주지 않고, 오직 무거운 짐과 어둠과 속박과 멸시만을 준다.

 

나는 ‘작은’ 자들을 부른다. 나는 세상을 뒤집어엎으려고 왔다. 내가 지금 높은 것은 낮추고, 지금 업신여김 받는 것은 높일 터이니 말이다. 진리와 평화를 원하는 사람, 영원한 생명을 원하는 사람은 나에게로 오너라. 빛을 사랑하는 사람은 나에게로 오너라. 나는 세상의 빛이다.’ 요한, 그분이 이렇게 말씀하셨지?”


야고보가 온유한 목소리로 조용히 말한다.

 

“그래. 그분은 또 말씀하셨어. ‘상류 사회는 악덕과 우상숭배로 타락하였기 때문에 나를 사랑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 세상은 나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 이유는 세상이 암흑의 아들이므로 빛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세상은 상류사회로만 이루어져 있지는 않다. 세상에 섞여 있으면서도 세상에 속해 있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세상에 속해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이유는 그들이 그물에 걸린 고기들처럼 세상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그분은 정확히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까닭은 그분이 호숫가에서 물고기가 들어 있는 그물을 기슭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가리키시면서 말씀하셨기 때문이야.

 

그분은 또 말씀하셨어. ‘이 고기들 중 어떤 고기도 그물에 걸리기를 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들도 일부러 맘몬(Mammon)의 먹이가 되기를 원치 않을 것이다. 눈을 어둡게 하는 교만으로 인하여 자기들이 하고 있는 것을 할 권리가 없다고 믿지 않는 가장 악한 사람들도 그렇다. 그들의 진짜 죄는 교만이다. 다른 모든 죄는 교만으로부터 생겨난다. 그러나 완전히 악하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맘몬에게 예속되기를 원치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경솔함으로 인하여, 그들을 밑바닥으로 끌어가는 아담의 죄라는 무거운 짐으로 인하여 그렇게 된다. 나는 이 죄를 없애기 위하여 왔고, 구속의 때를 기다리는 동안 나를 믿는 사람들에게 그들을 붙잡아 매고 있는 덫으로부터 자기 자신을 해방시키고 세상의 빛인 나를 따를 수 있는 힘을 주기 위하여 왔다.’”

 

“그래 그렇다면, 만일 그분이 정확히 그렇게 말했다면, 우린 즉시 그분에게 가야 해.”

 

베드로는 내가 아주 좋아하는 아주 진솔한 충동으로 즉시 결정하고, 이미 호숫가에 도착한 배에서 짐을 내리는 일을 서둘러 끝냄으로써 즉각 그 결정을 실행에 옮긴다. 어부들이 그물과 밧줄과 돛들을 내리고 배를 뭍으로 올리는 일을 거의 끝냈다.

 

“그런데 너 멍청한 안드레아, 너는 왜 그들과 함께 가지 않았었니?”

 

“하지만 시몬 형은 이 사람들을 설득해서 데려오지 않았다고 나를 나무라면서 밤새껏 불평해 놓고는 지금은 내가 함께 가지 않았다고 나무라는 거야?”

 

“네 말이 맞다. 하지만 나는 그분을 못 뵀거든. 너는 뵀잖아. 너는 그분이 우리 같지 않다는 걸 알았을 거야. 그분에게는 무언가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을 거야!”


요한이 말한다.

 

“오! 그래. 그분의 얼굴! 그분의 눈! 얼마나 아름다운 눈이었어, 야고보? 그리고 그분의 목소리는! 오! 얼마나 감미로운지! 그분이 말씀하실 땐 하늘나라 꿈을 꾸는 것 같아.”

 

“서둘러, 빨리 가서 그분을 만나세. 너희는 이걸 전부 제베대오 아저씨에게 가져다 드리고 알아서 하시라고 말씀드려라. 우리는 오늘 저녁에 시간 맞춰 돌아와서 고기잡이하러 갈 거야.”

 

그들은 모두 옷을 갈아입고 출발한다. 그런데 베드로는 몇 미터를 가다가 걸음을 멈추고 요한의 팔을 붙잡으며 묻는다.


“자넨 그분이 모든 것을 아시고 모든 것을 들으신다고 말했지?”

 

“그래, 그렇게 말했어, 달이 중천에 뜬 것을 보고 내가 ‘시몬은 지금 뭘 하고 있을까?’ 하고 말했더니, 그분이 말씀하셨어. ‘시몬은 지금 그물을 치고 있는 중인데, 고기가 이렇게 잘 잡히는 밤에 너희가 자매선을 타고 나가지 않아서 그 일을 자기들끼리만 하게 되었기 때문에 짜증을 내고 있다. 그는 자기가 머지않아 다른 그물을 가지고 고기잡이를 하고 다른 고기들을 잡으리라는 것을 모르고 있다.’”

