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재기' 숨지기 1시간전 마지막 남긴 말은

추광규 기자 | 기사입력 2018/07/10 [15:58]

'성재기' 숨지기 1시간전 마지막 남긴 말은

추광규 기자 | 입력 : 2018/07/10 [15:58]

고 성재기 남성인권 연대 대표가 새삼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 7일 서울 혜화역에서 개최된 ‘제3회 불법촬영 편파 수사 규탄 시위’에서 “재기하라”는 구호가 등장하면서다.

 

구호는 집회 참가자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3일 국무회의 발언을 비판하면서 주최 측은 ‘곰’이라고 적힌 피켓을 든 여성참가자를 무릎 꿇리면서 “재기해”라고 외치면서다. 즉 ‘문재인 재기해’라는 구호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자살을 하라는 극단적 표현이었다는 것.

 

5년만에 고 성재기의 퍼포먼스 직전의 상황을 그리는 것은 그의 진의가 몇몇 남성혐오자들에 의해 왜곡되지 않기를 바래서다.

 

▲ 고 성재기 대표가 투신하기 약 1시간여전 사진이다.     ©추광규 기자

 

 

◆조국 가족 균형을 외쳤던 ‘성재기’ 왜 자살 퍼포먼스 펼쳤나

 

5년전인 2013년 7월 26일 오후 3시 23분경 하루전 SNS상에서 투신을 예고한 뒤 실제로 마포대교에서 한강으로 투신한 남성연대 고 성재기 대표. 기자는 투신 하루전인 7월 25일 오전 한강에서 투신하겠다며 다음날 현장에서 취재를 부탁 받았다.
 
기자가 취재 대신 성재기의 퍼포먼스를 만류하기 위해 여의도에 위치한 남성연대 사무실을 방문한 것은 이날 오후 12시 15분경 이다. 기자는 이 때 부터 성 대표가 오후 3시 13분경 사무실을 나서 투신장소인 마포대교로 가기 전 까지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았다.
 
이 과정에서 성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그의 심경을 들을 수 있었다. 기자가 남성연대를 방문한 후 사무실 안에서 있었던 3시간 동안의 상황을 재구성해 보았다. 다만 전체적으로 사실에 근거해 구성하지만 분 단위로 쪼개서 기억에만 의지했기에 약간의 오차는 있을 수 있다.
 
26일 12시 15분경 
 
성재기 대표의 인터뷰 요청에 따라 11시 55분경 1호선 대방역에서 내려 여의도 KBS2 사옥 뒷편에 위치한 남성연대 사무실로 걸어서 이동했다. 12시 15분경 남성연대 사무실의 초인종을 누르니 사무실 안에 있던 사무실 직원이 신분을 확인한 후 문을 열어 줬다. 방문객들이 많아 통제를 하고 있다는 것.
 
12시 20분 경
 
사무실로 들어서니 안쪽에 있는 내실쪽에 성 대표가 흰색 와이셔츠에 회색 양복바지를 입은채 기자를 반겼다. 머리는 스프레이로 세워 반짝 거리는 가운데 더위 때문에 얼굴에는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식사 여부를 물으니 밖에서 식사를 하면서 인터뷰를 진행하자고 했다. 
 
12시 30분경

 

남성연대 사무실이 입주해 있는 건물 1층에 있는 한 삼계탕 집으로 이동했다. 점심 시간이 막 지나면서 기다리지 않고 수분여 만에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삼계탕 2개를 주문했다. 잠시 후 삼계탕과 함께 작은 도자기병에 담긴 인삼주가 함께 식탁에 놓였다. 
 
이 때부터 인터뷰를 시작했다. 인터뷰라고 하지만 딱딱하게 진행되는 인터뷰가 아니었고 일상사를 묻고 중간 중간 왜 25일 SNS등을 통해 한강 투신을 공언했는지에 대해 물었다. 또한 위험 한 것 같으니 투신을 하지 말라고 했지만 성 대표의 의지는 굳었다.
 
이미 투신장소에 남성연대 회원이 나가 있고 현장 상황을 체크하고 있다는 것. 또 위험한 것도 알지만 충분한 대비가 되어 있고 투신 장소와 한강변과는 약 100M에 불과해 전투수영으로 충분히 헤엄쳐 나올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여전히 얼굴은 창백해 보였다. 햇볕을 쬐지 못하고 실내에서만 생활에서 그렇느냐는 질문을 던지는 등 일상사를 묻고 대답하는 가운데 35분여 남짓의 식사가 끝났다.
 
식사 도중 인삼주를 한 잔 따라 줬지만 성 대표는 입에도 대지 않았다. 자리에서 일어날 즈음 성 대표는 2/3 가량을 먹었다. 그의 그릇에는 국물 약간과 뼈만 조금 남아 있는 상황이었다. 이날 나온 삼계탕 거의 대부분을 먹는 모습을 보고 그렇게 까지 불안해 하지는 않는듯 했다.

