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해년 새해, 문재인 정권의 레임덕 커밍아웃

김양수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9/01/07 [17:53]

기해년 새해, 문재인 정권의 레임덕 커밍아웃

김양수 칼럼니스트 | 입력 : 2019/01/07 [17:53]

[신문고뉴스] 김양수 칼럼니스트 = 19446. 노르망디에 상륙한 연합군은 두 달여 격전을 치른 끝에 독일군을 팔레즈 지방으로 몰아넣고 포위하는데 성공한다.

 

포위망이 닫히기 전 독일군은 사력을 다해 포위망을 벗어나려 했고, 독일군 제 3공수 사단은 아군 철수시간을 벌기 위해 처절한 지연전을 펼친다. 마침내 819. 일주일 가까이 한숨도 자지 못하고 전투를 치른 3공수 사단 잔존병력은 트럭에 올라 마지막 철군 길에 오른다.

 

▲ 2차대전 당시 팔레즈 포켓전에 패한 독일군이 버리고 떠난 군수품 흔적     © 편집부 자료사진

 

하지만 연합군의 포화로부터 이들을 지킬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지휘관 오이겐 마인들 중장은 궁여지책으로 트럭마다 커다란 적십자 마크를 붙이도록 명령한다. 그런데 이 작전(?)이 먹혔다. 연합군은 부상자를 싣지 않은 채 적십자 마크를 붙이고 트럭을 타고 도망가는 독일군을 공격하지 않았다. 연합군의 기사도와 자비로 살아 돌아갈 수 있었던 그 당시를 마인들 중장은 이렇게 회상한다.

 

나는 진심으로 적군에게 존경심을 느꼈다. 그리고 한편으로 두려움을 느꼈다. 그것은 진정으로 강한 자만이 보여줄 수 있는 여유였기 때문이다.”

 

권력이 갖추어야 할 가장 큰 조건은 무엇일까.

 

그건 강해야 한다는 것이다. 권력이라는 단어 자체가 강하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느니 이는 지극히 당연한 명제이다. 우리는 권력에게 정의롭고 도덕적이고 선해야 한다는 주문을 걸지만 강하지 못한 권력이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우리의 주문은 허망한 공염불에 불과하게 된다.

 

어떤 싸움이든 나를 규정하는 것은 결국 적이다. 연합군의 압도적인 병력과 화력에 맞서 사투를 벌였던 팔레즈의 독일군이 적에게 두려움과 존경심을 느끼게 된 것은 연합군의 포화를 마주했던 때가 아니라 뻔하디 뻔한 속임수인 적십자 마크에 연합군이 기사도와 자비를 베풀어 준 순간이었다. 그렇다면 강자를 강자답게 만들어 주는 것은 다름 아닌 여유와 자비가 아닐까.

 

문재인 정권은 자칭 촛불 혁명으로 탄생한 정부. 그래서인지 그들은 끊임없이 자신들의 도덕과 정의와 선함을 간증한다. 그리고 출범 후 장기간 지속된 압도적 지지율, 지방선거의 압승, 일부 보수언론을 제외한 주류 언론의 호의적 평가 등은 문재인 정권은 충분히 강하다는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정의롭고 도덕적이고 선하면서 강한 권력. 문재인 정부야말로 대한민국 출범 후 최고라 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지만 나는 그 명제에 절대로 동의하지 못한다.

 

그들은 결코 정의롭거나 도덕적이진 않았다. 사바세상에 살아오며 그렇고 그렇게 닳고 닳아 무디어진 나의 정의와 도덕의 잣대로 보자면 당연히 문재인 정권은 매우 정의롭고 도덕적인 정부가 맞다. 하지만 적폐를 청산하겠다며 그들 스스로 내세웠던 정의와 도덕의 기준으로 그들을 가늠한다면 그들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과 비교하여 오십보백보 정도로 더럽고 지저분하다고 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권은 권력의 최우선 조건인 강함을 갖추고 있을까?

 

일견 그렇게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청와대와 정부는 아주 강함을 과시했다. 누구를 상대로? 6급 공무원 김태우와 5급 공무원 신재민을 상대로 말이다. 공무원과 정권의 싸움을 관전한 나의 감상은 이렇게 요약 가능하다. ‘세계 최강 미군과 이라크 저항세력의 싸움“.

