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한국인'과 '한인' 혼동하면 곤란

[뉴욕칼럼] 한국계 미국인, 김용 총장은 한국인(韓國人)이 아니다

채수경 | 기사입력 2009/09/26 [03:02]

미국서 '한국인'과 '한인' 혼동하면 곤란

[뉴욕칼럼] 한국계 미국인, 김용 총장은 한국인(韓國人)이 아니다

채수경 | 입력 : 2009/09/26 [03:02]
대한민국(大韓民國)의 한(韓)은 한반도 고대사회의 부족국가 마한(馬韓)·진한(辰韓)·변한(弁韓)의 삼한(三韓)에서 따왔다는 게 정설, 그러나 馬韓·辰韓·弁韓에서 고유명사는 馬·辰·弁이고 韓은 중국 주나라 때 나라는 아니고 그보다 규모가 작은 제후국을 지칭하던 보통명사였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문 것 같다.

‘韓’은 우물 난간 한(榦)과 같은 글자로서 황토를 다져 우물의 난간이나 담을 쌓을 때 곁에 대는 나무를 뜻했던 바, 국경[囗] 안의 입[口] 즉 백성을 창[戈]을 들고 지킨다는 의미의 나라 국(國)보다는 아래 단위다. 그런 한(韓) 앞에 큰 대(大)자를 붙인 ‘大韓’이야말로 한반도 사람들의 열등감의 표출이라고 하겠다.
 
일본에 나라를 빼앗기기 이전의 ‘조선’을 계승했다고 주장하는 북쪽 사람들은 ‘韓’을 국호로 인정하지 않거니와 외국인들 역시 한반도 사람들이 제 아무리 ‘대한민국’을 부르짖어도 ‘korea’라고 부른다. 삼한은 물론 고구려·백제·신라 또한 부족국가 내지는 중국의 속국 정도로 간주하는 반면 자주독립국가 체제를 갖췄던 ‘고려(高麗)’만 인정(?)하겠다는 태도다.
 
 
▲  9월 24일 이명박 대통령 내외가 피츠버그 공항에 도착해 의장단 사열을 받고 있다.    © 편집부


한국인(韓國人)과 한인(韓人)의 쓰임새 또한 다르다. 한국인은 법적으로 국적이 한국인 사람을 가리키는 반면 한인은 뿌리는 한국인이지만 법적으로는 타국민인 사람에 국한하여 사용하는 게 옳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이곳 미국으로 이민 와서 미국 국적을 취득한 사람들이 ‘한국계 미국인’ 즉 ‘코리안 아메리칸(korean-american)’으로 불리듯이 지난 3월 240년 역사의 다트머스대를 이끌 제17대 총장으로 선출된 김용(미국 이름 jim yong kim) 또한 ‘한국인’이 아니라 ‘한국계 미국인’ 또는 ‘미국 국적의 한인’으로 불리는 게 옳다.
 
어제 뉴햄프셔 하노버의 다트머스대 캠퍼스에서 김용 총장 취임식이 성대하게 열린 가운데 ‘한국인’들이 더 호들갑을 떨어 실소를 금할 수 없다. 김 총장 취임식장 입장 때 한인 학생 농악대가 풍물놀이를 벌인 것이야 젊은이들의 치기로 간주한다지만 대부분의 한국 언론들이 ‘아이비리그 첫 한국인 총장’이라는 큼지막한 제목을 뽑아 대서특필한 것도 낯간지럽다.
 
이명박 대통령까지 “대한민국의 국민과 정부를 대표해 김 총장의 취임을 축하한다”는 축전을 보냈다는 소식에는 한국인들이 뭔가 크게 착각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제 김 총장은 이제 ‘한국인’이 아니라 ‘코리안 아메리칸’.
 
코리안 아메리칸으로서 다트머스대 총장에 취임한 게 아니라 5살 때 이민 와서 브라운대학과 하버드 의대를 거쳐 하버드 의대 교수로 재직해오면서 세계보건기구(who) 에이즈 국장을 맡는 등 인류 질병 퇴치를 위해 헌신해온 훌륭한 학자로서 취임했다는 것을 까먹어서는 안 된다.

▲ 다트머스대 김용 총장    © 편집부
김 총장이 백인 토박이들의 텃세가 센 대학 다트머스 총장 지명을 받았을 때 김 총장을 중국계로 착각한 이 대학 신문 ‘ggmm’(generic good morning message) 소속 한 백인 학생이 익명으로 재학생과 졸업생 1천여명에게.
 
“다트머스는 미국이지 ‘판다 가든 라이스 빌리지 레스토랑(panda garden rice village restaurant, 중국음식점에 대한 비하)’이 아니다”라는 인종차별적인 이메일을 발송하여 다트머스대 캠퍼스가 발칵 뒤집어진 사실을 벌써 망각한 채 ‘한국인 총장’ 어쩌고저쩌고 떠들어대고 있음에 혀를 차지 않을 수 없다.
 
미국과 같이 공존을 최고의 덕목으로 여기는 다민족 사회에서 인종주의적 또는 국가주의적 우월감을 표출하는 것처럼 멍청한 짓도 없다.
 
이날 취임식에서 외삼촌인 전 헌 박사가 취임식 기도를 하고 여동생 김지혜가 축가를 부르는 등 김 총장 가족이 ‘가족의 경사’를 자축하기는 했다.
 
하지만 본국 언론들의 개별적인 인터뷰를 정중하게 사양한 것도 ‘韓’이라는 우물 안에서 벗어나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인물로 커가는 김 총장에게 누가 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임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김 총장이 같은 한국계여서 가슴 뿌듯한 긍지가 느껴지더라도 다트머스대 학생들이나 미국인들에게 “김용은 한국인”이라고 떠들어대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열등감 많은 ‘대한민국’의 티를 내는 것 같아 외국인들 보기 창피하다.
 
 
 

<채수경 / 뉴욕거주 언론인>

원본 기사 보기:newyork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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