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오세훈, 삽질 MB 벤치마킹 '得or失'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는 제2의 '청계천 복원사업'인가
끊임없이 창출되는 삽질 일자리는 오세훈의 선물

김대호 신대한뉴스 | 기사입력 2009/09/26 [03:28]

서울시 오세훈, 삽질 MB 벤치마킹 '得or失'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는 제2의 '청계천 복원사업'인가
끊임없이 창출되는 삽질 일자리는 오세훈의 선물

김대호 신대한뉴스 | 입력 : 2009/09/26 [03:28]
서울시가 건설중장비 소음으로 떠들석 한것 같다. 바로 서울시가 시행하고 있는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를 9월 중에 완료하기 위해 엄청난 물량의 건설장비와 인력을 투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자는 지난 2년간 반포대교 인근에서 여의도로 자전거로 출퇴근 하면서 이 거대한 프로젝트의 진척 상황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부분적으로 완공된 한강 고수부지 공원을 찾는 사람들의 환호와 감탄사를 듣기도 했다.

특히 반포대교 난간에서 쏘는 거대한 분수는 벌써 한강의 명물이 되었다. 조만간 여의도 고수부지 분수를 비롯하여 명물은 더 늘어날 것 같다. 이는 오세훈과 한나라당의 엄청난 정치적 자산이 될 것 같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이 같은 정치적 자산이 과연 한나라당 그리고 오세훈의 자산이 득이될지 또는 실이 될지는 아직은 모를일이다. 기자는 지난 몇 개월동안 너무나 졸속적인 행정의 표본을 보았기 때문이다. 
  
 
▲ 여의도 지구의 조감도    © 편집부


가장 화려할 것으로 예상되는 "여의도와 반포 지구"
 
여의도 지구의 조감도를 살펴보면 고수 부지를 넓게 파서 바닥과 가장 자리에 엄청난 시멘트를 투입해 물길을 만들고, 분수를 만들었다. 10개 지구 대부분도 마찬가지겠지만, 여의도 고수부지의 광대한 지역도 시멘트로 덮었다.
 
어쨌거나 분수가 물을 뿜어대고, 아이들이 분수에 들어가 뛰놀고, 연인들이 한강변을 산책하고 한강에서는 요트가 노는 것을 상상하면 그야말로 멋진 그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왜 역대 서울시장들이 이 프로젝트를 하지 않았을까? 토지 보상비도 거의 들지 않고, 약간의 시멘트와 중장비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을!
 
결론만 먼저 말하면 나는 한강 고수부지를 자연 그대로 방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환경 친화적으로 개발하고, 후대에 너무 많은 유지관리비를 떠 넘기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오세훈의 개발 컨셉은 이와 분명히 달라 보인다.  
 
내가 타고 다니는 버스에는 한강을 파리의 세느강, 런던의 템즈강 처럼 개발한다는 구호가 적혀있다. 누가 만든 구호인지 모르지만 이는 완전히 방향 착오이다. 유럽의 강들은 한강처럼 자주 범람하는 강이 아니다. 강폭은 매우 좁지만 수량은 많고 수위 변화가 별로 없다.
 
그래서 강 주변에는 국회의사당 등 오래된 건물들이 많다. 그러나 한강은 이들과 매우 다른 강이다. 따라서 세느강, 템즈강 개발 컨셉을 도입하면 안된다. 그래서 뭘 모르는 공무원이 세느강, 템즈강을 들먹였다고 생각하고 싶다. 
 
그런데 한강 고수부지를 자전거로 달리면서, 이 프로젝트가 만든 도로, 구조물 등을 보면 기획, 설계자들조차도 한강의 특성; 즉 몇년에 한번 크게 범람하고, 고수부지가 살짝 잠길 정도로 범람하는 것은 그 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을 깊이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사실 나는 도시 공학, 토목 공학, 조경학 등 도시 개발 관련된 지식이 거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상식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오세훈과 시공 회사들은 이런 상식을 별로 반영한 것 같지 않다. 
 