 

패잔병 따위 아랑곳 하지 않았던 팔레즈 연합군의 여유와 자비를 문재인 정부와 내부고발자의 싸움에서 기대했다면 나는 정말 너무 많은 것을 문재인 정부에게 기대한 것이 되려나.

 

그럼 이건 어떨까?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 실패를 두고 열린 TV 토론에서 현 정부의 어용지식인을 자처하는 작가 유시민은 경제 정책 실패를 운운하는 것은 기득권과 그들을 비호하는 언론의 프레임에 불과하다고 단정했다. 지난 2. 현 정부는 두 명의 전직 대통령과 정권 핵심 인사들을 줄줄이 감옥에 보내는 화끈한 적폐청산을 선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년 사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곤두박질시킬 정도로 보수 언론권력이 막강하다는 게 유시민의 논리다. 그렇다면 현 문재인 정부는? 나약하고 가련한 피해자가 된다.

 

기해년이 밝아오자 문재인 팬덤은 국회에서 그들만의 잔치를 벌였다. 그날 행사장에 울려 퍼진 슬로건 중 하나는 대통령을 구하자였단다. 나는 깜짝 놀랐다. 지금 대통령의 상황이 팬덤이 나서서 구해야할 정도로 절박한 것이라는 의미로 읽혀서이다. 지지자들의 구명이 필요한 권력자. 그 나약함의 자화상은 다름 아닌 문재인 팬덤 스스로 그려내 버리고 말았다.

 

홍카콜라알릴레오의 흥행 싸움이 뉴스의 주요 꼭지에 올랐다.

 

▲ 홍카콜라와 알릴레오 이미지 합성     © 편집부

 

유시민의 압승을 보도하는 언론은 친절하게도 업데이트 시간까지 알려주는 친절을 베풀어 준다. 홍카콜라의 업데이트 시간을 나는 한 번도 언론보도에서 본 적이 없다.

 

홍카콜라는 본토에서 쫓겨나 대만에 정부를 옮긴 중화민국에 불과하다.

 

팔레즈에서 기진맥진하여 도망치는 독일군을 위한 위문방송과도 같다. 그런데 그런 홍카콜라를 향해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논객이자 탑클래스 작가인 유시민이 진검승부를 걸었다. 그리고 그 싸움의 결과를 두고 언론은 유시민의 화려한 승리를 찬양한다.

 

이렇게 스스로의 강하고 강함을 편집증적으로 간증하는 문재인 정부를 바라보면서 꽃피는 봄이 오면 반토막난 지지율이 욱일승천의 기세로 솟구치리라 기대할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팔레즈의 독일군이 빈사의 퇴각을 마무리 지을 즈음, 후방의 독일 본토에서는 선전상 괴벨스가 사상 초유의 대작 전쟁영화를 제작 중이었다. 나폴레옹 전쟁 당시 프로이센 도시 콜베르크가 프랑스군의 포위공격을 견뎌낸 전승담(戰勝談)을 소재로 만든 영화 콜베르크는 독일이 참고 견디면 승리가 온다는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주입시키기 위해 만든 선전선동 영화였다.

 

영화의 제작비로 850만 제국마르크가 쓰였는데 이는 당시 독일군 주력전차였던 판터 60대를 만들 수 있는 금액이었다. 말은 6만 필, 187천명의 엑스트라가 동원되었는데 이는 대부분 괴벨스의 명령으로 전선에서 차출된 군인들이었다.

 

쉽게 말해 1944년 여름. 최전선에서는 동서 양측에서 독일군이 핀치에 몰린 상황에서 선전상 괴벨스는 1개 전차 연대에 전차를 보충할 수 있는 예산, 병참 수송에 꼭 필요한 말 수 만필, 그리고 10개 사단이 훨씬 넘는 병력을 후방으로 빼돌려 국민 세뇌용 영화를 만들었다는 이야기이다.

 

선전상 괴벨스는 왜 이렇게 미친 짓을 저질렀을까? 그것은 독일은 절대로 지지 않을 것이라는 프로파간다를 통해 국민들이 아닌 자신들의 정신승리를 충족시키기 위함이었다. 현실과 괴리된 백일몽 같은 영화로 무너져가는 자신들의 권력을 지탱해보겠다는 몸부림이기도 했다.

 

문재인 정권은 기해년을 맞이하여 이렇게 레임덕을 커밍아웃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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