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올 수 없는 ‘백두산 천지’가 일본으로 갔다

정광일 세계 민주한인회의 사무총장 | 기사입력 2018/12/13 [15:43]

한국에 올 수 없는 ‘백두산 천지’가 일본으로 갔다

정광일 세계 민주한인회의 사무총장 | 입력 : 2018/12/13 [15:43]

[신문고뉴스] 정광일 세계 민주한인회의 사무총장 = 지난 920일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위원장 부부는 백두산 정상 천지를 배경으로 나란히 서서  남북이 하나임을 과시했다. 이에 금년 연내 김 위원장의 남한 답방을 통한 교류, 그리고 이때 한라산 백록담에 오를 것이 예측되기도 했다.

 

▲ 백두산 정상에서 천지를 뒤에 두고 양 정상 부부는 기념촬영을 했다. 출처 : 청와대 홈페이지  

 

이후 백두산과 천지는 우리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와 우리 땅임이 실감되었다. 그러기에 조만간 우리도 중국을 통해 오르는 장백산천지가 아니라 우리땅 한반도 길을 따라 오롯이 '백두산 천지'를 찾아 오르는 벅찬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게 했다.

 

그러나 정작 우리는 지금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라 민간인이 북한에서 제작된 그림이나 사진을 반입할 수 없다. '백두산 천지'를 북한에서 북한 작가가 그렸다면 그런 그림 한 장도 반입이 안 된다.

 

지난 11월 중순 <재외동포기업가 북한방문단> 일원으로 평양을 찾은 일본 동포 사업가 김 사장은 평양을 나오면서 호텔 기념품 판매점에서 백두산 그림 한 점을 샀다. 특히 기분이 좋은 것은 그 그림을 구입할 때 흥정을 잘해서 저렴하게 구입했기 때문이다.

 

이에 김 사장은 이 백두산 천지의 그림을 서울의 지인에게 선물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림은 구입자인 김 사장과 함께 평양 공항 > 중국 심양공항 > 인천공항으로 입국했다. 하지만 인천공항 세관에서 그림은 반입이 금지되었다. ? <남북교류협력법> 때문이었다.

 

▲ 세관에 압류된 백두산 천지 그림     © 정광일

 

북한 그림을 반입하려면 사전에 통일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법은 되어있다. 그러나 김 사장은 그런 우리 법을 모른다. 이에 흥분한 김 사장은 젊은 세관 여직원과 설전을 벌였다.

 

"남북정상이 백두산 천지에서 두 손을 들어 올리는 시대에 백두산 천지 그림이 남한으로 들어올 수 없다는 근거가 뭐냐"는 것이 김 사장의 항변이었다.

 

그러나 젊은 세관 여직원은 요지부동..."법 규정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민족의 명산 백두산과 천지를 그린 그림은 대한민국 공항 세관에 처참하게(?) 압류 당하는 사태가 발생했고, 김 사장은 백두산 그림 압류확인서 1장을 발급받는 것으로 사태는 종료되었다.

 

이날 밤 서울 여의도 포장마차에서  서울의 지인에게 울분을 토하던 일본 동포 기업인 김 사장은 그림을 주지 못해 미안해하면서 그림 대신 <백두산 천지 그림 인천세관 압류 확인증>을 선물했다.

 

그 날로 부터 3주 후... 1210일 이른 새벽, 일본 동포기업인 김 사장의 서울 지인은 인천 공항 출국장 세관에 나타나서 "압류 중인 백두산 찾으러 왔습니다"라고 말했다.

 

▲ 인천세관 압류품 찾는 곳에서 다시 그림을 찾았다.   © 정광일

 

세관 직원은 어리둥절...“백두산을 찾아요?” 되묻는 직원에게 그는 말없이 압류증을 건넸다.

 

그렇게 3주 만에 창고를 탈출한 그림은 이윽고 일본행 비행기에 실어졌다. 그리고 10일 오후, 그 '백두산'은 도쿄 우에노 모처에 안전하게 도착했다. 그날 일본 세관은 백두산에 관심이 없었다.

 

도착한 백두산을 본 김 사장, 민족의 명산 백두산을 3주 만에 다시 가슴에 안고 또 다시 열변을 토했다.

 

북한 그림이 남한으로 갈 수 없는 법을 누가 언제 만든 것인지 모르지만 이제 좀 그런 이상한 법들 좀 법전에서 모조리 삭제해야 한다"

 

법의 명칭이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약칭, 남북교류협력법)’인데 남북교류 협력을 가로막고 있는 반통일적인 이상한 법이라는 것이 김 사장을 흥분케 한 것이다. 그러면서 김 사장은 이런 반민족적인 이상한 법, 모두 없애는 것부터 하자고 국회에서 단식하는 정치인은 왜 1명도 없냐고 서울의 지인에게 따졌다.

 

그리고 흥분을 삭인 김 사장은 자신의 일터 사무실 벽에 걸린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영정 밑에 백두산 천지를 헌정하더니 마지막으로 한 마디 더했다.

 

"백두산 다시 남조선으로 갖고 가라"

 

▲ 일본에 도착한 백두산 천지 그림을 동포 사업가가 들어보이고 있다     © 정광일

 

▲ 그림은 김대중 노무현 두분 대통령 사진 밑에 헌정되었다.     © 정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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