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민운동가 최인기 사진집 ‘청계천 사람들’

추광규 기자 | 기사입력 2018/06/26 [17:52]

빈민운동가 최인기 사진집 ‘청계천 사람들’

추광규 기자 | 입력 : 2018/06/26 [17:52]

빈민활동가이자 사진가인 최인기가 ‘청계천 사람들, 삶과 투쟁의 공간으로서의 청계천’(이하 『청계천 사람들』)이라는 사진책을 펴냈다. 이번 사진책은 ‘청계천 복원 사업’으로 강제 이주된 노점상들, 청계천 변의 사람들의 모습을 담고있으며, 청계천 젠트리피케이션 과정을 지켜 보고 청계천과 동대문디자인파크 건립 과정을 기록하여 책을 낸 리슨투더시티에서 기획 및 출판을 맡았다.

 

 

 

 

◆최인기와 청계천, 그리고 동대문 운동장

 

최인기는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청계천 삼일아파트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다. 1987년부터는 청계천에서 보석세공노동자로 일하며 사회의 부조리함에 눈뜨게 됐고, 그 후 청년운동과 빈민운동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으며 현재는 민주노점상전국연합과 전국철거민연합으로 결성된 빈민해방실천연대 수석부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다.

 

2003년 청계천 복원사업을 이유로 천 오백여 노점상이 단 7개월 만에 삶터인 청계천에서 폭력적 강제 퇴거를 당했고, 그들은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다. 최인기는 이 무렵, 청계천에서 빈민운동을 해오신 노무라 모토유키 목사님께 카메라를 선물 받아 청계천변의 모습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청계천에서 쫓겨난 노점상들은 2004년 동대문 운동장 한쪽에 겨우 자리를 잡았지만 2007년 당시 오세훈 서울 시장이 당선 되면서 동대문디자인파크 사업을 발표했고, 노점상인들은 또 다시 폭력적으로 성동기계공고 앞으로 강제 이주 되었다.  

 

삶터에서 내몰린 사람들과 함께한 운동가이자 사진가인 최인기는 서울의 가난한 자들의 역사를 다룬 중요한 책 『가난의 시대』를 펴내기도 했다. 최인기는 현장을 지키며 카메라를 드는 이유를 ‘더불어 사는 사회, 차별 없는 사회’를 희망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2003년부터 청계천 주변을 지속적으로 기록하고 있으며, 본인이 함께 연대하고 있는 도시 노점상들의 모습과 도시에서 일어나는 재개발과 젠트리피케이션에 맞서 도시권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기록하고 있다.

 

 

 

 

 

 

 

 

◆ 청계천 젠트리피케이션을 이해하기

 

청계천 복원 사업은 고가도로 건설로 복개된 청계천을 복원하기 위해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추진한 약 3,650억원의 세금이 투자된 대형 토목공사이다.

 

청계천은 조선 시대 부터 서울의 중심이었고 천변에는 주로 서민들이 많이 살았다. 일제 강점기를 지나 전후를 지나 70년대 초까지는 토막촌과 판자촌이 있었고 을지로와 청계천 변에는 다양한 철물 부품 산업, 전자 산업, 소공장들이 자리잡았다. 또 다양한 물건을 파는 벼룩시장이 청계고가도로를 중심으로 형성 되었고, 1500여 명의 노점상이 운집한 서민 문화의 메카와 같은 곳이었다.

 

 

 

 

그런데 이명박 전 서울 시장이 당선되면서 청계천을 개발하기로 발표했고, 상인들과 노점상인들에 대한 제대로 된 이주 대책이 없이 빠른 속도로 개발을 추진하였다. 상인들과 노점상인들이 청계천 사업을 강력히 반대하자 2003년 7월 15일 청계천 노점 철거를 하지 않겠다고 발표 했지만, 제대로 된 합의도 없이 11월 30일 일요일 새벽에 1500여 노점상이 전투경찰 5000여명, 공무원과 용역 3000여명에 의해 폭력적으로 철거 되었다.  

 

혹자는 청계천을 지속가능한 개발이라고 하지만, 청계천 개발은 부동산 개발 사업일 뿐 생태 복원과 문화재 복원 측면에서 모두 실패한 사업이다. 청계천 복원은 청계천의 본래 물줄기를 살린 것이 아니라, 개천 바닥에 콘크리트를 깔고 그 위에 수돗물을 흘려보내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생태 복원이라 할 수 없다.

 

 

 

 

또 주변 우수가 바로 청계천으로 유입되기 때문에 비가 많이 올 때 수문이 갑자기 열려 사람들이 고립되기도 한다. 청계천 복원 제 1의 목표는 수표교와 광교 복원이었으나 수표교와 광교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복원하지 못했다. 원래 청계천은 상류가 좁고 하류로 가면서 넓어지는데, 청계천 복원 사업은 그 설계를 반대로 했기 때문이다. 복원 당시 발견된 석축은 10년이 지난 현재까지 아직 방치 되어 있다.

 

청계천변의 젠트리피케이션은 현재 진행형이다. 청계천 개발시 고도제한이 90m에서 110m로 완화되면서 대기업들이 새로 건물을 짓기 시작했으며, 이 때 뇌물을 수수한 양윤재 부시장은 5년 실형을 선고 받았다.

 

 

 

 

 

높은 건물들은 청계천 1,2가를 너머 청계 3가까지 뻗어 나가고 있다. 청계천-을지로의 도심 산업 단지는 치솟는 땅값에 점점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최인기는 청계천 1가에서 8가까지 천변에서 사람들을 담아 주었던 공간, 그 공간을 전유하는 노점상인들, 그리고 시간과 공간이 뒤섞여버린 청계천의 모습을 담으며 도시란 균질한 얼굴을 가진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존재들이 삶을 만들어가는 공간임을 드러낸다.

 

 

 

이 책은 도시를 자본축적의 도구로만 바라보고 이해하려는 도시 주류 역사에 저항해온 사람들의 역사책이자, 시간의 이미지를 부여잡은 책이다. 도시 공간의 공공성은 권력 있는 한 두 사람에 의해 구성 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존재들이 함께 자기 이야기를 펼칠 수 있을 때 성립할 수 있다. 이제 우리 도시는 노점상, 그리고 낡은 청계천과 을지로의 골목이 우리의 문화 일부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시간의 겹침과 다양성을 인정하는 포용의 도시가 되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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