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칭찬하고 춤을 추는 고래는 곤란해

<뉴욕칼럼> 진짜 칭찬 받아야 할 사람은 대한민국의 국민들

채수경 | 기사입력 2009/10/04 [05:50]

스스로 칭찬하고 춤을 추는 고래는 곤란해

<뉴욕칼럼> 진짜 칭찬 받아야 할 사람은 대한민국의 국민들

채수경 | 입력 : 2009/10/04 [05:50]
칭찬(稱讚)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지만 자기가 자기 칭찬하면 고래가 비실비실 웃는다. 기릴 찬(讚)이라는 글자 자체도 그 점을 잘 말해준다. ‘讚’은 말씀 언(言)에 도울 찬(贊)이 붙은 것이고, ‘贊’은 먼저 선(先) 두 개 아래 돈을 뜻하는 조개 패(貝)가 붙은 것으로서 ‘뭐니뭐니해도 우선 돈으로 돕는 게 진짜 도움’라는 행간도 읽혀지는 바, 자기가 자기를 칭찬하는 것은 뒷주머니의 돈을 앞주머니로 옮겨놓고 “내가 나를 도왔다”고 흐뭇해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고로 자기가 그린 그림을 쳐다보면서 “그림 참 좋다”고 자화자찬(自畵自讚)하는 뻔뻔한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일찍이 노자는 “까치발로는 제대로 서지 못하고(企者不立), 가랑이 크게 벌리면 걷지 못하고(跨者不行), 스스로 드러내면 밝지 못하고(自見者不明), 스스로 옳다고 하면 인정받지 못하고(自是者不彰), 스스로 뽐내면 공이 없고(自伐者無功), 스스로 아끼면 오래가지 못한다(自矜者不長)”고 일갈했었다.

예수 또한 “사람에게 보이려고 그들 앞에서 너희 의를 행치 않도록 주의하라. 그렇지 아니하면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상을 얻지 못하느니라”라고 가르쳤다는 것은 교회당에서 목사 설교 들을 때마다 꾸벅꾸벅 조는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잘 안다.
 
 


자화자찬도 부족, 스스로 얼굴에 금칠하는 대통령 이명박
 
최근 ‘부자 프렌들리’에서 ‘친서민’으로 방향을 틀어 칭찬을 많이 받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이 우쭐해진 것 같다. 자아자찬이 너무 심하다. 적당히 돌아가면서 개최하는 g20(선진20개국) 정상회의 유치 경쟁을 ‘총성 없는 전쟁’에 비유하면서 유치성공을 자축한답시고 만세 삼창을 한 것은 치졸하다.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서민들이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5부 요인 초청설명회도 모자라 특별기자회견까지 열어 “g20 개최를 계기로 우리나라가 아시아의 변방에서 벗어나 세계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이라는 뻥튀긴 것이야말로 시장통 뻥튀기 장수가 비웃을 일로 보인다.
 
거기에 더해 그 까짓 3박4일짜리 회의 하나 유치했다고 해서 “대한민국은 지금 국운 상승의 기회를 맞고 있다”고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음에 눈이 절로 흘겨진다. 짜장면 사달라고 보채는 자식들에게는 두 눈 부라리면서 손님이 오면 상다리 휘어지도록 진수성찬 차려 대접하는 못난 가장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미국 하원의 찰스 랭글 세입위원장이 지난 번 이 대통령 방미 때 영부인 김윤옥 여사가 뉴욕 롱아일랜드의 한 연회장에 자신을 포함한 한국전 참전용사 56명과 가족들을 초청하여 한식을 접대한 데 대해 하원 본회의 발언을 통해 “김 여사가 이화여대를 졸업한 한국의 4번째 대통령 부인”이라는 시시콜콜한 사실까지 들먹이며 “여성과 아동의 인권, 가족의 가치에 대한 강력한 옹호자로 국내외에 명성을 쌓고 있다”고 칭찬해준 것도 떨떠름하기 짝이 없다.
 
대한민국의 퍼스트레이디가 자신을 대접해줬다는 은근히 사실을 부각시켜 영향력을 과시한 랭글의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거니와, 쇠고기 문제로 한국서 난리가 벌어졌을 때 재협상을 극력 반대했는가 하면 자동차 문제를 들어 한국정부가 목을 매고 있는 한미 fta의 발목을 잡고 있는 랭글이 김 여사 칭찬 한마디 했다고 해서.
 
한국의 언론들이 우호적으로 대서특필해주는 것도 한심하고, 랭글은 자신과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 칭찬했는데도 한국과 한국인이 너무 좋아하는 것 같아 낯이 뜨거워진다. g20 정상회의 유치와 관련 “남이 짜놓은 국제질서의 틀 속에서 수동적인 역할에 만족했던 우리가 새로운 틀과 판을 짜는 나라가 된 것”이라고 뻥 튀기는 이 대통령의 자긍심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어 보인다.
 
스스로 칭찬해놓고 춤을 추는 고래가 되지는 말자. 미국이 대한민국을 키워줬나? 취임한지 2년밖에 안 되는 이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g20에 속하게 해줬나? 모두 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피와 땀과 눈물을 흘려왔기 때문이 아닌가?! 진짜 자랑하고 칭찬 받아야할 사람은 대한민국 국민이다. <채수경 / 뉴욕거주 언론인>

원본 기사 보기:뉴민주.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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