 
13시 10분 경
 
식사를 마치고 13층에 위치한 사무실로 올라왔다. 사무실에는 세 명의 회원들이 자체적으로 식사를 마친 후 그릇을 치우고 있는 중이었다. 이 때부터 이날 퍼포먼스 준비에 본격적으로 들어가는 듯 했다.
 
한 회원이 전화를 열심히 걸고 있기에 귀 동냥으로 들어보니 한 스포츠 음료회사에 이날 퍼포먼스와 관련 음료수를 스폰 할 수 있냐고 묻고 있었다. 하지만 이 회사 홍보부는 시간이 촉박해 물품 후원은 힘들것 같다는 말이 오고 가는듯 했다.
 
이 과정에서 성 대표와 중간 중간 한강 투신을 하는 이유를 묻고 안전대책을 묻기도 했다. 
 
13시 20분 경
 
성 대표에게 누가 한강에서 뛰어내리는 생각을 했느냐고 묻자, 자신이 했다고 말했다. 안전대책을 세웠느냐 묻자 수영강사 자격증을 가진 자원봉사자가 오기로 했고 수영에 자신있다고 말했다. 사무실 안에 있던 세 명의 회원들에게 차례대로 언제 부터 사무실에 출근했냐고 물으니 세 사람 모두 한달 가량 됐다고 답했다.

 

13시 30분 경
 
성재기 대표는 초조해 하는 기색은 느낄 수 없었다. 뛰어 내린 후 여러가지 상황에 대해 회원들과 함께 논의하곤 했다.

 

13시 45분 경
 
성재기 대표는 이날 퍼포먼스와 관련 2시경 실행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날 안전구조를 담당할 자원봉사자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며 기다리고 있었다.
 
13시 55분 경
 
성재기 대표는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는 등 계속해서 움직이면서 몸을 풀고 있었다.
 
14시 10분 경
 
성재기 대표는 이날 안전대책을 위해 자원봉사를 해달라며 수상안전 강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신 모씨(대학원생)에게 사전 요청을 해 놓은 상태였다. 남성연대 회원은 신 씨와 계속해서 연락을 취하면서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신 씨가 사무실에 도착했다.

 

▲ 당시 남성연대 사무실에 걸려있던 구호다.     ©추광규 기자



14시 15분 경
 
신 씨와 성재기 대표 그리고 두 명의 남성연대 회원이 함께 하는 가운데 다시 한번 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주로 논의 된 것은 투신후 안전하게 나오는 과정을 따졌다.
 
남성연대는 마포대교 높이를 15M로 추정하면서 투신하면 물 밑으로 4~5M 가량 들어간 뒤 물 위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신 씨가 문제를 제기했다. 15M라고 하면 입수자세에 따라 7~8M를 내려갈 수 있다며 안전에 위험 요소가 있다고 지적했다.
 
성 대표가 뛰어 내린 후 전투수영으로 헤엄쳐 나오면 된다고 자신감을 표했지만 신 씨는 유속 때문에 당초 예정한 방향이 아닌 하류쪽 양화대교 지점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논의가 한참인 가운데 현장에 나가 있는 남성연대 회원으로 부터 전화가 왔다. 수심이 4M로 내려가 있다는 것. 그리고 강변 쪽에 200여명의 시민이 있다고 보고를 해왔다.
 
수심이 예상보다 낮아 지면서 안전에 문제가 있다고 다시 한번 문제가 제기되자, 남성연대 회원은 유투브를 통해 18M 높이의 절벽에서 떨어지는 동영상을 분석했다면서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기자도 장마 때문에 물살이 거세고 특히 서해안 썰물과 맞물리면 유속이 상당해 위험하다. 행사를 중지하던지 그도 아니면 다시한번 안전을 검토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기자는 신 씨에게 안전대책을 물으면서 크게 두 가지 문제를 지적 했다. 만약 투신 후 물위로 떠오르지 않는 경우 즉 교각에 부딪친다든지 하는 돌발변수로 의식을 잃었을 경우의 대책을 물었다.
 
신 씨는 강변과 투신 장소 거리를 100M로 추정하면서 만약 의식을 잃는다 하더라도 그 정도 거리면 1분내에 접근할 수 있고 구조한 후 응급조치를 취하면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물에 빠진 경우 3분을 넘기면 생명이 위험하지만 의식을 잃었을 경우에는 10분내에 구조해 응급조치를 취하면 된다는 것.
 
신 씨는 이 과정에서 성 대표에게 입수직전 취해야할 자세를 설명했다. 앉는 자세로 엉덩이가 물에 닿는 느낌으로 비스듬하게 들어가야 한다는 것. 신 씨는 반바지 차림 이었지만 안에는 수영선수 전용 수영복을 착용하고 있었다.
 
문제가 계속해서 제기되자 신 씨는 성 대표가  뛰어 내린 직후 자신도 뛰어 내려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성 대표가 이를 말렸다. 너무 티나게 하면 자신이 위험을 무릎써가면서 하는 퍼포먼스의 취지가 바랠 수도 있다며 이 제안을 거부했다.
 
