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POSCO', 개인 사유지 멋대로 ‘둘레길’ 사용 논란

추광규 기자 | 기사입력 2019/05/30 [12:07]

'포항시-POSCO', 개인 사유지 멋대로 ‘둘레길’ 사용 논란

추광규 기자 | 입력 : 2019/05/30 [12:07]


[취재  인터넷언론인연대 장건섭 기자     편집  정수동 기자]

포항시와 POSCO의 도덕적 불감성이 지적된다. 도시공원도 아닌 사유지를 수년간 무단으로 사용했음에도 그 누구도 자신들의 책임이라고 나서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포항시는 해당 사유지를 둘레길로 조성한 주체가 POSCO로 추정된다는 답변을 내놓았지만 POSCO측은 이를 부정하고 있어 비난의 목소리는 더 크다.


▲ 사진 = 인터넷언론인연대    

 


◆ 권익위 ‘둘레길 목조계단은 자연발생(?)

경북 포항시에 거주하는 김 모씨(65세)는 지난 1992년 포항시 외곽의 한 임야를 노후대비용으로 구입하였다. 2006년 포항시에서는 신항만으로 가는 산업화 도로를 조성하기 위해 김 씨의 임야 일부를 수용했다. 김씨는 그렇게 남은 임야를 자연 상태로 보존하였다. 2015년 여름 무렵 은퇴 후 표고버섯 재배를 계획하며 오랜만에 소유 임야에 당도한 김씨는 깜짝 놀랐다.

김 씨의 산에는 둘레길로 올라가는 목조 계단과 POSCO 주택단지의 길안내를 담당하는 표지판이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많은 주민들이 자유로이 왕래하며 둘레길 산책을 하고 있었기에 산림 훼손은 심각했다. 김 씨는 포항시청에 민원을 접수하였다.

그러나 돌아온 포항시의 답변은 예상 밖이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그냥 두라’는 취지였다. 김 씨는 이에 불복해 국민신문고에 계단 설치의 주체를 알아봐 달라는 민원을 접수하였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016년 11월경 약 2달간의 조사를 통해 다음과 같은 답변을 보내왔다.

“이 민원 임야의 등산로는 불특정 다수인에 의해 자연 발생적으로 형성된 것으로 목계단과 안내판 시설물은 포항시에서 설치한 것은 아닌 것으로 추정되나 현재 관리는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중략)”

국민권익위에 이어 포항시는 같은해 12월 경 김 씨의 민원 제기에 대해 다음과 같은 답변을 내놨다.

“민원인의 소유인 임야에 개설된 등산로 시설물 설치는 POSCO에서 주민 편의를 위하여 설치한 것으로 추정되며 현재 우리시에서는 '산림문화·휴양에 관한 법률'에 의거 등산로 등을 유지 관리 하고 있음을 알려드리며, 아울러 민원이 발생한 등산로 시설물(목 계단. 안내 표지판)에 대하여 이전 조치하도록 하겠으며..(생략)”


▲  사진 = 인터넷언론인연대   



◆ 포항시-POSCO, 소유주가 문제 제기하자 서로 책임 떠넘기기 급급

산림훼손에 대해 소유자 김 씨가 따져 물었지만 포항시는 소극적 답변만을 내놨다.

즉 자신들이 둘레길의 목재 계단과 안내판은 설치 않았지만 철거는 해주겠다고 밝혔기 때문. 또 POSCO는 자신들이 만든 문서가 없어서 책임을 질 수 없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김 씨는 포항시와 POSCO가 이 같은 태도를 나타내자 소송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 포항시와 POSCO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반환소송이다. 현재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에서 소송이 진행 중이다.

소송이 진행되는 가운데 피고인 측의 태도에 김 씨의 불만은 더욱 커졌다. 포항시는 POSCO에서 설치하였다는 답변의 근거가 된 증거자료 제출을 차일피일 미뤘다. 이뿐 아니다. 변호인이 재판에 출석하지 않는 등의 사유로 약 1년여의 시간을 끌었다.

여기에 더해 POSCO측에서는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태도만을 취하면서 김 씨의 불만은 커질 대로 커진 상황이다.

김 씨는 “해당 임야가 인접하고 있는 장소는 POSCO의 대규모 사원 주택 단지로 조성된 지곡단지와 바로 맞닿은 곳”이라면서 “지곡 사원 주택단지는 처음 조성된 1970년대부터 2008년 까지 POSCO의 임직원이 아니면 입주가 불가능한 자타 공인 POSCO의 자치공화국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더군다나 해당 임야와 맞닿은 지곡 스틸하우스 단지는 2001년 POSCO에서 본격적으로 택지 개발 후 분양한 관내의 부촌”이라고 지적했다.

계속해서 “또한 해당 임야의 표지판과 같은 형태와 재질의 표지판이 POSCO재단 소유 임야와 토지, 지곡 주택단지 곳곳에 연속성 있게 세워져 있다"면서 "그럼에도 POSCO는 사내에 남겨진 문서 자료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씨는 이 같이 비판한 후 “해당 임야에서 직선거리로 약 500m에 있는 방사광가속기 인근에서 2018년 1월경 촬영된 표지판과 해당 임야와 직선거리로 약 1.5km인 효자그린아파트 부근 둘레길 에서 2018년 5월경 촬영된 표지판은 물론 이외에도 많은 표지판을 지곡단지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POSCO측에서는 그럼에도 당시 상황을 전혀 알지 못하는 젊은 변호인만을 내세워 해당 안내판을 자사에서 세웠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다는 말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김 씨의 이 같은 주장은 얼마만큼 진실과 부합할까?

POSCO 전 직원 출신으로 지곡단지에서 1980년대부터 거주했다는 A씨는 김 씨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A씨는 “해당 표지판은 대규모 아파트와 제철고등학교 등을 짓던 1990년대 후반~2000년 초반에 흔히 지곡단지 내에서 사용되었던 안내 표지판이었다"면서 "현재도 단지 곳곳에 남아 있다”고 말했다.


▲  사진 = 인터넷언론인연대



◆ 시민사유지도 언제든 입맛대로 공원화 가능

문제는 포항시에는 김 씨와 같은 사례가 이뿐 아닐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실제 소송 서류를 살펴보면 포항시 법률대리인은 '해당 임야처럼 포항시에서 임의로 사용 중인 사유지가 포항시 곳곳에 분포해 있으며, 해당 토지들을 모두 보상해주기 시작하면 끝이 없을 것'이라며 재판부에 선처를 구했기 때문이다.

또 이 같은 취지의 발언을 두 차례 재판에서 연이어 주장했다는 점에서 포항시의 도덕적 불감성은 도드라진다. 포항시에서 개인 사유지의 무단점거·사용을 이처럼 확고히 인지하고 있다면 이는 비단 도덕적 해이로 끝날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 타당성을 얻는다.

시민단체 부정부패추방실천시민회 박흥식 대표는 “시민의 재산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힘써야 할 포항시가 오히려 시민의 사유재산을 임의로 훼손하고 이를 은폐하며, 반성도 하지 않는다면 거대권력의 횡포에 곧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할 것은 자명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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