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회고록 분석2] 문재인, 트럼프-김정은 회담에 끼어들었나?

임두만 | 기사입력 2020/06/24 [18:13]

[볼턴 회고록 분석2] 문재인, 트럼프-김정은 회담에 끼어들었나?

임두만 | 입력 : 2020/06/24 [18:13]

(1편에서 이어짐) 이미 국내에도 입수되어 알려진 존 볼턴의 회고록을 두고 국내 보수언론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김정은 회담에 '사진을 찍하려고 끼어들기를 했다'는 점을 화두로 보도하면서 문 대통령을 저격했다. 과연 볼턴의 회고록은 그렇게 쓰여있는가?

 

▲ 남북미 정상이 판문점에서 둥그렇게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청와대 페이스북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문 대통령의 역할은 줄기차게 '중재'였다. 그리고 '중재'를 통한 북미정상회담 성사, 남북간 화해, 나아가 종전선언을 통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추구였다. 반면 이에 딴지를 걸거나 한반도 평화모드를 방해한 세력은 볼턴을 비롯한 미국 네오콘과 일본 우파, 북한의 매파들이다.

 

볼턴은 회고록 한반도 부분에서 문 대통령이 트럼프에게 "북한(김정은 위원장)이 1년 안에 비핵화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음을 적었다. 그러나 이는 북미정상회담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않은 것 같다. 이를 볼턴은 "나중에 보니 (미국이 준비가 안 되어) 국무부도 그 시간에 맞출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을 깨알 같이 비판한다. 그는 "문 대통령이 트럼트 대통령의 리더십을 칭찬하자, 트럼프는 '내가 (對北 외교를) 얼마나 많이 책임지고 있는지 밝혀달라'고 졸랐다"고 비꼬았다.

 

또 "북한의 풍계리 (핵시설)폐쇄는 (2008년) 영변 냉각탑 폭파와 같은 또 하나의 가짜 양보”라고 부언했음도 밝히면서, 자신이 트럼프가 문재인 대통령 중재에 넘어가지 않도록 했음도 피력했다.

 

이에 대해 볼턴은 "내가 나중에 한미 정상 통화를 '거의 죽을뻔한 경험'이라고 하자, 폼페이오 장관이 '사우디에서 대화를 듣던 중 심장마비가 왔다'고 응수했다"고 말했다. 이는 매파인 자신과 폼페이오가 문 대통령의 중재를 통한 북미간 평화협상 합의를 싫어했다는 것을 밝힌 것이 된다.

 

하여 그는 문 대통령의 설득에 트럼프가  넘어갈까 두려운 나머지 이를 막으려 '죽을뻔한 경험'도 했으며, 폼페이오 또한 '심장마비가 올 정도'로 놀랄만큼 '합의'를 방해했다. 여기서 우리는 문 대통령의 트럼프 설득에 대한 끈질김을 읽을 수 있다.

 

어떻든 문 대통령은 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북미정상회담을 통한 핵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한 노력을 끊이지 않았다. 볼턴은 회고록에 이를 비교적 자세히 적고 있다.

 

그의 회고록에 따르면 정의용 실장은 2018년 5.4 세 번 째로 워싱턴을 방문했다. 그리고 4.27 판문점회담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제공했다.

 

볼턴은 회고록에서 정의용 실장이 전한 내용에 대해 "이(4.27 판문점) 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에게 ‘CVID'에 에 동의하도록 밀어붙였다"고 썼다. 참고로 CVID는 2002년 10월 3일 2차 북핵위기가 발생한 이후,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정의한 비핵화 개념으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폐기(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ing)를 말한다.

 

또 볼턴은 이 같은 문 대통령의 요구에 "김정은은 이에 따르는 것처럼 보였다고 했다"면서 "문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트럼프 대통령과 ‘ 딜’에 이르면 구체적인 것은 실무 수준에서 논의될 수 있다고 촉구하면서 북한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은 비핵화를 완수한 뒤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적어 문재인 대통령이 자기의 책임 권한을 넘는 약속을 하지 않음도 분명히 밝혔다.

 

그런데 이런 부분을 인용한 조중동 등 국내 보수언론은 이 행간에 담긴 문 대통령의 중재 노력은 언급하지 않고, 볼턴의 언급인 '죽을뻔한 경험'이나 '폼페이오의 동조 부분만 강조하므로 합의를 무산시킨 미국 매파의 비난보다 평화를 추구한 문 대통령을 비판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편 볼턴은 이 회고록에서 싱가포르 북미회담의 결렬 위기도 언급했다.

 

▲ 김여정과 폼페이오가 배석한 자리에서 공동 선언문에 서명하는 트럼프와 김정은...트럼프 트위터 갈무     ©

 

볼턴은 "북측은 한미 연합훈련 ‘맥스 선더’를 문제삼고 나오면서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할 수 있다고 나왔다"며 이 같은 북한의 자세에 트럼프가 장사꾼 기질로 응수했음도 피력했다.

 

즉 "트럼프는 한미 연합훈련의 준비태세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지 않고, 동 훈련이 김정은을 거스를 뿐 아니라 '끔찍이 비싸기만 하다'고 언급했다는 점을 적었다.

 

트럼프가 한미 군사훈련 축소가 미칠 영향에 대해 "큰 문제를 삼지 않고 취소 또는 축소를 시사했다"면서 "반면, 유화적인 문재인 정부도 한미연합훈련 축소에 대해서는 우려했다"고 밝혔다.

