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할 수 있는 건 그나마 정리할 여력이 있는 사람들"

배용석 기자 | 기사입력 2020/07/14 [01:52]

"폐업할 수 있는 건 그나마 정리할 여력이 있는 사람들"

배용석 기자 | 입력 : 2020/07/14 [01:52]


“오늘 장사를 끝으로 문 닫습니다”

 

“회복세라고들 하는데, 가장 장사가 잘되는 날의 매출도 평소의 50%가 안 돼요. 이대로 한 달만 더 가면 폐업입니다.”

 

 


서울 도심 식당·술집 4200곳 폐업 올 상반기, 작년 동기대비 20% 증가

코로나19로 외출을 꺼리는 생활습관이 자리잡으면서 술집, 음식점, 카페 등을 운영하는 서울의 자영업자들이 고사 위기에 처했다.

“코로나 이후 언택트(비대면) 소비와 배달에 익숙해진 데다 확진자도 계속 나오는 상황이어서 회복이 쉽지 않다”면서 “인건비 때문에 문을 못 열고 월세만 내는 곳들도 많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한 지난 2월부터 인건비, 임대료, 식재료비 등에 떠밀려 힘겹게 버텨온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올 상반기 마지막 선택지인 ‘폐업’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서울열린데이터광장의 서울시 식품위생업소 현황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6월 말까지 강남구, 종로구, 중구에서 식품위생업소 4219곳이 문을 닫았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3522곳이 폐업한 것과 비교하면 19.8% 증가한 것이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에는 폐업한 곳이 전년 동기 대비 9.6% 늘어난 데 비해 올해는 증가율이 두 배 이상 뛰었다.

 

지역별로는 강남에서 식품위생업소 2757곳이 폐업해 지난해 대비 29.9% 급증했으며 종로구에서는 올해 상반기 식품위생업소 584곳이 문을 닫았다. 지난해 상반기(459개 폐업)에 비해 27.2% 늘어났다.

 

임대료가 비싸고 방한 중국인을 상대로 장사하는 업소가 많은 중구 명동에서는 올해 134개 업소가 문을 닫았다. 이는 지난해(111곳)보다 20.7% 늘어난 수치다.

특히 우려되는 부분은 억눌렸던 폐업 수가 올해 안에 급증하는 시기가 올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와는 별개로 그간 장기화된 경기침체, 시장정체와 고질적인 과당경쟁으로 인해 누적되어 왔던 리스크(부채 등)가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시점이 오면 폐업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은 여전히 잠재되어 있다"

 

"그 시기가 언제가 될지는 현재로서는 예측이 어렵고,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연내가 될 가능성도 없진 않다고 생각한다"고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다.

폐업 폭증이 현실화될 수 있다면 자영업과 우리 경제에 미치는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식당 폐업 수는 계속 지켜보며 추가 대응책이 필요하다.

 

지난 2018년 문을 닫은 자영업자(소상공인)의 매장은 58만6209곳에 달한다. 소상공인의 폐업률은 90% 육박한다.

 

4개월 이상 장기화하는 코로나19 사태로 폐업을 선택하는 자영업자들이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영국과 독일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소상공인·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과감한 지원에 나서고 있다"며 "한국 정부도 긴급재난지원금와 별도로 소상공인을 위한 재난지원금 지급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폐업해야 받는 '노란우산' 공제 40% 급증

최근 소상공인이 폐업하거나 사망했을 때 받는 노란우산공제의 공제금 지급건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소상공인의 줄폐업 우려가 현실화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뒤따른다.

3월 23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확산된 시기인 올해 2월부터 3월 13일까지 노란우산공제의 공제금 건수는 1만1,792건으로 작년동기 대비 40.8% 증가했다.

2007년 도입된 노란우산공제는 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폐업·고령화·사망에 대비한 사회안전망 제도다. 가입자가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을 때 공제금을 연금처럼 받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올해 초 공제금이 급격하게 늘어난 이유에 대해 소상공인의 폐업 증가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달부터 코로나19 피해 지원을 위해 편성한 소상공인 긴급경영안정자금은 한 달여만에 신청건수가 11만여건을 넘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달 소상공인 1,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서도 98%가 코로나19 사태 후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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