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쉬러 나온 개구리에게 돌 던지는 '조선'

채무자들의 도덕적 해이 강조하는 조중동 그들이 서민 삶을 알까?

김기준 | 기사입력 2009/09/25 [05:58]

숨쉬러 나온 개구리에게 돌 던지는 '조선'

채무자들의 도덕적 해이 강조하는 조중동 그들이 서민 삶을 알까?

김기준 | 입력 : 2009/09/25 [05:58]
▲ 조선일보 사설 이미지 캡쳐    © 편집부
2009년 9월 21일자 및 22일자 조선일보에는 개인회생이나 개인파산 제도에 대해 본문 기사, 사설,명사칼럼 등을 통해 '도덕적 해이'를 언급하고 있다.
 
특히, 홍성표 신용회복위원장이 글을 기고함으로 비중을 더했다. 그럴 수 있다.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그러나 빈대 무섭다고 초가삼간 다 태울 수는 없다.
 
대한민국에는 살려고 살려고 발버둥쳐도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비참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만일 그들에게 도움을 줄 일가 친지 등이 있다면 무엇을 걱정하겠는가? 누가 사망선고와 같은 파산 절차를 밟고 싶어하겠는가? 누가 채무를 감당하지 않을려고 하겠는가?

파산까지 이를려면 상당 기간이 소요된다.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오랫동안 적자에 시달리는 과정이 있다.조금 있으면 나아지겠지 하면서 지인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 가면서 돈을 융통하여 직원들 급여를 맞춘다.대부분 더 이상 어쩔 수 없는 상황까지 가게 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채무독촉에 시달리고, 가족은 불화할 수밖에 없고, 자녀들을 교육시킬 만한 환경이 되지 않고, 고정 수입을 얻을 만한 안정된 직장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렵고,사글세 등 생활고에 시달린다면 웬만한 사람들은 질병으로 쓰러지고 말 것이다.그래도 질병없이 노숙자로 나서는 사람들은 괜찮은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이 염치불구하고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곳이 법원 파산이고 회생밖에 없다면 적극 활용토록 해야 하지 않겠는가? 대기업이나 금융권에는 수백억 씩의 공적 자금을 쏟아부으면서도 해당 직원들에겐 연봉을 올려주고 있는 것은 도덕적 해이가 아닌가? 개인이 먹고 살기 위해 애쓰다 진 빚을 갚다 갚다 못해 법원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꼭 도덕적 해이라고 하면서 막아야 하겠는가?

조선일보 기자들이나 홍성표 위원장 같은 분들은 1년간 수입이 없어도 살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파산 상태에 있는 사람들은 심신이 지쳐있는데다, 제로베이스가 아닌 빚더미에서 숨조차 쉬기 어려운 사람들이다.
 
이들은 대부분 복지 사각지대에 있다.노인이 아니고 심각한 질병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생보자도 될 수 없고,신용불량상태인지라 '미소금융'같은 제도가 도입된다 해도 그림의 떡일 뿐이다.이들은 대부분 건보료조차 내지 못한 상태에서 압류처분 등 채권추심을 경험하기 때문에 국가에 대한 감정도 좋지 않다. 더 이상 물 속에 살 수 없어서 잠시 숨 쉬러 뭍으로 나온 개구리에게 돌을 던지지 말길 바라는 마음으로 필자가 최근 겪은 경험담을 글로 올린다.
 
필자가 직접 겪어 왔던 그리고 겪고 있는 '현실'

나는 아웃사이더 인생을 살아왔다. 돈이 없어 정규 중학과정을 밟지 못하고 지역에 문을 연 야학의 도움으로 검정고시를 거쳤다. 대학을 졸업하고 공․사립 임용고사에 응시했지만 최종면접에서 몇 차례 고배를 마셨다. kbs pd직에 응시해봤지만 역시 최종면접을 통과하지 못했고, 잡지사를 전전하며 별 볼일 없는 기자 생활을 하기도 했다.
 
마음을 다잡고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검정고시학원, 대입재수생학원, 고시학원, 재학생 전문학원 등에서 강의하며 각종 수험서와 수필집을 펴내기도 하였다. 나를 받아 준 곳은 학원이었기에 최선을 다 했다. 
 