이에 따라 성 대표가 투신한 직후 남성연대 회원이 다리위에 있는 안전장구를 밑으로 던지고, 신 씨는 강변에서 투신을 지켜본 후 곧 바로 강물로 뛰어 들어 안전사고에 대비하는 것으로 상황을 정리 한 것 같았다.

 

14시 30분 경
 
성재기 대표는 기자에게 동영상 촬영이 가능하냐고 물었다. 휴대폰의 동영상 기능을 사용하면 되지만 실제로 취재용으로 촬영은 해본 적 없다고 말했다. 성 대표는 그래도 동영상으로 촬영해 주고 뛰어 내린 후 SNS에 올려달라고 했다.
 
1분여 남짓의 짧은 멘트였다. 요지는 '후회한다. 하지만 이미 공언한 내용이기에 실행에 옮기지 않을 수 없다. 남성연대의 이 같은 퍼포먼스에 대해 오해하지 말고 그 진정성을 읽어 달라'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고 성재기의 유언이 된 것이다.

 

14시 35분 경
 
회의를 마치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온 성재기 대표는 칼을 가지고 갈 것인가를 고민했다. 만약 투신 한 후 수중에 장애물이 있을 경우 이를 끊고 올라오기 위해서는 칼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었다.
 
양복을 입은채 뛰어 내리기 때문에 수영에 방해가 돼 안전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신 씨의 지적에 성 대표는 바지 하단을 묶을 검정색 끈 두개를 준비했다.


 

▲ 고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가 사무실을 떠나기 직전 환한 미소를 짓기도 했다.     © 추광규 기자

 


14시 43분 경
 
회의를 마친 후 현장에 나가기전 장비등을 챙기고 있는 가운데 초인종이 울렸다. 누구냐고 묻는 남성연대 회원의 질문에 문 밖의 방문자는 어제 왔었던 영등포경찰서 직원이라고 소개했다.
 
방문객을 확인한 남성연대 회원은 성 대표에게 어떻게 하냐고 물었다. 성 대표는 '없다'고 하라면서 어제 사무실을 찾아온 경찰과 마찰이 있었다고 말했다. 자신은 자살을 하겠다고 말한 사실이 없음에도 영등포서 경감이 강압적으로 윽박질러 마찰이 있었다는 것.
 
초인종을 누르던 경찰관은 1분여 동안 기다리다가 성 대표가 없다는 말을 듣고는 되돌아 갔다.
 
14시 44분 경 
 
성재기 대표는 현장까지 타고갈 운송수단으로 콜택시를 부르라고 남성연대 회원에게 지시했다. 겁이 난다는 인간적인 고민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행사를 하지 않으면 안되냐고 재차 묻자 약속을 했기 때문에 해야만 한다고 다시한번 의지를 밝혔다.

 

남성연대의 진정성을 알아달라는 것. 1억을 빌려달라고 말한 것은 표면적인 이유일 뿐이고 이슈화를 함으로서 자신이 이끄는 남성연대의 활동에 대해 사회가 알아주기를 바라고 동지들을 규합하기 위해서라는 것. 
 
14시 45분 경
 
성재기 대표에게 기자는 현장 까지는 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마음이 약해 상황을 지켜볼 수 없고 예전에 눈 앞에서 사람이 물에 빠져 죽는 모습을 본적 있어 불안해서 지켜보지 못한다고 말했다. 밑에서 기다리다가 배웅을 해주겠다고 말한 후 신 씨와 함께 먼저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기자는 신 씨와 얘기를 나누면서 성 대표가 내려오기를 기다렸다. 
 
15시 12분 경
 
신 씨는 한 커피숍에서 페트병 1/3 가량에 시럽을 채워서 가져왔다. 성 대표가 물속에 오래 있으면 체력이 떨어지니 준비했다는 것.
 
15시  14분 경
 
성재기 대표가 한 남성연대 회원이 출발하는 모습을 촬영하는 가운데 총 2명과 함께 사무실을 내려왔다. 콜 택시가 맞은편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택시 운전사가 손을 내밀어 차가 대기 하고 있다는 것을 알렸다.
 
"괜찮겠냐!"
"형님 다녀오겠습니다."
 
기자에게 손을 흔들면서 콜택시 뒤자리에 앉으면서 떠나간게 그를 마지막으로 본 모습이었다.
 
한편, 성 대표는 기자와 헤어진 후 약 8분 후 마포대교에서 투신했다. 문제는 이날 회의에서 논의된 것 과 같이 각 역할을 맡은 회원들이 채 자리를 잡기전 마포구 남단에서 성 대표를 확인한 경찰관과 119 대원이 달려오자 성 대표가 다리 밑으로 몸을 던졌다는 것.
 
안전구조를 담당한 신 씨가 택시에서 내린 후 강변쪽으로 가기 위해 횡단 보도를 막 건너는 시점이었다. 가상으로 만약 경찰관과 119 구급대원이 성 대표쪽으로 뛰어 오지 않았다면 그렇게 서둘러 뛰어 내렸을까?

 

 

 

나야나 18/07/23 [16:36] 수정 삭제  
  성재기형님 왜 가셨어요. 지금 같을때 필요하신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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