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미군총기난사 사건 진짜 범인?

<뉴욕칼럼> 하산 소령의 총기난사, 미국사회 편견(偏見)의 이면

채수경 | 기사입력 2009/11/11 [02:48]

텍사스 미군총기난사 사건 진짜 범인?

<뉴욕칼럼> 하산 소령의 총기난사, 미국사회 편견(偏見)의 이면

채수경 | 입력 : 2009/11/11 [02:48]
깜둥이들 가운데는 범법자가 많다? 양코배기 백인들은 교양 수준이 높다? 한국에서 온 놈들은 꼭 뒤통수를 친다? 빨갱이들은 피도 눈물도 없다?... 사람이나 집단 또는 어떤 개념·제도 등과 관련 자신이 겪어보지도 않은 채 지나치게 호의적 또는 비호의적인 감정을 품는 것을 ‘편견(偏見)’이라고 한다. 
 
▲ 하산 소령의 총기 난사 사건으로 사망자들이 발생한 가운데 포트 후드 캠프의 한 여군이 오열하고 있다.    © 편집부
치우칠 편(偏)은 사람 인(人)에 문 위에 거는 액자를 그린 편액 편(扁)을 붙인 것으로서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는 의미, 영어 ‘prejudice’의 뿌리는 ‘미리’ ‘선행의’를 뜻하는 접두사 ‘pr(a)e-’에 ‘판단’을 뜻하는 ‘judicium’이 붙은 라틴어 ‘praejudicium’, 객관적인 근거나 체험 없이 미리 자기 머리로만 판단하는 것을 말한다.
 
인간인 이상 누구나 편견을 가지고 있다. 직접 겪어서 아는 것을 높이 평가하여 ‘아는 것이 힘(knowledge is power)’이라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던 영국의 철학자 f. 베이컨도 그런 전제 아래 인간 지성이 진리에 접근하는 것을 방해하는 편견으로 4개의 이돌라(idola;우상 또는 환상)을 꼽았다.
 
종족의 우상(idola tribus)은 자기중심적일 수밖에 없는 인간 종족 자체로 인한 편견, 동굴의 우상(idola specus)은 저마다의 환경과 경험 속에 갇혀 있는 우물 안 개구리들의 편견, 시장의 우상(idola fori)은 언어의 불완전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편견, 극장의 우상idola theatri)은 전통적인 권위나 잘못된 논증·철학 따위에 빠져 실체와 변화를 보지 못하는 편견을 말한다.
 
주요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5일 텍사스주 포트 후드에서 발생한 총기난사사건의 범인 니달 말리크 하산 소령의 경우 종교적인 이유로 다른 군인들로부터 ‘낙타 몰이꾼(camel jockey)’이라는 놀림과 함께 왕따를 당하기는 했지만 그를 직접 상대해본 이웃들은 ‘매우 친절한 외톨이’로 기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겉 다르고 속 다른 무슬림 극단주의자였을 거라고? 천만에. 팔레스타인 이민가정 출신으로서 버지니아 텍을 나와 군에 지원한 후 메릴랜드 베데스타 소재 군인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할 때 산모 출산 참관 수업 중 졸도를 할 만큼 마음이 약해 외과의 대신 정신의학을 전공했고 범행 전 자신이 죽을 것을 알고 자신의 가재도구를 가난한 이웃 아줌마에게 주기도 했다는 하산의 속을 들여다본 적이 있나?
 
지난 8월 중순께 하산의 차량 옆면을 열쇠로 긁어놓는가 하면 ‘알라는 사랑’이라고 적힌 범퍼 스티커를 훼손했던 이라크전 참전용사 존 밴드워커, 아파트 정원 테이블에서 맥주파티를 벌이면서 무슬림 전통 의상을 입고 지나가는 하산을 비웃던 아파트 주민들.
 
자살 폭탄테러범을 동료들 목숨 구하기 위해 수류탄에 몸을 던진 병사에 비유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리고 한 때 알카에다 지지자 안와르 알올라키가 인도하는 무슬림 사원에 다닌 적이 있다고 해서 하산이 무슬림 극단주의자일는지도 모른다고 째려보는 사람들에게 하산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
 
그저 팔레스타인 출신이고 무슬림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악랄한 무슬림 테러리스트라고 단정하는 것이야말로 베이컨도 눈살 찌푸릴 편견이 아닌가?
 
편견의 이면을 까뒤집어보면 반드시 이익이 보인다. 무려 13명을 죽이고 30여명에게 부상을 입힌 건 하산이 틀림없지만 “미국은 중동사람들에 대해 적대적이므로 미군에 입대하지 말라”고 충고했던 부모의 만류를 뿌리친 채 “나는 미국에서 태어난 미국 시민권자다.
 
조국에 봉사하고 싶다”고 입대했던 하산으로 하여금 그런 극단적인 범행을 저지르게 만든 건 이 세상에는 자신들의 신만 존재한다고 믿는 기독교 근본주의와 친 이스라엘 정책을 고수하기 위해 중동 무슬림들을 범법자 취급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더 까놓고 말하자면 석유자원과 중동지역 영향력 확보를 위해 전쟁을 일으키고 그런 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해 근거 없는 선전선동을 일삼아온 사람들이 진짜 범인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걸 깨닫지 못하는 한 또 다른 하산이 나오고 또 나올 것임을 믿어마지 않는다.
 
 <채수경 / 뉴욕거주>

원본 기사 보기:newyork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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