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걸’, “‘조직법력배 인디언파‘가 비올 때까지 ‘연장질’한 것”

이종훈 기자 | 기사입력 2020/01/06 [17:01]

이종걸’, “‘조직법력배 인디언파‘가 비올 때까지 ‘연장질’한 것”

이종훈 기자 | 입력 : 2020/01/06 [17:01]

이종걸 의원이 작심하고 진중권 전 교수의 경박함을 꾸짖고 나섰다. 특히 이 과정에서 조국 전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를 정면으로 비판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이 의원은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또 검찰의 조국 전 장관의 공소사실과 관련 진 전 교수가 ‘조국 일가’ 수사는 ‘고구마 줄기캐기이고, 자꾸 줄기가 나오는 데 어떻게 그만두냐’는 표현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즉 “검찰의 행태는 ‘조직법력배 인디언파‘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지고 비올 때까지 ‘연장질’한 것이라고 비판받을 소지가 크다”면서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인지 기우제는 끝났어도 강수량이 너무 적네요”라며 통렬하게 비틀었다.

 

 


◆다음은 이중걸 의원의 페이스북 글 전문이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요즘 정말 바쁩니다. 차분히 글 쓸 시간이 나질 않습니다. 그런데도 jtbc 토론 등에서 한 때의 독자였을 분들에 대한 진중권 선생의 발언이 좀 심하다 싶어서 ‘위험을 무릅쓰고’ 한마디 했습니다. 저는 글 어디에서도 논쟁해보자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고 그럴 의사도 여유도 없습니다. 그런데 진 선생은 일방적으로 ‘진흙탕 초대’를 거절하겠다고 하더니, 팩트를 교묘하게 비트신 글을 또 올리시네요.

 

이런 논쟁은 비생산적입니다. 그러나 제가 민주당의 검찰개혁특위 공동위원장으로서 일련의  ‘조국 논쟁’에 하고 싶은 말도 있습니다. 제 글을 읽은 분에 대한 ‘서비스’ 차원에서, 그리고 중앙일보 정진우 기자가 최장집 교수까지 호출한 기사를 보면서 언론에도 하고 싶은 말이 생겼습니다. 내친김에 ‘딱 한 번만’ 길게 쓰겠습니다. 4월 15일까지는 진 선생님하고는 더이상 토론하기 어렵습니다. 미리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1, 문재인 당 대표와의 갈등 문제

 

진 선생께서 제가 19대 국회 때 당시 문재인 당대표를 많이 흔들었다고 비판합니다. 그게 지금 ‘조국 논쟁’하고 어떤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다시 한번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문재인 당대표와 ‘친문 그룹’과 대립했습니다. 원내대표 때는 당무거부를 한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후 저는 당시 행동에 대해서 여러번 사과를 드렸습니다.

 

이 ‘갈등’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했습니다. 그중 가장 큰 요인은 문재인 대표의 19대 민주당 대선 후보 경쟁력에 대한 평가의 차이였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정치는 빠르게 변합니다. 지금에 와선 격세지감이지만, 19대 국회 때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 친위부대의 위세는 대단했습니다. 정치적 지형은 범보수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었습니다.

 

저는 이런 지형에서 문 대표는 확장성의 한계가 있어 대세론을 앞세워서는 대선에서 고전할 것이라고 봤습니다. 대세론에 입각해서 대선 후보로 ‘추대’ 혹은 형식적 경선을 하려는 움직임을 반대했습니다. 이런 정세판단의 차이에다가 당내 여러 ‘분파’들이 당권·대권 분리 문제 등이 맞물리면서 갈등이 증폭되었습니다.

 

여기서 당시 제가 문재인 대표를 물러나라고 했다는 것은 진 씨의 주장은 명백한 곡해입니다. 민주당 후보 결정에서 ‘추대’가 아니라 공정하고 ‘감동적인’ 경선을 통해 후보의 방어력과 경쟁력을 키우자는 입장을 야인이 되라는 주장이라고 공격한다면, 정말로 악의적인 왜곡입니다.

