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6년 병자호란. 그리고 2020년은 경자호란(庚子胡亂).

김양수 컬럼니스트 | 기사입력 2020/02/28 [16:14]

1636년 병자호란. 그리고 2020년은 경자호란(庚子胡亂).

김양수 컬럼니스트 | 입력 : 2020/02/28 [16:14]

[신문고뉴스] 김양수 내과전문의 = 22810시 현재 감염자 2022. 사망 13. 불과 한 달 만에 중국 발() 코로나 19 감염병은 문자 그대로 대한민국을 휩쓸었다.

 

우리에게 방역의 중요성을 일깨웠던 메르스 유행 후 5. 적어도 방역의 관점에서 보자면 대한민국은 2015년과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 아니 오히려 퇴보했다.

 

의학이 미천하던 시기 전염병의 창궐은 대량 학살에 버금가는 죽음을 의미했다. 14세기 페스트, 20세기 초 인플루엔자 대유행이 그랬다. 하지만 의학이 엄청나게 발달한 21세기 전염병의 창궐이 세상을 괴롭히는 양상은 조금 다르다. 그것은 바로 전염병이 야기하는 사회적 패닉에 의한 피해가 질병 자체의 파괴력을 훨씬 상회한다는 사실이다.

  

▲ 2월 28일 장 마감 주식시장 알림...네이버 증권 페이지 갈무리,    

멀리 갈 것도 없이 대한민국의 현재 상황을 보자. 성장 동력이 떨어진 경제는 그야말로 올 스톱이다. 물류도, 현금도. 사람도 모두 멈춰버린 지금의 상황도 최악이지만 더 큰 문제는 코로나 19 창궐이 언제쯤 끝날지 가늠 할 수 없다는 데 있다.

 

패닉은 경제만을 제물로 삼지 않는다.

 

진영논리에 매몰되어 원칙과 상식은 붕괴되고 정의와 도덕은 실종된 채 사분오열된 대한민국 사회는 코로나 19 재난을 어떻게 극복할지에 대해서도 지혜를 하나로 모으지 못하고 오히려 진영으로 나뉘어 갑론을박 진흙탕 싸움에 여념이 없다.

 

그리하여 패닉은 사회적 갈등을 더더욱 깊게 넓게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합리적 사고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현 정권의 중국 편애가 자리한다.

 

현재까지 코로나 19 바이러스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곳은 단연 중국이다. 그렇다면 중국으로부터의 입국 차단은 방역에서 가장 먼저 생각해야할 수단이다. 하지만 정부는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중국으로부터의 외국인 입국 전면 차단을 편집광적으로 거부하고 있다.

 

그 와중에 대한민국 방역 사령관 격인 복지부 장관은 주된 감염원은 중국인이 아닌 중국에서 들어온 한국인이라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백보를 양보해서 이 말이 사실이라 해도 일국의 방역 책임자가 공식적인 장소에서 입에 담을 말은 아니었다. 이미 말하지 않았던가. 질병보다 더 무서운 것은 패닉이라고.

 

 

▲ 국회에서 "중국에서 입국한 우리 국민들이 감염원"이란 말로 뭇매를 맞은 박능후 복지부장관   

 

 

정부의 논리는 일종의 증거중심주의에 기인한 것 같다. 지금까지 중국으로부터의 입국자가 감염원이 된 사례가 없었으니 입국을 막을 필요가 있겠느냐는 논리. 하지만 그러한 논리가 방역에 적용되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213일 대통령 문재인은 코로나 19는 곧 종식될 것이라고 선언했었다. 며칠 사이 확진 환자가 거의 없었으니 끝난 것이라는 논리에 기인했던 발언이다. 그리고 불과 보름. 우리는 어떤 지경이 되었는가.

 

범죄자는 증거 없이 심증만으로 처벌할 수 없다. 하지만 방역에 있어 잠재적 감염자는 신천지 교인들의 사례에서 보듯 심증만으로도 강제적 검사를 받게 할 수 있다. 마찬가지다.

 

당장의 실효성 여부를 떠나 중국으로부터의 입국 제한은 코로나 19 극복에 돌발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을 잠재적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반드시 고려해야할 정책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정부는 중국인 입국 허용에 필사적으로 집착하는 걸까.

 

사실 우리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 중국과의 마찰로 인해 혹시나 우리가 경제적으로 타격을 받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그리고 다가오는 봄에 예정된 시진핑의 한국 방문을 반드시 성사시켜야할 문재인 정부의 외교적 절박함 때문에 우리는 중국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 시진핑 중국 주석과 통화하는 문 대통령, 이미지, 청와대 제공    

 

 

정부의 중국 편향은 입국 차단 문제 뿐 아니다.

 

마스크와 방호복 등 우리 국민들도 목에서 손이 나올 정도로 절박한 물자들을 아낌없이 중국에 지원하는 모습에서, 대구지역에 방역 인력으로 투입된 공중보건의에 대한 지원이 자가 격리 중인 중국인 유학생보다도 못하다는 소식에서, 그리고 시진핑과 중국과 아픔을 함께 하겠다는 감성 멘트를 나누는 모습에서 국민들은 정부의 방역 우선순위가 과연 한국일까 중국일까 하는 의구심마저 품게 된다.

 

외교는 힘이 좌우하는 게 냉혹한 현실이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의 대 중국 편애를 대한민국의 어쩔 수 없는 전략적 고뇌라 이해한다 치자. 그렇다면 코로나 19 재난에서 전략적 고뇌로 인해 우리가 중국으로부터 얻은 것은 과연 무엇일까.

 

한국에서 코로나 19 감염자가 속수무책으로 쏟아져 나오며 세계 각국은 한국 발 입국자 차단조치를 단행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대열에 중국은 재빨리 합류한다.

 

중국의 발언이 압권이다. “방역은 외교보다 중요하다.”

 

중국의 환자 발생은 소강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그런데 중국은 한국으로부터의 입국자가 자국 내 감염확산을 야기했다는 명확한 증거가 있어서 입국을 차단한 것일까. 천만에, 그냥 한국의 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니까 방역의 상식으로 상응하는 조치를 취한 것뿐이다.

 

▲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외교와 방역은 다르다"고 말했다.    

 

그런데 우리는? 혹시나 가까운 미래에 신천지 사태처럼 중국에서 감염 쓰나미가 몰아닥치면 그 이후에나 입국 금지를 고민하려나. 이미 상황이 벌어진 후에?

 

전염병 자체보다 더 무서운 패닉 앞에서 일국의 지도자라면 패닉을 야기할 모든 악재들을 국민보다 두 발자국 앞서 없애버리는 지혜와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패닉의 말소를 최우선 순위로 두어야 경제도 살아나고 국론분열도 봉합할 수 있다.

 

우리네 대통령에겐 지금 무엇이 최우선순위일까. 중국에 대한 전략적 인내? 다가오는 총선에서의 여당 승리? 최고 정치적 자산인 팬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일? 나로서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패닉의 말소는 대통령의 리스트에 들어있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만은 도저히 떨쳐버릴 수 없다.

 

1636년병자호란. 그리고 2020년은 경자호란이다. 그리고 중국 앞에서 한없이 나약해지는 대통령을 보며 나는 서글프게도 삼전도 인조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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