 

“오 주님! 족집게시네! 그럼 그분은 내가 그분을 거의 거짓말쟁이로 취급했다는 것도 알아차렸겠구먼. 아이고, 난 그분에게 갈 수 없네.”

 

“오! 그분은 아주 착하셔. 그분은 형이 그 생각을 가졌었다는 걸 분명히 알고 계셔. 그걸 이미 알고 계셨어. 사실 우리가 그분을 떠날 때 형을 찾아간다고 말했더니 그분이 말씀하셨어. ‘가 보아라, 그러나 처음의 비웃는 말에 실망하지 마라. 나와 함께 가기를 원하는 사람은 세상 사람들의 비웃음과 부모의 금지에 정면으로 대항할 줄 알아야 한다. 나는 혈연과 사회보다 높고, 내가 그것들을 이기기 때문이다. 나와 함께 있는 사람은 영원히 승리할 것이다.’ 그분은 또 말씀하셨어. ‘두려워하지 말고 말해라. 그는 착한 뜻을 가진 사람이니 너희 말을 듣고 나에게 올 것이다.’”

 

“그렇게 말씀하셨어? 그럼 가겠네. 말해 주게, 가는 동안에 그분 이야기를 더 해 주게. 그분은 어디 계신가?”

 

“그분은 초라한 집에 계셔. 그건 아마 친구들의 집일 거야.”

 

“그분은 가난하신가?”

“나자렛의 장인(匠人)이라고 말씀하셨어.”

 

“그분이 더 이상 일하지 않으신다면 어떻게 사시나?”

“그건 여쭈어 보지 않았어. 아마 친척들이 도와 드리겠지.”

 

“생선이나 빵이나 과일 따위를 좀 가져가는 게 나았을 텐데. 우리가 선생님에게 여쭈어 보려고 가는데, 그분은 틀림없이 라삐 같고, 라삐보다 더한 분인데, 우린 빈손으로 간단 말이야! 우리 라삐들은 빈손으로 가는 걸 좋아하지 않잖아.”

 

“그분은 다르셔. 우리는 야고보와 내가 가진 것을 다 털어보니 겨우 20데나리온이 되었어. 우린 라삐를 대하는 관습대로 그걸 그분께 드렸는데 그분은 받지 않으셨어. 우리가 받으시라고 계속 간청하자 ‘하느님께서 그것을 가난한 이들의 축복으로 너희에게 갚아 주시기 바란다. 나와 함께 가자.’ 하시고는 그 돈을 어떤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셨어. 그들의 집을 알고 계시더군.

 

우린 그분께 여쭤 봤지. ‘선생님은 당신 자신을 위해 아무것도 가지지 않으십니까?’ 그분이 대답하셨어. ‘하느님의 뜻을 행하고, 그분의 영광을 위하여 섬기는 기쁨’을 가진다.’ 우리는 또 말씀드렸지. ‘선생님은 저희를 부르시지만, 저희 모두는 가난합니다. 저희는 선생님께 무엇을 드려야 합니까?’ 그러자 그분은 우리에게 천국의 기쁨을 맛보게 하는 미소를 지으시면서 대답하셨어. ‘나는 너희로부터 큰 보물을 받기를 원한다.’ 우린 대답했지. ‘하지만 저희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데요.’
 
그분이 대답하셨어. 그것은 ‘일곱 가지 이름을 가진 보물(a treasure with seven names)인데, 가장 가난한 사람도 가질 수 있는 반면 부자라도 가지지 못할 수 있는 보물이다. 너희는 그것을 가지고 있는데, 나는 그것을 원한다. 그 이름을 들어 보아라. 사랑, 믿음, 착한 뜻, 옳은 의향, 절제, 성실성, 희생정신(spirit of sacrifice)이다. 이것이 내가 나를 따르는 사람들에게 원하는 것이다. 나는 그것만을 원하는데 너희는 그것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마치 겨울에 밭이랑에 떨어진 씨앗처럼 잠자고 있지만 봄의 햇빛이 거기서 일곱 이삭이 나오게 할 것이다.’”

 

“아! 이제 나는 그분이 진짜 라삐고, 언약된 메시아라고 확신하네. 그분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혹하지 않으시고, 돈을 요구하지 않으시는구먼. 이것만으로도 그분을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라고 말하기에 충분해. 안심하고 가세.”

 

이것으로 모든 것이 끝난다.

 

원본 글 바로가기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
종교 많이 본 기사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