 

현실 정치에서의 논쟁과 대립은 결과가 나오면 끝납니다. 우리 당은 문재인 후보를 내세워 정권교체에 성공했습니다. 저는 문 대표의 경쟁력을 과소평가했던 것입니다. 당 내부 이견을 풀어나가는 데 잘못된 방법을 택했습니다. 이중의 오류를 범한 것입니다. 그래서 이를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사과드렸고, ‘친문 그룹’에도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뭘 더해야 하나요?

 

진 선생은 문 대표를 공격했던 사람이 ‘떵떵거리며’ 산다면서 해방 후 친일파를 보는 것 같다고 비유했습니다. 이게 적절한 비유라고 생각하세요? 가창력을 자랑하는 가수가 듣는 사람도 민망할 음이탈을 하면서 노래하는 것 같습니다. 읽는 제가 창피해서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진 선생의 글에는 저와 문 대통령 지지자를 갈라치기 하려는 의도가 있습니다. 그런데, 잘 모르시겠지만, 저는 필리버스터를 주도해서 20대 총선의 승기를 잡은 것 등 여러 일로 꾸준히 ‘까방권’을 받았습니다. 저에 대한 비토가 진 선생의 이간질이 통할만큼 크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2. 조국 교수 공소 사실에 대해

 

공교롭게도 진 선생은 이 일을 누구보다 잘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었습니다. 조 교수와 오랜 절친이었고, 부인과 직장 동료였으며, 자식들도 아는 사이였고, 주연급조연인 최성해 총장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고, 직장은 주요 의혹이 일어났던 무대였습니다. 디테일을 가지고 안 따지겠습니다. 대세에 지장 없으니, 진 선생 주장에 다 동의합니다.

 

진 선생에 대한 제 의문은 따로 있습니다. 진 선생은 전공, 전문성과는 상관없이 삼라만상 거대담론가였던 분으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조국 논쟁’에서는 유독 디테일만 이야기합니다.

 

검찰이 조 교수를 기소하면서 새로운 혐의로 발표한 온라인시험 부정행위를 보죠.

 

검찰이나 진씨의 주장대로라면 조 교수가 불법으로 아들의 시험을 대신 봐준 것입니다. 사실이라면, 잘못한 것입니다. 옹호 안 합니다. 근데 그게 지난 반년 가깝게 나라를 흔들었던 ‘조국 논쟁’에서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지녔습니까?

 

윤석열 총장의 발언을 기억해봅시다. 윤 총장은 지난 몇 달 동안 국정감사장 등에서 수사성과가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 성과는 상당히 있지만 보안상 공개할 수 없다고 공언했습니다. 그러면서 직간접적으로 법무부장관이 되어서는 절대로 안될 사람이 되려고 하기에 막으려다 보니 수사가 커졌다는 식으로 설명해 왔습니다.

 

대공 용의점이 있는 사람이 국정원장이 되려고 한다면 국정원은 결사적으로 저지해야 합니다. 중대한 금융범죄 용의자가 금감원의 수장이 되려고 한다면 포기시켜야 합니다. 그것은 직무상 치명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조국 교수가 만약 중대한 문제가 있다면, 검찰의 행위는 정당합니다. 그런데 공소장이 나왔습니다. 그동안 언급이 없었던 ‘쇼킹한’ 범죄가 바로 이 온라인시험 부정행위였습니다. 이에 더해서 조국 교수에게 적용된 11가지 혐의가 검찰이 결사 저지를 해야 했던, 법무부장관 직무를 수행하는 데 절대 안 될 치명적인 범죄입니까? ‘유재수 감찰 무마’, ‘울산 하명수사’ 의혹이 있다고요? ‘유재수 감찰 사건’은 법원이 일차로 판단했습니다. 울산 사건은 이런저런 자료를 봤더니, 울산 검찰과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이 정말 수상하더군요.

