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평화주의자의 속마음 드러내기

[6.15경기본부 칼럼] MB정권 하에서는 평화가 어색한 이유

박희영 6.15 수원본부 대표 | 기사입력 2009/09/27 [07:03]

어설픈 평화주의자의 속마음 드러내기

[6.15경기본부 칼럼] MB정권 하에서는 평화가 어색한 이유

박희영 6.15 수원본부 대표 | 입력 : 2009/09/27 [07:03]
내가 스스로 평화주의자라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 많지만 적어도 폭력을 싫어한다는 이유로 감히 평화주의자라 스스로 부르고 싶다. 사노라면 가끔 시위현장, 기자회견, 촛불집회 등 투쟁 현장에 설 때가 종종 있다. 요즈음 같은 때는 어김없이 이명박 대통령을 규탄하고 퇴진을 외치는 구호가 거의 모든 집회에서 등장한다.
 
 


 
꿈쩍도 하지 않는 대통령의 퇴진을 외치고, 명바기, 명바기, 동네 개 부르듯이 대통령을 부른다. 예전 같으면 국가원수 모독죄로 잡혀갈 수도 있지만 지금은 그 정도는 괜찮다. 그런데 나는 웬지 그 때마다 불편하다. mb가 좋아서가 아니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대놓고 욕하고 싶지 않다. 내 체면이 말이 아니다. 마치 누워서 침 뱉는 격이다. 우리도 존경하고 박수치는 대통령을 한번 모셔보았으면 좋겠다. 일전 뉴스를 보는데, 미 의회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연설을 마치자 여야 의원들이 기립하여 박수를 쳐주는 모습이 부러웠다.
 
국가 원수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였다. 나라의 대통령을 동네 강아지 대하듯이 대하는 국민은 불행하다. 그러다보니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같은 진짜 존경과 박수를 받을 대통령까지도 재임 중에는 온 국민이 씹기만 하다가 죽고 나서 뒤늦게 후회한들 무슨 소용 있으랴?
 
또 한 가지는, 우리는 지난 60년 동안 독재정권과 싸웠다. 독재정권은 한결같이 폭력을 휘둘렀다. 경찰과 검찰은 독재의 앞잡이로 폭력의 상징이었다. ‘경찰이 새롭게 달라졌습니다’라고 아무리 외쳐보아도 국민들 보기에는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
 
이런 독재 정권과 싸우는 민주 세력들의 시위현장에 가면 또 다른 폭력을 볼 수밖에 없어 안타깝다. 주먹을 불끈 쥐고 ‘타도’ ‘투쟁’을 외친다. 角지게 꺾이는 팔을 흔들며 투쟁의 노래를 비장한 각오로 부른다. 그런데 나는 이걸 잘 못한다.
 
저들의 폭력을 따라 하는 것 같아 못한다. 우리의 폭력으로 저들의 폭력을 이길 것 같지 않다. 이긴들 무슨 유익이 있겠나? 우리는 싸울려고, 때릴려고 거기 나간 것 아니다. 잡힐려고, 맞을려고 거기 나갔다. 폭력 행사는 경찰의 몫이고, 우리의 할 일은 방패에 찍히고 최류탄 가스를 흠뻑 마시는 것뿐이다.
 
그러나 오해하지 마십시오. 내가 mb를 지지하거나 옹호한다고 섣불리 판단하지 마십시오. 저도 거짓말하는 대통령이 싫습니다. 화가 납니다. 우리가 잘못 뽑았다는 생각을 많이 많이 합니다. 나는 다음 번 선거에서는 결코 한나라당에 표를 주지 않을 것입니다.

▲ 자료사진 박희영  6.15 수원본부 대표)  
또 폭력을 피한다고 겁쟁이라고 놀리지 마십시오. 겁은 나지요. 오금이 지리지요. 그러나 폭력의 희생자 명단에서 내 이름 석자를 발견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더 이상 대통령 때문에 열 받거나 대통령 씹는 것을 국민 취미로 여기는 나라에 살고 싶지 않다.  김대중, 노무현 씨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을 때, 주일예배를 마친 목사가 교인들과 축배를 든 적이 있었다. 이런 일이 또다시 있을까?

시위자들이 꽃을 흔들며 시위한다. 노래 부르며 시위한다. 즉각 경찰이 출동한다. 무거운 헬멧, 쇠꼬챙이, 방패도 없이, 산뜻한 옷차림의 경찰들이 재빠르게 교통을 정리하면서 시위대의 길을 열어준다.

아직도 평화를 꿈꾸는 것이 어색함은 어인 연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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