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은 모방할 수 없는 고수익상품”.. 공적연금의 가치 훼손

김성호 기자 | 기사입력 2018/12/06 [13:09]

“국민연금은 모방할 수 없는 고수익상품”.. 공적연금의 가치 훼손

김성호 기자 | 입력 : 2018/12/06 [13:09]



국민연금공단이 국민연금을 사보험처럼 광고해 공적연금으로서의 가치를 훼손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민연금을 마치 ‘고수익상품’인양 선전해 연금개혁의 장애요인이 된다는 지적이다.

 

한국납세자연맹(회장 김선택)은 6일, “국민연금공단이 연금 가입을 독려하기 위해 국민들을 상대로 선전하는 광고 내용 중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며 <국민연금공단의 잘못된 홍보 4가지>를 발표했다.

 

<국민연금공단의 잘못된 홍보 4가지>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모방할 수 없는 고수익상품’이라는 홍보에 대해 “공적연금이 누군가 낸 것 보다 더 많이 받으면 누군가는 더 내야 하는 구조인데 마치 공짜로 돈을 불려주는 것처럼 홍보해 중상층 주부들의 가입을 유도하고 있다”며 “이는 결국 부유층 주부들의 고수익 연금을 보장해 주기 위해 서민층 자제들이 세금이나 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는 사실을 숨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연금이 소득재분배기능이 있어 저소득자에 유리하다’는 문구에 대해서도 “연금보험료납입액에 대한 소득공제혜택과 수명차이를 감안하면 국민연금의 수익비는 고소득자가 더 높아 역진적”이라며 “지역남성 소득상위 20%와 하위 20%의 수명은 14년 차이가 난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봉이 1억3천만원을 초과하는 근로자는 연말정산때 보험료 납입액의 38.5% 이상을 환급받지만 연봉 1400만원 이하의 독신근로자는 면세점 이하여서 소득공제를 한푼도 받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국가 책임하에 연금을 못 받는 경우는 없다’는 내용도 도마위에 올랐다. 연맹은 “국가가 아무리 지급보장을 하여도 재정여력이 안되면 약속한 연금을 100% 다 줄 수 없다”며 “그리스, 이탈리아, 우크라이나 등 재정위기국가에서 약속한 연금을 대폭 삭감하여 줄 수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기금을 많이 쌓아두면 내 노후는 안전하다’는 내용도 ‘기금 고갈 공포마케팅’이라고 언급했다. “국가연금은 사보험과 달리 저축되는 것이 아니라 지급시점에서 사회내 존재하는 부를 재분배하는데 지나지 않는다”며 “국민의 노후 보장은 기금을 많이 쌓아두는 것이 정답이 아니라 그 나라의 경제능력, 경제성장에 달려 있는 것이다”고 밝혔다.

 

납세자연맹 김선택 회장은 “기금이 고갈되면 내 연금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고 가장 중요한 것은 고용안정과 경제성장으로 보험료와 세금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라며 “사실관계를 왜곡한 지금의 홍보방식은 미래에 국가연금 전체의 균열을 흔들리게 할 수 있는 구멍이 될 수 있다” 경고했다.

 

다음은 납세자연맹이 6일 발표한 <국민연금공단의 잘못된 홍보 4가지> 전문


<국민연금공단의 잘못된 홍보 4가지>

 

1. 국민연금은 모방할 수 없는 고수익상품이다

 

국민연금은 세대간 연대라는 공익적 목적을 위한 사회보험인데 31년동안 국민연금공단은 ‘모방할 수 없는 수익률, 저금시대에 연11% 고수익상품’이라고 사보험처럼 선전하였다. 그래서 대다수 국민들은 이타심이 발동하여 사회적 가치를 위해 가입하는 공적연금을 개인적인 이득을 위한 연금으로 인식하고 있다. 국민들이 사회보험을 사보험처럼 생각하고 있는 것은 연금개혁의 큰 장애요소이다.

 

공적연금은 “누군가 낸 것보다 더 많으면 누군가 더 내야” 하는데 마치 공짜로 돈을 불려주는 것처럼 선전하면서 임의가입이나 추납제도를 통해 중상층 주부들을 가입시키고 있다. ‘부유층 주부’의 고수익연금을 주기 위해 ‘서민 자녀’들이 세금이나 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는 사실을 숨기고 있는 셈이다.