 
▲ 물의 흐름과 직각 방향으로 (앉아서 쉬기 좋은)돌출 부위를 만들었다. 그 위는 나무로 덮었다. 그런데 완공한지 한달도 되지 않아 범람으로 인해 나무가 다 뜯겨져 나가서 결국 그 부위는 시멘트로 덮게 되었다    © 신대한뉴스

지난 7월 11~14일 서울에 비가 많이 내렸다. 그로인해 7월 12~13일 경 반포대교 인근이 살짝 잠겼다. 물론 물은 금방 빠졌다. 7월 16일이면 물이 빠진 지 48~72시간 가량 지난 뒤였다. 자전거 출근을 위해 반포대교 인근 고수부지에 들어서니 넓디 넓게 조성한 시멘트 광장과 자전거 도로 등에 흙이 최소 5cm 이상 덮인 것 같았다.
 
그래서 그 전날(7월15일)부터 수많은 중장비와 인력이 동원되어 흙을 밀어내고, 삽으로, 비로, 살수차로 도로를 닦아내고 있는 중이었다. 고수부지에 도로를 여러 개 만들다보니 흙을 걷어내고 물 청소를 할 곳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도로와 도로 사이는 도로 폭만한 잔디밭이 있다 보니, 중장비로 도로에 쌓인 흙을 밀어내면 두렁이 생긴다.
 
잔디밭이 망가지는 것은 물론이다. 하여간 쌓인 흙을 처리하는 것이 여간 어렵지 않다.  8월~9월 초에는 7월의 가벼운 범람으로 인해 망가진 꽃밭, 잔디밭을 복구 하느라 꽃과 잔디 심는 장비와 인원도 많이 동원 되었다.
 
반포 지구에는 산책하는 느낌을 좋게 한다고 나무로 포장한 길을 만들었는데, 7월 중순의 범람으로 인해 상당 부분 떨어져 나가 버렸다. 완성한지 2~3개월도 안되어 단 한번의 범람으로 망가졌다. 지금 이 나무 길은 시멘트로 덮였다. 이 하나만 봐도, 한강의 특성을 깊이 고려하여 개발 컨셉을 잡은 것 같지가 않다. 
 
누가 디자인 했는지 모르지만 반포대교 옆 거대한 광장에는 물의 흐름과 직각 방향으로 돌출 부위를 만들었다. 그 위는 나무로 덮었다. 그런데 완공한지 한달도 되지 않아 범람으로 인해 나무가 다 뜯겨져 나가서 결국 그 부위는 시멘트로 덮게 되었다. 사진은 가벼운 범람 이후 근 보름이 지난 8월 1일에 찍었다. 복구(?) 작업을 한창 하고 있다. 나무에서 시멘트로!
 
한강 고수부지가 생긴 것은 기본적으로 한강의 범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인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것이다. 한강이 실어온 토사의 양이 얼마나 많은지는 7월 16일 자전거로 고수부지를 달리면서 실감했다. 
 
 
▲  사진은 동작대교에서 한강대교 사이(올림픽 대로 아래)의 길이다   ©신대한뉴스

사진은 동작대교에서 한강대교 사이(올림픽 대로 아래)의 길이다. 이 길은 자동차 2대가 다닐 수 있는 큰 길이다. 이 길이 끊어지면 한강 고수 부지 길이 끊어진다. 그런데 이 길이 두께 5~15cm의 뻘이 덮었다. 그 아래 사진은 이 길의 끝단인데, 뻘층이 50cm는 족히 되었다. 뻘을 치우던 중장비마저 넘어졌다.
 
이 길을 나는 자전거를 들고서 통과했다. 자전거는 호강했지만 나는 무릎까지 푹푹 빠졌다. 이 곳을 통과하니 뻘층이 20~30cm 정도 쌓인 길이 200~300m 이어졌다. 그날 나는 엄청 고생했다.
 
이 뻘밭을 통과하고 나수 바지와 자전거에 묻은 뻘을 씻어내느라 한강에 들어갔다. 이 도로의 뻘들은 중장비로 밀어버리면 한강으로 쓸어넣을 수 있는데, 그 쪽은 높은 시멘트 턱을 만들어 놓아서 한강으로 쓸어넣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 두터운 뻘층을 걷어내고, 물청소를 통해 완전 원상 회복하는데는 최소 1주일 이상 소요되었다고 알고 있다.
 
