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석연치 않은 '강동갑' 여론조사 그걸 믿으라고?

이희동 기자 | 기사입력 2020/04/09 [13:37]

[기고] 석연치 않은 '강동갑' 여론조사 그걸 믿으라고?

이희동 기자 | 입력 : 2020/04/09 [13:37]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다. 비록 세상은 코로나19로 하 수상하지만 정치의 시계는 흐르고 있다. 대문 밖을 나서면 유세차가 돌아다니고 있고, 뉴스를 틀면 1주일도 남지 않은 총선과 관련된 소식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지역의 유권자 입장에서 그 정보량은 부족하기 짝이 없다. 뉴스의 절반이 코로나19와 관련된 소식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나마 총선과 관련된 소식도 중앙이나 일부 관심지역에만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깜깜이 선거라는 말이 나왔을까.
 
물론 예전과 달리 SNS가 활성화되고 자체 유튜브 방송과 같은 대안 매체들이 등장했지만 한계를 지니는 건 매한가지다. 뉴미디어 자체가 기존 언론 시스템과 같은 법규가 제정되지 않은 만큼 정보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을뿐더러, 그 역시도 대부분 특정 지역과 관련된 정보를 다루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역의 유권자들은 다시금 여론조사를 자세히 볼 수밖에 없다. 후보 선택에 있어서 나와 같은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가리키는 숫자의 힘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과연 우리 지역은 어떤 후보가 앞서고 있으며, 얼마나 차이가 나는 걸까?

 

 
 
여론조사의 신뢰성
 
문제는 이와 같은 여론조사가 모두 정확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이미 말도 안 되는 여론조사에 몇 번 속아왔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지난 2016년 총선 때 종로 지역이다. 당시 KBS와 연합뉴스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했던 여론조사에서는 새누리당 오세훈 후보가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45.8% 대 28.5%로 17.3% 이상 압승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실제로는 정 후보가 오 후보를 52.6% 대 39.7%로 12.9% 승리했다. 여론조사가 완전 빗나간 것이다.
 
더 극적인 사례는 2010년 지방선거 때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 건이다. 당시 방송 3사 여론조사는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 50.4%, 한명숙 민주당 후보 32.6%로 무려 17.8%의 차이를 예측했지만, 선거 결과는 판이했다. 실제 오 후보는 47.43%를 얻었고, 한 후보는 46.83%를 득표해 막판까지 혼전이었다. 두 후보의 득표율 격차는 겨우 0.6%였다.
 
개인적으로 위 사례를 특히 기억하는 이유는 이 여론조사가 선거의 당락을 뒤바꾸었을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한명숙 후보의 많은 지지자들이 여론조사만 보고 오세훈 후보의 당선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던 만큼 아예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총선의 여론조사는 괜찮을까?
 
유선전화 vs 무선전화
 
이와 관련하여 어떤 전문가들은 이번 총선의 여론조사는 다를 것이라고도 말한다. 이번 총선부터는 휴대전화 가입자의 실거주지를 반영한 '안심 번호' 이용 조사가 가능해졌기 때문에 과거와 비교하면 정확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허점은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이 유선전화와 무선전화의 비율이다. 유선전화의 비율이 높을수록 보수적인 이들의 응답이 과대 대표될 수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2019년 현재 가구별 유선전화 보유율은 27.1%, 개인의 휴대전화 보유율은 98.5%에 달하는데, 유선으로 응답한 이들은 보통 보수적이라는 무직, 은퇴, 자영업자들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의 여론조사를 보면 이와 같은 경향은 뚜렷하다. 예컨대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후보와 미래 통합당 나경원 후보가 붙은 서울 동작을을 보자.
 
비록 기간은 다르지만 유선전화의 비율에 따라 두 후보의 수치는 확연히 달라진다. 무선 100%였던 TV조선 조사(3.30일)에서는 이수진 46.4% / 나경원 41.6%, 무선 3%였던 MBC 조사(3.28~29일)에서는 이수진 48.5% / 나경원 36.6%, 무선 31%였던 CBS 조사(4.4~5일)에서는 나경원 44.1%, 이수진 40.9%로 심지어 유무선 비율에 따라 당락이 뒤바뀌기도 한다.
 
따라서 최근 여론조사 기관들은 유선비율을 줄이고 있는 실정이다. 3~4년 전까지만 해도 유선 비율이 30~40%(2016년 종로의 경우 유선 100%)였지만, 현재는 달라졌다. 리서치뷰 전인호 대표는 "최근에는 유선비율 10~20%가 보통이며, 유선비율 30~40%는 60대 이상을 고려한 조사"라고 했다.
 
물론 샤이보수를 감안해서 유선비율 30% 이상을 고집하는 업체들도 있지만, 이는 소수에 불과하다. 60대 이하 연령층의 휴대 전화 보급률이 사실상 100%, 심지어 통신 취약계층인 70대 이상도 보급률이 90%인 현실을 감안한다면 이와 같은 조사가 현실을 반영할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도시의 경우 이는 더욱 심각할 수밖에 없다.
 
강동갑, 하나의 여론조사
 
유선 비율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지고 있는 여론조사. 문제는 그와 같은 여론조사가 하나 밖에 없을 경우이다. 앞선 언급한 동작을의 경우 여러 개의 여론조사가 존재함으로써 교차검증이 가능하지만 한 가지의 여론조사만 존재하는 경우 이는 불가능하다. 서울 강동갑이 바로 그런 경우이다.
 
지난 6일 서울 강동갑 지역은 시끄러웠다. 로이슈라는 언론에서 데일리리서치에 의뢰해 서울시 강동구 갑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성인 726명을 대상으로 4일과 5일 간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후보가 41.0%, 미래통합당 이수희 후보가 47.5%를 기록하며 이수희 후보가 앞섰기 때문이다.
 
물론 강동갑은 오랫동안 보수의 텃밭이었고, 2016년 총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겨우 2.8% 차이로 신승한 곳이지만, 이번 총선에는 큰 이변이 없는 곳으로 알려졌었다. 진선미 후보가 현 정부의 여성가족부 장관을 하면서 탄탄하게 지명도를 쌓았을 뿐만 아니라, 미래통합당 이수희 후보는 중앙당의 전략공천으로 지역기반이 매우 약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여론조사에서 진 후보가 진다?
 



그러나 이런 소란은 금세 가라앉았다. 여론조사 기준이 회자되면서부터였다. 응답자의 46%가 유선비율이라니 그럴 수밖에. 실제로 이 여론조사에서는 지지정당도 물었는데 그 결과 미래통합당이 39.2%, 더불어민주당이 34% 응답함으로서 현재까지 발표되고 있는 여느 여론조사와 결을 달리하고 있었다. 유선비율이 높을 경우 여론조사가 얼마나 현실과 괴리될 수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었다.
 
또한 어느 지역의 유권자는 여론조사 자체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기도 했다. 여론조사를 의뢰한 주체가 낯선 업체일 뿐만 아니라, 선거법 상 9일부터 여론조사 공표금지인데 바로 그 직전에 여론조사가 발표됨으로써 다른 여론조사와 교차검증할 수 있는 기회마저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총선이 끝나면 부끄러운 여론조사들이 회자될 것이다. 그러나 그에 앞서 유권자인 우리가 할 일은 제대로 된 정보 취득과 소신 있는 투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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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라도out 2020/04/14 [19:17] 수정 | 삭제
  • 전라도새끼들끼리 지랄들하고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