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칼럼]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공천을 보는 단상

민주당 친문계의 순혈주의를 경고한다. 순혈주의로 성공한 정치인도 세력도 없다. 역사에서 순혈주의자들은 패배했다

임두만 | 기사입력 2020/02/29 [03:47]

[토요칼럼]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공천을 보는 단상

민주당 친문계의 순혈주의를 경고한다. 순혈주의로 성공한 정치인도 세력도 없다. 역사에서 순혈주의자들은 패배했다

임두만 | 입력 : 2020/02/29 [03:47]

[신문고뉴스] 임두만 편집위원장 = 4.15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 이합집산은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된 것 같다. 때문에 이제 정치권은 각 당마다 공천 작업으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뚜렷한 두 개의 흐름이 있다. 즉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친문 순혈주의가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미래통합당은 그동안 당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했던 친이든 친박이든 순혈주의가 무너지고 있다.

 

▲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당 최고위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국회정론관팀 공유이미지

 

28일까지 진행된 더불어민주당 공천 결과를 보면 친문계 주류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28일 나온 경선 결과, 윤영찬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성남중원), 정태호 전 일자리수석(서울 관악을), 남영희 전 청와대 행정관(인천 미추홀을), 김승원 전 청와대 행정관(경기 수원갑) 등이 승리했다. 앞서 26일에는 김영배 전 민정비서관(서울 성북갑)도 경선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이들은 어떻든 당내 경쟁 절차인 경선을 거쳤으므로 나름대로 명분이 있다.

 

하지만 진성준 전 정무기획비서관(서울 강서을), 이용선 전 시민사회수석(서울 양천을), 고민정 전 대변인(서울 광진을), 박수현 전 대변인(충남 공주·부여·청양), 나소열 전 자치분권비서관(충남 보령·서천), 복기왕 전 정무비서관(충남 아산갑), 조한기 전 제1부속비서관(충남 서산·태안) 등의 문재인 청와대 출신들은 경쟁과정인 경선을 거치지 않고 공천을 받았다.

 

또 이들 외 윤건영 전 국정기획상황실장(서울 구로을), 하승창 전 사회혁신수석(서울 중구성동을), 권혁기 전 춘추관장(서울 용산)의 이름도 전략공천으로 거론되고 있다.

 

나아가 한병도 전 정무수석(전북 익산을), 유송화 전 춘추관장(서울 노원갑), 권향엽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전남 광양·곡성·구례), 김금옥 전 시민사회비서관(전북 전주갑), 신정훈 전 농어업비서관(전남 나주·화순) 중 상당수가 경선에서 승리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민주당 경선은 권리당원 50%와 일반국민 50%의 여론조사가 기본 룰이다. 여기에 신인 또는 여성 가산점이 있으며, 현역일 경우 지역구 평판점수가 있다.

 

그런데 일반국민 여론조사는 1차 질문에서 지지정당을 묻고 민주당 지지나 무당파로 밝혀야 투표권이 있다. 즉 일반인도 민주당 충성도, 다시 말해 문재인 충성도가 높은 패널에게 투표권이 부여되는 셈이다. 때문에 이들은 권리당원 만큼이나 후보의 전력을 꿰뚫고 있어 친문계 후보가 유리한 판국이다.

 

그래서 본선 경쟁력과 상관없이 경선은 일단 친문계가 승리하는 사례가 높게 나오는 것이다. 이는 이미 확인된 사실이지만 친문계의 모바일 투표 또는 여론조사 능력은 자타가 공인한데서 기인한다. 이에 추후 공천결과가 나와 봐야 알 수 있겠지만 지금으로선 친문계 득세가 확실한 것은 분명하다.

 

반면 미래통합당은 절박감이 매우 확연하게 보인다. 우선 그동안 세간의 평판이 그리 좋지 않다고 알려진 인사들, 예를 들면 5.18막말의 김순례 최고위원, 막말논란의 민경욱, 이은재 의원, 지역구 평가를 이유로 한 홍일표 의원, 친박색이 뚜렷한 윤상현 의원, '유승민 문자 논란'으로 한국당계와 새보수당계 간의 공천 갈등설이 불거진 이혜훈 의원 등을 컷오프했다.

 

▲ 미래통합당 창당식에서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국회정론관팀 공유이미지

 

이들에 앞서 스스로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들도 이전 새누리당이나 친박색이 뚜렷한 인사들이 많다. TK 지역에서 가장 먼저 불출마를 선언한 정종섭 의원은 박근혜 정부 행안부 장관이었다. 부산에서 불출마를 선언한 유기준 의원 또한 친박계 간사를 역임했다.

 

김무성(5), 한선교(4) 의원은 원조 친박. 재선 김도읍 의원은 박근혜 새누리당 대표시절 직계인 허태열 의원 대신 공천한 검사출신 법조인, 초선 김성찬 의원은 해군참모총장으로 박근혜 영입, 초선 유민봉 의원은 박근혜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윤상직 의원은 박근혜 정권 지식경제부 장관.....

 

또 김세연, 김영우 의원은 당이 이래서는 안 된다는 경고를 날리며 용퇴했고, 비례지만 박근혜 색이 강한 조훈현, 최연혜 의원은 스스로 물러났다. 김세연 김영우를 빼면 박근혜 색을 뺀 것이다.

 

강남3구인 송파의 재선의원인 박인숙 의원은 고령, 울산 5선의 다선인 정갑윤 의원도 고령에 다선으로 스스로 용퇴했으며, 유승민 의원과 김성태 의원은 스스로의 판단으로 자신들의 출마가 당 전체의 승리라는 선거 판도에 유익하지 않다고 생각했는지 용퇴했다.