 

2. 국민연금은 소득재분배기능이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국민연금의 소득재분배기능으로 인해 저소득자에게 더 유리하다고 광고하였다. 수익비는 수령할 연금액을 재직기간 중 낸 보험료로 나눈 금액을 말하는데 이 수익비가 저소득자가 더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연금보험료납입액에 대한 소득공제혜택과 수명차이를 감안하면 국민연금의 수익비는 고소득자가 더 높아 역진적인 제도이다.

 

2002년 건강보험데이터에 의하면 소득 상위 20% 남성 지역가입자의 기대여명은 76.7세, 소득 하위 20%의 경우는 62.7세로 14년 차이가 나고, 하위 20% 남성은 대부분이 연금을 받기전에 사망한다. 연봉이 1억3천만원을 초과하는 근로자는 연말정산때 보험료납입액의 38.5% 이상을 환급받지만 연봉 1400만원 이하의 독신근로자는 면세점 이하여서 소득공제를 한푼도 받지 못한다. 현재 국민연금은 조기사망자의 부를 장수자에게, 가입자의 부를 주식투자자와 외국인투자자에게, 근로소득자와 영세자영업자의 부를 자본가에게로 이전 시킨다.

 

3. 국가가 책임을 지기 때문에 연금을 못 받는 경우는 없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은 국가가 연금 지급을 책임지기 때문에 연금을 못 받는 경우는 없다고 광고하였다. 또 지급보장을 법제화하면 더 확실히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국가가 아무리 지급보장을 하여도 재정여력이 안되면 약속한 연금을 100% 다 줄 수 없다. 그리스, 이탈리아, 우크라이나 등 재정위기국가에서 약속한 연금을 대폭 삭감하여 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리스의 한 노인이 국가의 사기행각에 분노하여 권총으로 자살한 것과 같이 재수 없으면 내가 사기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

 

4. 기금을 많이 쌓아두면 내 노후는 안전하다

 

보건복지부는 국민총생산(GDP)의 36%가 넘고 1년 국가예산보다도 많은 기금(5월말 현재 약633조)을 쌓아두며 ‘기금고갈 공포마케팅’을 하고 있다. 아무리 많은 기금을 쌓아 놓아도 국민경제가 망가지면 국민노후가 보장이 되지 않는다는 진실을 숨기고 있다.

 

현재 9% 보험료를 18%로 올려 기금적립금을 2배 쌓아 놓아도, 민간소비감소·고용부진·저출산 등으로 국가 경제가 부도상태에 처하게 된다면 국내주식과 해외주식에 투자된 244조는 바로 반토막이 된다. 2000년의 국내주식 투자수익률은 -51%, 2008년 해외주식 투자수익율은 59%였다. 국민전체의 노후를 위험한 주식에 맡겨두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연금의 지급은 연금지급시점의 국가의 부(생산성)에 달려 있으며, 국가 연금은 개인과 달리 저축되는 것이 아니라 지급시점에서 사회내 존재하는 부를 재분배하는데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국민전체의 노후보장은 그 나라의 경제능력, 경제성장에 달려 있는 것이다.

 

연금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기금을 전혀 쌓아 놓지 않아도 연금을 잘 주고 있다. 한국은 26년간 보험료를 한푼도 징수하지 않아도 국민연금을 지급할 수 있는 적립금이 있는 나라이다. 만일 26년간 보험료를 징수하지 않는 개혁방안이 경제성장을 촉진하고 미래에 세금낼 여력을 증대시키어 기금이 고갈되는 시점에 다른 선진국처럼 보험료나 세금을 징수하여 연금을 줄 수 있다면 그 방법도 좋을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현재 기금적립금을 저출산 예산으로 투입하여 출산율을 확실히 올릴 수만 있다면 그 방법이 국민의 노후를 더 잘 보장하는 방법일 수도 있다.

 

현재 기금적립금에 내 이름으로 된 적립금은 없다. 또한 기금이 고갈되면 내 연금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보험료와 세금을 낼 수 있는 임금총액을 높일 수 있는 고용과 경제성장을 높이는 것이고, 후세대가 부담가능한 수준의 미적립부채(연금충당부채-기금적립액)를 유지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낸 보험료의 2배준다고 법으로 약속하는 연금제도를 계속 유지한다면 유능한 젊은이들을 선진국으로 가버릴 것이고 한국경제는 나락으로 추락하면서 국민의 노후는 엉망진창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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