 

민주당과 저는 겨우 이것이 그동안 윤 총장이 공언했던 보안상 공개할 수 없었던 상당한 수사 성과였냐고 묻는 것입니다, 검찰이 조 교수가 법무부장관으로 절대 불가라고 비토했던 이유인 불법 투자, 펀드관련 특혜 제공, 민정수석으로서의 인사검증 왜곡, 감찰 개입, 부당한 영향력 행사 등의 ‘중대한’ 혐의 입증에 실패했다면, 그 부분을 설명하라고 요구하는 것입니다.

 

그에 반해 항상 현실의 구조적인 문제들을 지적해왔던 진 선생은 검찰의 공소 내용은 “보안상 공개할 수 없었던 상당한 수사 성과”에 비견된다고 평가합니까? 검찰이 개혁을 요구하는 외압에 대응하려고 과잉수사, 망신주기 수사를 한 것이 아니다라는 입장인가요? 진 선생의 ‘비판적’ 지성이 검찰청 앞에서 멈추는 게 신기합니다.

 

진 선생은 유시민 이사장이 검찰수사가 인디언기우제 식이라는  비판을 조롱하면서, ‘조국 일가’ 수사는 고구마 줄기캐기이고, 자꾸 줄기가 나오는 데 어떻게 그만두냐고 했습니다. 이 비유를 조잡하지만, 받아들이죠.

 

그럴 때 공소가 제기된 지금 우리는 검찰에 적어도 세 가지 책임을 따져야 합니다.

 

첫째, 쌀 100가마를 추수해야 할 수의 일꾼들이 동원되어서 고구마 한 가마를 캐왔습니다. 처음에 일꾼을 처음에 보낼 때는 아무리 못해도 고구마 수십 가마는 캘 것이라고 예상 했기에 그런 인력을 보냈을 것입니다. 당초 계획 수립의 적정성에 대한 책임 여부를 따져야 합니다.

 

둘째, 설사 처음엔 예측 못했다고 하더라도 고구마를 캐다 보면 예상 수확량이 대충 나올 것입니다. 그런데도 적정 수의 일꾼만 남기고 철수시키지 않고 수많은 일꾼들이 무조건 파헤치는 행태를 보였습니다. 수사팀 검사들이 미래의 전관예우를 해줄 대형로펌 등에 선금을 땅겨서 수사비로 쓴 것도 아닙니다. ‘짜장면’ 시키는 비용까지 세금이 들어갔습니다. 이 막무가내 행위의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셋째, 고구마가 조국 가족 땅에만 자라난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땅을 아주 초토화시켰습니다. 서울중앙지검 구성원은 고구마줄기를 캐는 일꾼이 아니라 대평야에서 추수를 하는 큰일꾼입니다. 이 이례적인 일꾼 배치가 무슨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누가 책임자인지를 규명해야 합니다.

 

꽃 한송이에도 우주가 담겨 있듯이 개별 사건에도 중대한 본질이 담겨 있습니다. 진 선생이 표창장, 장학금, 온라인 서험 등 디테일한 사안에 집중하는 것 자체는 문제는 아닙니다. 거기서 ‘문화자본’에 따른 불평등, ‘강남좌파’의 특권 등 한국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독해하고 비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진 선생은 애써 검찰 문제는 독해를 안한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제가 보기엔, “뭔가 보여드리겠습니다”면서 몇 달 끌었던 수사결과는 검찰 구성원들이 사실상  ‘디스’하고 있습니다. 보통 이런 큰 수사가 끝난 후에는 수사팀에서는 무용담이, 수사팀 바깥에서는 칭찬과 격려가 쏟아집니다. 그런데 검사들은 침묵하고 있습니다. 실패한 수사라고 보는 것이죠.

 

현상을 넘어서 본질을 주목한다면, 검찰의 행태는 ‘조직법력배 인디언파‘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지고 비올 때까지 ‘연장질’한 것이라고 비판받을 소지가 큽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인지 기우제는 끝났어도 강수량이 너무 적네요.