 

미래통합당의 이런 모습은 절박함을 느끼고 있음을 알게 한다. 김형오 공관위원장도 절박감을 때문인지 공천 작업을 진행하면서 되도록 파열음을 내지 않고 있다. 그래서 유승민계는 물론 안철수계까지 중용 하겠다는 의지를 비추는 것으로 반문재인 반민주당의 세력연합을 완성하려 한다.

 

물론 미래통합당도 공천탈락에 항의, 무소속출마를 선언한 윤상현 의원 같은 이도 있고, 또 최대 화약고인 대구경북(TK) 지역 공천이 남아 있으므로 시끄러운 잡음이 나올 개연성도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 세력이 보여주는 자세는 어떻든 절박감이 뚜렷해 보인다.

 

이는 지난 2016년 새누리당이 공천에서 망했다는 학습효과도 한 몫 하는 것 같다. 당시 공천작업 때 친박에서 더 나아간 진박감별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최경환-이한구 투톱의 박근혜 밀접 공천 결과가 나타났다. 지금 이들은 이것이 총선 실패의 원인이었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당시 최경환 의원이 한 행사에서 인사하고 훈시하고 있다.  ©최경환 페이스북

 

당시 최경환 기재부 장관이 이끌던 '박근혜 친위대'는 총선 180석 운운하는 여론에 들떠, ‘진박당을 꿈꿨고, 지지자들은 응원했다. 이에 유승민 공천탈락이란 폭탄이 터지자 김무성 대표가 당 공관위 공천결과를 수용하지 못하겠다며 대표 직인을 갖고 자리를 비웠다는 옥쇄파동까지 일 정도였다.

 

반면 당시 민주당은 또 지금의 미래통합당 상황과 유사했다. 안철수계와 호남계의 주류 친문계에 대한 반목은 결국 분당을 불렀으며, 이에 문재인 당 대표는 공천작업과 총선 과정에서 2선으로 후퇴했다. 당의 전권은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쥐고, 공천을 주도하며 당 안의 잡음을 제거했다.

 

이 과정에서 이해찬 현 대표도 정청래 의원도 공천에서 탈락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불출마 압력에 스스로 탈당, 국민의당에 가담했으며, 임종석 전 비서실장은 경선에서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총선 결과는 애초 180석을 장담하던 여당인 새누리당의 참패, 절치부심 공천혁명을 이룬 민주당의 원내1당 등극이었다. 이 결과는 끝내 박근혜 정권의 탄핵이란 비참한 종말도 불렀다.

 

즉 자만과 안일함으로 순혈을 고집한 결과와 절박감에 모든 기득권을 내놓고 오로지 세력의 승리를 추구하면 절박한 쪽의 손을 국민들이 들어준다는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 김종인 민주당 비대위원장이 비대위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신문고뉴스 자료사진

 

500년 역사를 가진 조선의 마지막은 참으로 비참했다. 오래 이어져 온 당쟁의 승자는 순조 임금의 장인으로 섭정을 맡았던 김조순이 이끈 노론시파...당시 김조순은 정순왕후의 수렴청정 때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경주 김씨 주도의 노론벽파를 완벽하게 제거했다.

 

노론벽파가 정순왕후의 위세에 따라 정조시대에 탕평책으로 기용되었던 남인과 소론, 그리고 노론에서 벽파와 각을 세운 시파까지 몰아낸데 따른 반대급부였다.

 

즉 김조순은 정순왕후가 수렴청정을 거두고 자신이 열다섯살짜리 임금인 순조의 장인으로 섭정이 되면서 경주 김씨 위주의 노론벽파를 조정에서 제거한 것이다.

 

이후 김조순의 위세에 따라 조선 조정은 안동 김씨 세상이 되었다. 그 결과 당쟁은 사라지고 세도정치만 남았다. 조정에 비주류도 없고, 대항할 당파도 없었다.

 

그러나 그렇게 위세를 떨치던 안동 김씨들의 세도정치는 또 그들이 하찮케 여겼던 대원군 이하응에 의해 무너졌다. 이후 조선 말엽 역사는 글이 길어지므로 생략한다.

 

조선이 당파싸움 때문에 망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지금도 다수지만 역설적으로 말하면 조선은 당파싸움이 끝나고 1당 독재인 세도정치로 망했다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다.

 

철종, 고종의 등극과 명성왕후의 간택 등을 주도한 세력은 노론시파에서 세도가로 변해 모든 조정정치를 주무른 김조순의 안동 김씨들이다. 그리고 그 끝은 우리가 아는 바와 같다.

 

정당은 건강해야 한다. 건강하다는 것은 주류와 비주류가 당권을 놓고 건강한 경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대결의 목적은 언제나 국리민복이다. 국가와 국민우선이어야 한다.

 

우리나라 원내 1,2당은  기득권 세력이란 좋지 않은 명찰을 달고 있다. 그런데 이 명찰을 그나마 안 보이게 하려는 세력은 늘 선거에서 이기고 그 명찰을 잘 보이게 한 세력은 선거에서 패했다지금, 민주당은 친문 명찰이 너무 선명하다. 반대로 미래통합당은 친박 친이 명찰을 어떻게든 감추려고 한다.

 

그렇다면? 미리 예측하건데 총선 결과는 이미 예정되어 있다고 해도 된다. 그 이유는 앞에 길게 설명했다. 순혈주의로 성공한 정치인도 세력도 없다. 지금 민주당과 친문계는 이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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