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국선 노무사 제도 이대로 좋기만 한 것일까?

신현종 노무법인 푸른솔 대표 노무사 | 기사입력 2020/09/02 [03:53]

'산재', 국선 노무사 제도 이대로 좋기만 한 것일까?

신현종 노무법인 푸른솔 대표 노무사 | 입력 : 2020/09/02 [03:53]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지난 8월 19일 업무상재해 신청 시 재해 입증에 필요한 자료를 사업주로부터 쉽게 제공 받도록 하고, 취약계층에 공인노무사의 도움을 지원하는 '산업재해보상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재해자가 업무상 재해 입증에 필요한 자료를 쉽게 제공받을 수 있도록 사업주 조력 의무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사업주가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할 경우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제재 규정을 마련하였다.

 

이와 함께 영세‧비정규직 노동자가 재해발생 경과 및 입증자료 수집 등 사실 확인을 위해 공인노무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신설하였다.

 

 

▲ 산업재해 이미지      출처 : 픽사베이

 

“국선 대신 취약계층에 대한 수수료 상한 노무사회 자율로 결정해야”

 

한정애 의원 발의 법안이 겉으로는 취약계층의 보호를 위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게 전부일까?

 

먼저 노동위원회 권리구제와 체당금 신청업무에 대하여 실시하여 오던 국선노무사에서 산재보상 분야마저 국선노무사 제도가 도입되면 노고에 대한 대가는 미미한 업무로 전락하게 된다.

 

국선을 찾을 사람은 국선을 찾을 것이요 전문성이 높은 것이 필요한 경우엔 사선 노무사를 찾을 것이므로 걱정 안 해도 된다고 하는 의견도 있다.

 

변호사의 경우를 비춰보면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변호사의 경우 국선 선임 조건이 까다롭다. 또 국선에 대한 일반 시민의 인식이 별로라서 사선 변호사를 찾는다고 본다.

 

그러나 먹고 살기 빠듯한 샐러리맨들은 국선 산재노무사를 가급적 선택할 것이다. 결국 여기서 형성되는 수수료가 시장가가 되면서 노무사 비용은 하향평준화 될것으로 예측한다.

 

즉 이 법안은 노무사라는 직업 자격사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법안일 뿐이다.

 

필자는 노무사 일에 입문한지 어언 30년이 된다. 후배들에게 노무사가 남 좋은 일도 하고 수임료도 받으니 ‘Holly job’이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산재 국선노무사 제도가 도입되면 최소한의 수임료조차 보장되기 힘든 상황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될 경우 이러한 희망도 사라질 것이다.

 

2019년 7월 15일 환노위 소위 국회 속기록을 살펴보면 한정애 의원은 수수료 폭리를 취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하여 산재 국선노무사가 도입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한 의원은 일부의 사례만으로 산재를 전문으로 하는 노무사들이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비난하였다.

 

이에 대하여 신창원 의원은 "성공 확률을 보고 수임료 약정을 하는데 어려우니까 수수료를 많이 책정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산재사건에 있어서 입증책임을 전환(직업병을 갖게 된 사람은 업무로 기인되었다고 주장하면 되고 사업주는 이것이 아님을 반증하지 못하면 산재로 인정됨)하면 산재를 인정받기 용이하여 수수료율이 낮아질 것이므로 그것이 국선 도입보다 낫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은 "입증책임의 전환이 사실상 어렵다"면서 논쟁을 펼쳤다.

 

이 같은 논쟁에 한정애 의원은 "설사 입증책임이 전환된다고 하더라도 절차 진행에 있어 노무사의 도움이 필요하므로 국선 산재 노무사 도입을 해야 한다"며 강력히 밀어 붙이고 있다.

 

국선 산재로 가게 되면 우선 취약계층(법률상 개념이 명확하지 않아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 상존)에 대해서는 재해자로부터 비용을 거의 받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노무사의 서비스는 ‘그냥 받을 수 있다’라는 기본 인식이 깔리게 될 것이다. 이와 함께 근로복지공단에서 지급하는 수수료는 매우 낮게 책정될 것이므로 우선 국선노무사의 의욕이 꺾일 것으로 본다.

 

기존 노무사 사무실들은 직원 월급을 주어야만 하고 임대료 등을 내고서도 수지를 맞추려면 다수의 사건을 맡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시간에 쫓기다 보면 사건을 진행하면서 성의를 다하지 못하게 되어 결국 그 성과도 나쁠 수밖에 없다.

 

현재 취약계층의 범위는 월 350만원 이내의 근로소득으로 정하고 있다. 이분들에 대하여 국선 노무사가 시행되고 있는 노동위원회 권리구제 업무는 1건당 70만 원 이하, 체당금 청구 지원업무는 90만원 이하의 수수료가 책정되어 있다.

 

이분들에게 제공되는 서비스는 근로자의 경우 정부가 지원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취약계층 이상의 근로자들일지라도 노동위원회 구제사건 건당 150만원 이내, 체당금수수료는 10% 이내라는 인식이 받아들여졌다.

 

체당금 대상자가 다수일 경우에는 심지어 3%대 수수료에도 노무사들끼리 유치경쟁에 서로 감정이 상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결국 기존의 국선 노무사 제도는 공인노무사의 적정 수수료를 우하방으로 견인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산재 국선이 도입되면 이러한 현상이 광범위하게 나타난다는 것은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여기에 더해 이마저도 근로복지공단이 국선노무사를 배정함에 있어 공평하게 하지 않을 경우에 있어서다.

 

그렇게 될 경우 1년에 수십 건 맡는 노무사, 한 두건 맡는 노무사로 갈리게 될 것이다. 수임을 맡기 위한 로비가 성행할 것이며 결국 공단의 입김에 휘둘릴 위험성마저 있는 것이다.

 

다만 특별한 노동단체에 소속되어 일을 하고 있는 노무사의 경우는 사건 수임 걱정 없이 다수의 사건을 맡을 수 있을 것이다. 직업병의 경우 집단적으로 수임되는 사례가 생길 수 있으므로 한 사건으로 그 대상자가 다수라면 국선노무사도 괜찮을 것이다.

 

그러나 그 어디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은 개인 노무사는 사건 하나 맡아서 진행하면서 헐값 국선 수수료에 목을 매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7월 15일 제 20대 국회 환노위 고용노동소위원회 논의 과정에서도 산재 국선노무사가 아직 연구가 미흡한 제도임을 여야 의원 모두가 지적했으나 이에 대한 추가 연구나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특히 입증책임 전환이 먼저 이루어져야 하고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노무사의 수고도 줄어들면서 적정 수수료 계약을 맺게 되리라는 신창원 의원의 고언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이뿐 아니다. 국선 대신 취약계층에 대한 수수료 상한을 노무사회 자율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자는 수정제안은 온데 간데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에 올려졌던 원안이 그대로 입법 예고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그래서다. 이 법안 정말 이대로 좋기만 한 것인지 다시 한 번 물어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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