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주총, 암 피해 주민 격렬 반대에도 백복인 사장 연임 의결

강종호 기자 | 기사입력 2021/03/19 [12:59]

KT&G주총, 암 피해 주민 격렬 반대에도 백복인 사장 연임 의결

강종호 기자 | 입력 : 2021/03/19 [12:59]

국내 유일 담배 생산기업 KT&G가 전북 익산 장점마을 환경참사 피해자들의 주주총회 앞 “KT&G 백복인 사장 재연임 결사반대” 시위가 열리는 가운데에서도 현 백복인 사장을 재선임했다.

 

KT&G는 19일 대전에 위치한 인재개발원에서 제34기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백 사장 선임 건과 방경만 전략기획본부장 사내이사 선임 건, 임민규 전 SK머티리얼즈 대표이사 신규 사외이사 선임 건, 백종수 전 부산지검장의 감사위원 겸 사외이사 선임 건을 의결했다.

 

이날 주총에서 사장으로 재선임된 백 사장은 추후 3년간 KT&G를 이끌게 되어 지난 2015년 사장 직에 오른 뒤 9년간 재임하는 최장수 CEO로 기록을 남기게 됐다. 

 

백 사장은 KT&G 전신인 한국담배인삼공사 공채 출신 첫 CEO다. 1993년 입사 후 29년간 전략, 마케팅, 글로벌, 생산·R&D 등 주요 사업 요직을 거쳤다. 하지만 이런 경력과 숫자로 보이는 실적에 따라 사장에 재선임되어 박수를 받은 그에게 앞으로 3년이 꽃길만은 아니다.

 

이날 주총장 밖에서는 '백 사장 재연임 반대' 1인 시위와 기자회견으로 시끄러웠다.

 

▲ KT&G의 연초박(담배 찌꺼기) 제공으로 비료를 생산한 공장 주변 마을 주민 80여 명 중 40명에게서 암이 발생, 환경참사를 입고 있다는 피해주민들과 환경단체 등 시민들의 시위  ©에코넷 제공

 

즉 KT&G의 연초박(담배 찌꺼기) 제공으로 비료를 생산한 공장 주변 마을 주민 80여 명 중 40명에게서 암이 발생, 환경참사를 입고 있다는 피해주민들과 환경단체 등 시민들의 시위였다.

 

이들은 이날 “KT&G 백복인 사장 재연임 결사반대”을 외치며 “환경참사 사죄, 배․보상 외면하는 후안무치 철면피는 즉각 사퇴하라”고 요구하며, KT&G 백복인 사장 재연임에 강력 반발했다.

 

이날 회견은 장점마을 주민대책위원회(위원장 최재철)와 장점마을 주민들, 그리고 환경단체 글로벌에코넷(상임회장 김선홍)과 시민환경단체들이 공동으로 개최했다.

 

그리고 주민대책위 최재철 위원장은 “KT&G가 제공한 연초박을 원료로 비료를 만들 때 나오는 발암물질로 마을 주민 80여 중 40명 암 발병으로 17명이 사망하고, 23명이 투병 중”이라며 “이 같은 환경참사 원인 제공자인 KT&G 백복인 사장의 재연임 추진은 대한민국 국민과 장점마을 환경참사로 귀중한 생명과 건강을 잃은 주민을 우롱하는 후안무치(厚顔無恥)하고 파렴치(破廉恥)한 주주총회”라고 비판했다.

 

최 위원장은 이어 “현재 아프지 않은 주민들도 언제 암에 걸릴지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면서 “마을 주민들은 2019년 두 차례 상경 집회를 통해 KT&G 사장의 면담과 공식 사과를 촉구했지만 백 사장은 주민들 요구에 외면과 침묵으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모르쇠로 버티는 사람이 6년간 사장을 하는 것도 모자라 또 다시 3년 임기 대표이사로 재연임 시키는 KT&G는 정말 뻔뻔한 기업”이라고 분개했다.

 

▲ 1인 시위에 나선 김선홍 에코넷 상임회장     © 에코넷 제공

 

기자회견에 함께한 김선홍 환경단체 글로벌에코넷 상임회장은 “백복인 KT&G 사장은 최고의 경영실적을 올렸다며 꽃가마타고 사장에 재선임되어 앞길이 창창할 줄 알겠지만 이제부터 환경시민사회단체들이 가시밭길을 만들도록 KT&G와의 전면 투쟁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김 회장은 “지금도 KT&G는 불법행위, 위법행위를 부인하고 있다”며 “잘못을 너무나도 잘알고 있기에 강한 부정을 하고 있지만 진실은 반드시 규명될 것”이라고 천명했다.

 

또 “오늘 재선임 된 백복인 사장은 지금이라도 진정성 있게 장점마을 주민들과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사죄하고 성실하게 배•보상에 임할 것을 촉구한다”고 압박했다.

 

이보영 기업윤리경영을 위한 시민단체협의회 공동대표는 “기업이 영리목적으로 환경을 오염시켜 마을주민을 사망케 하였는데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은 기업윤리에 어긋나는 행위” 주민들과 함께 입을 모아 KT&G의 백 사장 재연임을 규탄했다.

 

그리고 이들은 앞서 18일에도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백 사장 재연임 건을 주주총회에 상정할 경우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재연임을 막겠다”고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한편 밖에서 이처럼 KT&G란 회사의 비윤리성을 규탄하고, 백복인 사장 재연임 반대를 외치는 가운데에서도 재선임된 백 사장은 "세계적인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경영 환경 속 회사를 이끌게 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해외사업을 고도화시켜 글로벌 기업 위상을 다지고, 사업다각화를 통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 ESG경영을 바탕으로 사회적 가치 창출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도 그는 익산 장점마을 건에 대해서는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 반면 “지난해 해외진출 100개국 돌파, 중동 수입업체와 7년간 2조2000억 원 규모 수출계약 성사 등 글로벌 사업을 집중 육성해 창사 이래 최초로 매출 5조원 시대를 열었다”면서 경영실적을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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