끊임없이 창출되는 삽질 일자리는 오세훈의 선물
 
사실 한강의 범람으로 인해 자전거 길이 1~2주간 끊어지는 것은 불가항력이다. 정작 심각한 문제는 여의도 주변의 개발 컨셉이다.  여의도 주변에는 멋을 낸다고 분수와 이어진 시멘트 도랑을 길게 팠다. 
 
이 도랑과 분수는 범람으로 인해 토사가 덮였을 때 복구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도로는 그래도 중장비로 흙을 양 옆으로 밀어놓고, 수북히 쌓인 토사를 덤프 트럭에 퍼 담으면 그만이다. 그런데 도랑에 쌓인 토사는 중장비를 쓰기가 곤란하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일일이 삽으로 퍼내고, 바닥에 남은 약간(?)의 토사는 비질과 쓰레받기로 제거하는 대역사(?)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도랑 구조도 중간 중간 계단과 블록을 집어넣어 쌓인 토사를 걷어내는 작업을 엄청 힘들게 만들어 놓았다. 그래서 7월 중순처럼 한강이 범람하면 여의도 지구 하나에서만 삽질, 비질 일자리 수백개가 만들어 질 것이다. 그러고 보면 오세훈도 이명박 못지 않게 지속가능한 삽질 일자리를 엄청나게 많이 만들어 낸 것처럼 보인다.     
 
이처럼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는 전반적으로 너무 많은 시멘트 광장과 구조물을 만들었다. 도로도 너무 많이 만들었고, 범람으로 인해 쌓이는 토사 대책도 없고, 물빠짐도 고려하지 않았다.
 
 
▲   여의도 뿐 아니라 한강 고수 부지 전체에 걸쳐서 자전거 도로와 보행로를 만들었는데, 물빠짐을 거의 고려하지 않아서 약간의 비가 내려도 고인물을 쓰레받기 등으로 퍼내야 하는 곳이 많다. 사진은 물을 퍼내는 장면이다. 그리고 물청소가 어렵다 보니 도로에 붙은 흙먼지는 범람 후 오랫 동안 제거 되지 않았다.  © 신대한뉴스

자연 미인의 얼굴에 너무 많은 칼을 대고, 너무 짙은 화장을 하다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는 한강이라는 자연 미인의 얼굴에 너무 많은 칼을 대고, 화장도 너무 진하게 했다고 할 수 있다. 환경생태를 대표 상품의 하나로 파는 시장치고는 너무 자연/환경에 반하는 개발 컨셉을 잡은 것이다. 이런 컨셉이라면 향후 한강 공원의 유지 관리비는 보통이 아닐 것이다. 단 한번 범람이 수십억 아니 수백억의 복구 재정을 필요로 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 점에서 올 9월~10월에 태풍과 집중 호우만 없다면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는 오세훈의 빛나는 치적이 될 것이다. 어쩌면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는 이명박의 청계천 같은 존재가 될 지도 모른다. 내가 보기엔 그 규모나 찾는 사람들의 숫자로 보면 이명박의 '청계천'을  능가하지 않을까 한다.
 
하지만 대단히 씁쓸한 치적이다. 역대 서울의 공간/공공 디자인의 고질병인 과시주의, 단기주의, 얍삽함이 너무 강하게 풍겨 나오기 때문이다.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에 대한 심층적인 평가는 조경학자, 도시계획가, 도시공학자들이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 누구도 내공 있는 평가를 할 것 같지가 않다. 서울시와 한나라당은 이들에게 공사를 발주하는 갑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프로젝트의 허점 내지 맹점이 수두룩해도 날카로운 문제제기도 없고, 있다 해도 전문가들끼리 쑥덕 거릴뿐 공론화 되지 않는 것이 아닐까?
 
그런 점에서 정말로 양심과 용기가 있는 전문가의 심층 분석과 대안이 아쉽다. 그리고 이명박과 오세훈에게 엄청난 정치적 자산을 안겨준, 눈에 보이고, 손으로 만져 볼 수도 있는 참신한 공간-공공 디자인을 거의 내놓지도 못하고, 내놓을 준비도 안하면서, 이런 피상적인 비판이나 하는 우리가 한심하다.  내년 서울 시장 선거를 어떻게 치를지 걱정이다. mb심판론 만으로는 필패일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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