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구 잠실 한 재건축조합과 관련 조합장과 일부 임원 사이에 갈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조합원이 다수 가입해 있는 단톡방에서 특정 아이디를 도용해 비판적인 임원을 비방하고 협박까지 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그 파장은 크다.
<도시정비뉴스>팀이 입수한 단톡방 대화 내용을 살펴보면 아이디 ‘db 26동 609호’는 조합 현안과 관련해 조합원들이 조합장을 비판하거나 부정적인 의견을 표출하는 상황에서 어김없이 글을 올린다. 또 글의 기조는 뚜렷하게 친조합 입장에서 올린 사실이 확인된다.
실제 아이디 ‘db 26동 609호’는 지난 6월 10일경 정비계획변경 안 때문에 갈등이 고조되던 상황에서 조합 측을 일방적으로 편들었다.
즉 그는 자신이 금융권에서 20년 이상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한 후 “감사분들 경고합니다. 그리고 감사와 같이 조합업무를 방해하는 일부 이사님들 자중하시죠”라고 말했다.
이어 “저는 얼마 전부터 감사들의 조합 업무 방해와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에 대해 우리 회사 법무팀 변호사들과 여러 차례 얘기하고 전략을 짜고 있다”면서 “임계점을 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땐 법적으로 확실히 보여드리겠습니다. 농담 아닙니다”는 글을 올렸다.
또 그는 다른 글을 통해 “조합원 다수가 선택한 사람은 감사만이 아니라 조합장도 마찬가지입니다”면서 “000님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감사가 객관적인 근거에 입각해서 조합 운영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규정에 입각하여 감사를 했다는게 전제가 되어야 합니다”면서 조합장을 편들었다.
아이디 ‘db 26동 609호’의 이 같은 글을 살펴보면 그는 현재 금융권에서 20년 이상 근무하고 있고 상당한 논리적 의견을 펼칠 수 있는 40대 정도로 추정된다.
문제는 아이디 ‘db 26동 609호’가 이 아파트 26동 609호에 거주하는 B씨의 것이라는 점이다. 또 그는 80세로 글에서 표현되는 금융권 20년 경력 등과는 거리가 멀다. 이 때문에 아이디 도용을 통한 비방과 협박행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강하게 나온다.
비방을 당한 피해자인 대의원 D씨는 6일 통화에서 “잘은 모르지만 그 사람이(‘db 26동 609호)본인이 아니라는 얘기가 있다”면서 “그 사람 나이가 80된 양반이라는데 뭐 눈도 안 보이고 그럴 텐데 핸드폰으로 자판을 써서 올릴 수 없을 것이고 내용도 보니까 고발을 하겠다는 등 법적 대응하겠다는 등 이런 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감사는 감사 역할을 하고 있고 판단은 조합원들이 한다. 그런 식으로 글을 올렸던 거고 이사회에서 감사에 대한 발언권을 주지도 않고 감사들을 조합장이란 사람이 상당히 적대시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감사가 나름대로 조합원을 대표해서 조합의 업무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기능은 필요하지 않느냐 그렇게 이야기했다. 그랬더니 댓글들이 달려들어서 공격했다. 그중 하나가 그 아이디였다”고 씁쓸함을 말했다.
조합 대의원 F씨는 당시 상황과 관련해 “대의원 D씨는 조합장 태도와 하는 일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적하고 바른 재건축을 위해 큰 목소리를 계속 내고 있는 대표 인물”이라면서 “비판적인 이사들을 대변하기도 하고 대의원들에게 적극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조합장 입장에서는 이사 감사 못지않게 불편한거다. 통과된 변경안의 문제점을 알리는 그 대표 인물들 중 한 명이었기 때문에 26동 609호가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A이사는 통화에서 조합장이 아이디를 도용해 임원을 비판한다는 제보가 있다는 질문에 대해 “조합 안에서 우리가 옳다 그르다 할 수는 있어도 대외적으로 그러고 싶지는 않다”면서도 “들은 적은 있는데 확실치는 않다. 정황은 있는데 확인을 해보지는 않았다. 심증은 가지만 물증은 없다”라고 말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A재건축조합은 조합설립 후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단톡방에서 조합장이나 또는 조합 관계자가 유리한 여론 조성을 위해 조합원의 아이디를 도용했다면 명백한 범죄행위”라고 강조했다.
이어 “설혹 사업과 관련해 조합원들의 반발이 있다고 해도 조합장이나 조합 관계자는 자신을 드러내고 설득이나 이해를 구해야 하는 것이지 익명에 기대 조합장을 편드는 것은 정상적이지 않다”면서 “여기에 더해 해당 아이디로 임원 비방 등 갈등을 조장하는 것은 향후 원활한 사업전개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조합원은 "임원이 조합직원의 잘못을 지적하면 그 임원에게 계속해서 사과하라고 보내는 문자 때문에 몹시 힘들어한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또 그 직원이 협력업체 선정에도 관여한다는 소문도 들린다. 정상적인 것 같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해당 아이디를 도용한 사람이 조합직원의 가족이 아니냐는 지적과 관련해 당사자는 6일 통화에서 사실이 아니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이 기사는 <도시정비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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