 

그런데 진 씨처럼 비판적 지식인을 자처했던 사람이 검찰 수사에 내포된 구조적인 문제점에는 입 닫고 조국 가족 행위만 집착하는 것은 이해불가입니다.

 

3. 몇 마디 첨언

 

전 4월 15일까지는 더 이상 진 선생하고 담소를 못 나누겠지만, 진 선생이 다른 분들과 대화하시려면, 먼저 밝혔으면 하는 것이 있습니다.

 

진중권 선생은 최성해 총장의 학위 거짓말을 언제 알았는지, 학위 거짓말은 대수롭지 않다는 것인지, 학위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라면 다른 심각한 거짓말이나 탈법 행위를 할 가능성이 높은 데 안 그렇다고 생각하시는지, 학위 거짓말이 학생과 학교와 사회에 끼치는 해악이 정경심 교수의 ‘위조’ 행위보다는 덜 하다는 것인지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게 생산적일 것 같습니다.

 

진 선생이 재직했던 동양대는 재단 전입금이 거의 없고, 학생 등록금이 주수입원인 대학교입니다. 이런 대학교에서 최성해 씨는 총장직을 25년 동안 장기집권하고 있습니다. 친동생이 경영하는 건설사에 총 400억원 규모의 학교의 각종 공사를 몰아줬다고 교육부의 2015년 감사에서 적발되고 입찰방해죄로 검찰에 기소되어 각각 10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정경심 교수에 대한 분노에서 보듯이 학생들을 끔직하게 사랑하는 ‘정의파’ 진중권씨는 교수로 재직하면서 재단 비리, 일감몰아주기가 가능한 구조적 조건이 완벽하게 세팅되어 있는 동양대에서 직원과 학생에게 초래되는 손해에 대해선 어떤 결기를 보이셨는지 궁금하네요.

 

저는 ‘가오는 있는’ 진 선생은 정경심 교수를 비판하는 동일한 잣대로 처신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런데 진 선생의 정의감과 비판의식은 최성해 총장실 앞에서는 멈춘다고 경멸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니 이왕 나서신 김에 자세하게 밝히실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열심히 키워준 언론에 대한 한 말씀.

 

언론인 여러분. 별 내용도 없는 상호 논박을 키워주신 덕분에 시간 많이 썼습니다.

 

그런데 이이제이, ‘적의 적은 친구’라는 식의 접근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닙니까? 영양가가 없는 이야기라도 그 ‘진영’ 내부에서 나와서 ‘적의 적’으로 발언한다면 대서특필하는 프레임은 진영론적 선정주의입니다.

 

또 언론은 ‘적의 적’된 사람들한테는 엄밀한 잣대를 들이대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민주당이나 시민의 ‘광장정치’를 디스할 때 단골 코멘터인 ‘진보적’ 정치학자인 최장집 교수.

 

현실 정치에 몸 담고 있는 제가 보기엔 이 분은, 실례되는 표현이지만, 공상적 정당론자에 불과합니다. 제도로서의 민주주의는 제도로서의 민주주의가 필요한데 한국은 제도로서의 민주주의가 아니고, 제도로서의 민주주의가 아닌 상태에서의 정치행위는 제도로서의 민주주의가 아니다. 이런 동어반복적 이야기를 30년째 하면서, 광장의 직접민주주의와 ‘촛불시민’을 폄훼합니다.

 

정당이론가 최장집 교수는 국민의 당 등 현실정치에서 정당실험도 했습니다. 참담한 실패였을 것입니다. 그런데 자기의 정당론을 성찰 하지 않습니다. 현실과 이론이 다르다면, 현실이 틀린 것이라는 태도입니다. 최장집 모델 정당은 도대체 언제 창당됩니까?

 

이 분이 틀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이 분 발언은 20년전 것을 그대로 활용해도 되고, 아마 지금 발언을 20년 후에 써도 ‘유용’합니다. 이런 구름 위에 계신 분의 이야기를 무슨 금과옥조처럼 취급해서 민주당을, 진보진영을 까는 방식은 이제 진부하지 않습니까?

 

긴 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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