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병이신(治兵以信) '병사는 믿음으로 다스린다'

이정랑 언론인 | 기사입력 2019/09/02 [13:06]

치병이신(治兵以信) '병사는 믿음으로 다스린다'

이정랑 언론인 | 입력 : 2019/09/02 [13:06]

“병사는 믿음으로 다스린다는 말은 ‘악기경(握奇經)’ ‘팔진총술(八陣總述)’에 나온다. ‘악기경’은 전설시대 헌원(軒轅) 황제의 대신 풍후(風后)가 지은 것이라 하는데, 강태공이 다시 자세하게 풀어썼고 한나라 무제 때의 승상 공손홍(公孫弘)이 해석을 가했다.”

진(晉)나라 무제 때 서평(西平) 지방의 태수 마융(馬隆)은 ‘팔진도총술(八陣圖總述)’을 지었다. ‘악기경’은 상(商)‧주(周)시대 방진(方陣)의 대형 변화 문제를 주로 논술한 책이다.

바로 이 책에 “병사는 믿음으로 다스리며, 승리는 기계(奇計)로 얻는다. 믿음은 바꾸어서는 안 되고 전쟁은 정해진 규칙이 없다”는 대목이 있다. ‘믿음’은 병사를 다스리는 방법이고, ‘기계’는 승리를 만들어내는 전술이다. 전쟁 때건 평화 때건 ’믿음‘이 모자라서는 안 된다. ’기계‘는 싸우는 방법으로서, 그 변화가 무쌍하기 때문에 정해진 것이 없다는 것이다.


‘믿음’으로 병사를 다스리는 방법은 ‘믿으면 속이지 않는다.’는 ‘신즉불기(信則不欺)’에도 반영되어 있다. ‘신즉불기‘는 상하가 서로 믿으면 서로 속이지 않는다는 뜻이며, 그러한 바탕 위에서 명령이 하달되면 병사들이 용감하게 따른다는 것이다. ’치병이신‘에서 믿을 ’신‘ 자가 포함하는 내용을 좀 더 살펴보자.

손자는 ‘손자병법’ ‘계편(計篇)’에서 ‘신(信)’을 장수가 갖추어야 할 다섯 가지 품성의 하나로 꼽았다. 『오자병법』 「치병 治兵」에서 위나라 무후는 오기에게 부대의 행군에서 가장 먼저 어떤 문제를 장악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오기는 먼저 ‘4경(四經)’‧2중(二重)‘‧’1신(一信)‘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그중 ’1신‘은 상벌을 엄격하고 신뢰성 있게 집행함을 말한다. 『사마법』 「인본 仁本」에서는 천하를 다스리는 특수한 수단이 전쟁이라며, 이 특수한 수단을 사용하려면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했다. 그 중 하나가 ’믿음은 믿음으로 되돌아온다.‘는 ’신견신(信見信)‘으로 남을 신용하면 남에게 신임을 받는다는 말이다.


‘손빈병법’ ‘찬졸(簒卒)’에서는 근세의 전투력이란 안정된 상벌에 달린 것이라고 했다. ‘백전기법’ ‘신전(信戰)’에서는 ‘믿으면 속이지 않는다’는 말에 대해 “대체로 적과 싸울 때 병사들이 죽음의 땅을 밟고 나아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후회하지 않는 것은 지휘관을 믿고 따르기 때문이다. 윗사람이 믿음과 정성을 다하면 아랫사람은 정으로 윗사람을 의심하지 않는다. 따라서 싸워 이기지 않을 수 없다”고 해설하고 있다.

『병뢰』 「신 信」에서는 두 가지를 말하고 있는데, 하나는 백성들과 다른 나라를 속이지 않는 것이며, 또 하나는 상하가 믿어야 한다는 것이다. ‘믿음’으로 군대를 다스린다는 말은 이 밖에도 더 많은예를 들 수 있지만, 그 모두가 다음 몇 가지 방면의 내용을 벗어나지 않는다.


첫째, 신용을 지켜라. 이웃 나라와 자기 백성을 속이지 않는다. 예를 들어 제나라 환공(桓公)이 조말(曹沫)과의 맹세를 잊지 않고 빼앗은 땅을 돌려준 것이나, 위나라 문후(文侯)가 우(虞) 지방의 산골에 사는 하급 관리와 사냥을 가기로 약속했다가 비가 와서 사냥이 어렵게 되자 비를 무릅쓰고 그 하급관리가 있는 곳까지 가서 사냥을 못 가겠다고 알린 것이나, 동한 시대 등훈(鄧訓)이 은혜와 믿음으로 호인(胡人) 소월씨(小月氏) 부락을 정복한 것 등등이 그러하다.

둘째, 상벌이 틀림없어야 한다. 진나라 효공(孝公)은 상앙(商軮)의 변법에 따라 남문에다 나무를 세워놓고 이를 북문으로 옮기는 자에게 틀림없이 금 50 냥을 상으로 내렸다.

셋째, 장수와 병사가 서로 믿고 한마음으로 협력해야 한다. 연나라 소왕(昭王)은 악의(樂毅)를 신임하여 승리했고, 혜왕(惠王)은 악의를 신임하지 못해 패배를 자초했다. 제갈량은 병사를 믿었고 병사들은 제갈량에게 충성했다. 주원장(朱元璋)은 항복해온 적의 병사들을 위로하고 그들의 근심을 해결해 주면서 그들 중 500명을 뽑아 호위대에 충당함으로써 믿음을 샀다. 감동한 3만여 항복한 병사들은 주원장의 충실한 부하가 되어 몸과 마음을 다 바쳤다.

이와 반대로 믿음으로 병사들을 다스리지 않아 상하의 마음이 갈라져 전쟁에서 패하거나 자신의 목숨까지 잃은 예도 적지 않다. 삼국시대 장비는 그 용맹함으로 말하자면 타의 추종을 불허했지만 병사들을 제 몸같이 아끼지 않고 지나친 벌로 병사들을 마구 죽이는 바람에 끝내 부하인 범강(范疆)과 장달(張達)에게 살해되고 말았다.

‘치병이신’은 예나 지금이나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믿음으로 병사들을 다스려 승리를 이끌어낸 예와 그 반대의 예는 정과 반의 두 측면에서 장수를 비롯한 지도자들에게 심각한 계시를 준다. 용병과 전쟁에서는 믿음이 곧 보배라는 점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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