중.고등학교에서 퇴학당한 학생들에서부터 회사에서 실직하고 공무원이 되기 위해 필사적으로 덤비는 가장에 이르기까지 여러 학생들을 만나며 때론  회초리로, 때론 눈물로 황금기를 보냈다.
 
학생들이 아침에 등원하면 그보다 일찍 출근하였고, 휴일에는 보강과 자습지도를 자원하며 동고동락하였다. 
 
나이가 들자 강의력이 떨어졌다. 그래서 학원을 직접 경영했다. 처음엔 건물을 임차해서 시작했지만 임차료가 만만치 않았다.
 
임차료 주는 것보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고 이자를 내는 게 낫겠다 싶어서 아예 건물을 구입했다. 동업자의 도움을 빌리고, 중도금은 나중에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소유권을 이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은행금리가 급상승을 했다. 게다가 조금 숨 돌릴 만하면 재산세, 부가세, 교통유발 부담금 등 각종 세금 고지서가 날라 왔고, 그만두는 직원들에게는 퇴직금을 지급해야 했다.
 
집을 팔아서 급여를 정리하고 학원을 임대로 넘겼다. 그리고 1년이 지나자 임차인이 임대료를 낮춰달라고 하여 낮춰줬고, 그나마 8개월간이나 임대료를 주지 않아 은행에 납부하여야 할 이자를 연체했다. 
 
결국, 내 모든 삶을 투자해 사들인 건물은 중도금도 채 지불하기 전에 경매 진행 중이고, 경매 후 잔존채무에 대해서는 하나님의 극적인 개입이 없는 한 대책이 없다. 급전이 필요하여 국민연금에 약관대출을 요구했지만 약관에 그런 내용이 없다고 했다.
 
건강보험공단에서는 체납보험료를 추징하겠다며 가족들의 통장을 압류했다. 특히 군입대를 앞둔 큰아이 통장까지 압류하여 상처가 작지 않다.애초 나라없는 백성은 집없는 개만도 못하다고 가르쳤지만 좋은 감정으로 군입대하기는 이미 틀렸다.이 상처를 누가 치유해줄 수 있단 말인가?
 
그 뿐이 아니다. 수입도 없는 상가건물을 소유했다 하여, 경매진행 중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매월 16만원씩 청구서를 내보내고 있다. 전화통 붙들고 납부 유예나 탕감을 해 달라고 통사정을 했지만 분할 납부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한다.
 
카드사의 채권 추심은 더 공격적이다. 카드 지사에 직접 방문하여 연체된 금액을 대환대출로 장기 전환하고 가까스로 채무독촉을 면하고 있지만 상환부담은 훨씬 커졌다. 주변에 나 때문에 고통당하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그들 모두에게 미안하지만 제일 미안한 것은 물론 가족이다.
 
평생 행복을 꿈꾸며 내게 인생을 맡긴 아내는 중년의 나이에 방세라도 벌겠다며 막일꾼으로, 가사도우미로 공사현장과 가정집을 전전한다. 큰아이는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에 입학하여 2학년 1학기를 마지막으로 학업을 중단하고 육군 부사관을 꿈꾸며 입대 절차를 밟고 있다. 작은아이 역시 검정고시로 정규 과정을 대신했고, 대학입학을 포기하고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며 컴퓨터 속기 학원에 다니고 있다.
 
일당을 받았다며 과일 한 상자를 들여놓고는 이내 코를 고는 아내, 설거지와 방 청소를 도맡아 하는 자칭 꽃미남 작은아이, 월세 18만원을 불쑥 내밀어 기어이 내게서 눈물을 뽑아낸 털보 큰아이, 그리고 어쩌다 고향에 들르면 오십이 가까운 아들의 호주머니에 꼬깃돈을 집어넣으시고는 당신 시야에서 멀어질 때까지 서 계시는 어머니에게서 삶의 의욕을 찾는다.
 
지금 내 삶의 버팀목은 무기력한 가장에게 조건 없이 희생과 사랑을 베풀어 주는 가족이다. 이런 가족이 있기에 희망의 끈을 아직 놓지 않고 있다. 그 희망을 안고  날마다 기도한다.
 
“하나님! 이 세상을 이겨낼 수 있는 힘과 은혜를 주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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