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80년대 명소 ‘화사랑’ 되살린다

김승호 수도권 취재본부 본부장 | 기사입력 2020/05/29 [10:32]

고양시 80년대 명소 ‘화사랑’ 되살린다

김승호 수도권 취재본부 본부장 | 입력 : 2020/05/29 [10:32]

  © 김승호 수도권 취재본부 본부장

 

 

80년대 청춘들의 데이트 명소중 한 곳이 바로 고양시 일산 백마역 근처에 있는 화사랑이다.

 

‘숲속의 섬’이라는 범상치 않은 카페가 있다. 내부에는 턴테이블, 레코드, 방명록과 같은 수십 년 전의 소품과 흔적이 남아있으며, 외부는 백마역을 따라 이어진 철길과 우거진 나무들이 80년대 아날로그 감성을 깨운다.

 

4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이 카페는, ‘화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중장년층이라면 대학생 시절 한 번쯤 찾아봤을 법한 80년대 최고의 명소다.

 

고양시가 화사랑을 복원해 일산의 새로운 명소로 만들겠다고 나섰다.

 

화사랑은 2016년 영업을 중단했지만, 고양시는 이곳의 시대적 상징성을 보존하고자 건물주를 설득해 올해 1월 건물을 매입하고, 주민과 예술인을 위한 공간으로 리모델링하여 9월 경 개관하기로 한 것.

 

화사랑의 역사는 1979년 한 젊은 화가가 백마역 근처에 연 화실에 친구들이 하나 둘 모여들며 급기야는 주위에서 “주점을 내 보라”고 권유한 것에서 시작된다.

 

이후 크고 작은 카페 200여 개가 잇따라 생겨나며 일대는 ‘백마 카페촌’이 되었다. 이곳은 80년대 신촌 소재 대학생들과 음악인, 문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청춘과 낭만의 거리이자, 교외선을 타고 근교를 찾는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가 되었다. 기형도‧김소진 등의 문인과 강산에‧윤도현 등의 가수가 이곳에서 꿈을 키웠으며, 유인촌‧황신혜가 출연한 드라마 ‘첫사랑’의 촬영지로서 각광받기도 했다.

 

91년 일산신도시가 개발되며 화사랑을 끝으로 이 카페들은 모두 헐렸다. 그러나 일대는 일산 대표 먹거리촌 ‘애니골’로 부활했고, 주인은 2세대, 3세대 화사랑을 열어 그 명맥을 꾸준히 이어왔다.

 

화사랑의 인기 비결에는 경의선 ‘백마역’의 정취가 큰 몫을 했다. 신촌에서 교외선 기차를 타고 내려 20분 간 기찻길을 따라 걷는 산책로에는 자연과 낭만이 함께 담겨 예술인들의 시상을 북돋우고는 했다.

 

고양시는 경의선과 연계해, 이 공간에 담긴 추억과 레트로 감성을 최대한 살려 활용할 계획이다. 7080 라이브 공연, 숲속 인문학 강좌, 중년시민대학 등 주민을 위한 알찬 프로그램과 더불어, 당시 화사랑 공간을 채웠던 문학‧음악동호회처럼 아마추어 동아리들이 꿈을 키우는 공간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특히 화사랑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왔던 대학교 문학동아리 활동과 연계해 문화콘텐츠를 낳는 산실로 활용한다. 각종 드라마‧영화 촬영도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리모델링을 앞두고 지난 28일, 현장에는 이재준 고양시장을 비롯해 우상호 국회의원 등 연세문학회 출신 인사들과 연극인‧문인‧주민대표 등 각계각층 인사 10여 명이 모여 활용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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