 

이는 장사꾼인 트럼프가 한반도 평화와 한미연합군의 휴전선 방어보다 김정은의 심기와 돈을 우선한 것이 된다. 하지만 반대로 문 대통령은 한미연합훈련 축소를 바라지 않았다. 즉 볼턴의 기록대로라면 문 대통령은 한미연합훈련이 그대로 강행을 바라는 등 트럼프와 반대되는 입장에 있었다.

 

따라서 이는 우리 보수 언론들이나 야당이 '김정은의 눈치를 보느라 한미연합훈련도 하지 않거나 축소한다'고 문재인 정권을 비판한 것이 근거가 없음을 말한 것이 된다.

 

또 북한의 한미연합훈련 거부감에 대해 트럼프가 장삿속으로 대했을 뿐 문재인 정권은 북한의 요구와 무관하게 축소 없이 치르기를 희망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이 외에도 볼턴은 싱가포르 북미회담이 개최 직전에 깨질뻔했던 상황도 비교적 자세히 언급했다.

 

그는 "(북한이 한미연합훈련 등을 문제 삼으며 북미관계가 원할하지 않는 가운데) 싱가포르에서 북미 선발대 접촉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트럼프는 이(회담)를 재고하기 시작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자신도 취소를 기정사실로 하기를 바랐으나 문 대통령이 강력하게 회담을 원해 이 회담이 성사되었음도 시사했다. 볼턴은 "나는 문 대통령 방미 이전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트위터에 올리도록 건의했고, 트럼프도 동의했다"고 밝히고는 "그러나, 트럼프가 일단 문재인 대통령 이야기를 들어보겠다면서 트윗을 올리는 것을 미루었다"고 전했다.

 

그런데 이 와중에 북한 최선희의 펜스 부통령 비판이 나왔다. 2018년 5월 24일 북한 최선희 외무성 부부상은 “미국이 우리의 선의를 모독하고 계속 불법무도하게 나오는 경우 나는 조미수뇌회담 재 고려에 대한 문제를 최고지도부에 제기할 것”이라면서 펜스의 발언을 저격했다.

 

앞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5월 21일 폭스뉴스 라디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분명히 밝힌 것처럼 만약 김정은이 합의를 하지 않는다면 이번 사안은 리비아 모델이 끝난 것처럼 끝나고 말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에 최 부부상이 나서 "무지몽매한 소리"라며 “리비아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우리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면서 우리 자신을 지키고 조선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수호할 수 있는 강력하고 믿음직한 힘을 키웠다”고 주장, 북한이 핵을 폐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간접 피력했다.

 

이 여파로 북미정상회담 취소는 불가피해 보였다.

 

그리고 이에 대해 볼턴은 "한미정상회담 이후 최선희의 펜스 부통령 비난에 대한 대응으로 싱가포르 정상회담은 취소하기로 재차 변경하였다"고 당시 백악관 상황이 급박했다는 점을 말했다.

 

이 부분에서 볼턴은 문 대통령의 회담 중재의지, 즉 남북미의 한반도 평화 고착회 의지를 '끼어들기'라고 비아냥댔다. 지금 우리 언론들은 이를 대서특필하므로 문 대통령을 직간접으로 저격한 부분이다.

 

볼턴은 "2018.5.22 백악관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남북미 3자회담을 위해 싱가포르에 동참하기를 원했고, 심지어 6.11 회담 전날까지 오고 싶어했다"고 적었다. 나아가 "문 대통령이 2019년 6월말 트럼프-김정은 판문점 회동 때처럼 이번에도 사진 행사에 끼어들기를 원했다"고 썼다.

 

그런에 여기서 자세히 살피면 볼턴의 억지구상이 나타난다.

 

싱가포르 북미회담은 2018년 5월 24일. 남북미 3정상이 만난 판문점 회동은 2019년 6월 말 트럼프가 한국을 방문하여 가진 한미정상회담 뒤끝이다. 그럼에도 볼턴은 1년 전에 1년 후 '트럼프-김정은 판문점 회담이 있을 것을 미리 알고 끼어들기를 시도한 것으로 묘사, 스스로 회고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
'
또 "이런 구상을 무산시킨 것은 북한이었다"면서 "김영철은 6.1 백악관을 방문해 '이건 북미회담'이라며, '남한은 필요 없다'고 잘라 말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어 "북한이 3자회담엔 관심이 없다고 한 것이 트럼프-김영철 회동의 유일한 좋은 소식이었다"고 썼다.

 

이 내용은 문재인 대통령의 개입으로 남북미 3자합의가 나올 것을 미국의 네오콘들이 매우 싫어하고 있었음도 내비친 것이 된다. 또 북한의 경경파도 문 대통령 중재로 김정은이 합의에 나설 것을 싫어하고 있음도 알 수 있다.

 

따라서 여기까지의 내용에서도 문 대통령은 어떤 식으로든 북미회담의 성사 및 합의를 통한 남북간 평화모드를 추구했으며, 반대로 미국의 매파와 북한의 매파들은 북미회담 성사를 통한 북미 남북간 화해를 깨뜨리려 했다는 점을 읽을 수 있다.(3편으로 계속)

 

신문고뉴스 / 임두만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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