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고뉴스] 김성호 기자 = 국민의당 홈페이지가 마비됐다. 3일 오전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를 선언하자 홈페이지 지유게시판에서 비난글이 순식간에 100여 개가 올라오는 등 당원들의 극한 저항이 불러 온 효과다.
이날 오전 안 후보가 윤 후보와 국민의힘 당사에서 단일화 합의 후보사퇴를 발표하면서 당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이메일로 탈당 신청했습니다” “10년간의 지지 철회합니다” 등의 글이 쏟아졌다. 특히 탈당 방법을 문의하는 게시글도 쏟아지고 있었다.
그러나 국민의당 홈페이지는 3일 오후 1시 30분 이후 접속되지 않는다.
이는 앞서 게시판에서 탈당문의가 쏟아지고 비난글도 난무하면서 탈당신청과 찬반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난 뒤 벌어진 일이다. 그리고 안내문에는 접속 폭주라고 뜨지만 대선후보를 배출하고 선거운동 중이이었던 공당의 홈페이지가 트랙픽 폭주로 다운될 정도로 적은 용량이었다고 보기는 힘들므로 당 차원에서 논란 차단을 위해 잠시 홈페이지를 내렸을 수도 있어 보인다.
또한 이를 확인하기 위해 국민의당 대표번호로 수차례 전화를 했으나 전화수신이 되지 않고 있어, 당 차원에서 모든 문의와 접촉을 피하고 있는 것으로도 추측된다. 이는 유선 대표전화가 통화중 수신음이 아니라 발신음 이후 "고객이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안내방송이 나오고 있어서다.
한편 앞서 홈페이지가 닫히기 전 한 당원은 “끝까지 응원했던 한 사람으로서 마음이 착잡하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우울한 아침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당신의 완주를 끝까지 지지하고 응원했던 유권자다. 언젠가 국민의당이 바람을 일으켰던 적도 있지 않으냐”며 “이번 단일화로 당신의 정치는 여기까지인 것 같다”고 적었다.
10년 동안 안 후보를 지지했다는 다른 지지자도 “정말 실망이다. 후보가 직접 단일화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언한 것은 무엇이냐”며 “앞으로는 정치에서 보고 싶지 않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탈당 방법을 문의하는 글도 이어지고 있다. 한 당원은 “탈당 방법 좀 압시다. 그동안의 내 시간, 내 돈 너무 아깝지만 어디 가서 얘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다시는 정치인 안 믿는다”고 토로했다. 다른 당원은 “이메일로 탈당 신청했다. 당비 자동이체도 취소 요청했다”며 “실망감과 화가 나서 지금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런 반응은 지지자모임 카페에서도 동일하다. 안철수 지지카페는 포탈사이트 네이버의 '안국모' 카페인 '믿을사람 바른사람 안철수'가 있고, 포탈사이트 다음에 '안철수와 국민의모임(안국모)가 있다. 다음의 안국모는 회원수가 10373명, 네이버의 안국모는 5,904명이다.
그런데 현재 이들 양 카페는 안철수의 행동을 끝까지 지지한다는 회원과 실망했다 이제는 끝이다 등의 회원들이 치열한 논전을 벌이고 있다.
“이번엔 진짜 믿었는데”, “투표 하루 전날 이러시는거 아닙니다”, “하루 아침에 날벼락이 이런거네요” "자고 일어났는데 이게 왠 날벼락이냐" "기자회견에서 안 후보가 말하는 거 듣기 전에는 믿을 수 없을 것 같다"
이처럼 처음에는 단일화 합의 소식이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 다수였다. 그러나 기자회견에서 단일화 공식화 소식이 전해지자 당혹은 분노로 바뀌어 나타났다.
"이번엔 다를 줄 알았는데 또 철수냐" "10년을 조롱 받으며 안철수 지키기에 애써온 지지자들에게 이건 배신이다" "철수의 정치인이 아니라 배신의 정치인이다" "안철수 지지 평생 철수한다" "양당 기득권 정치에 신물이 나 안 후보를 응원했는데 이렇게 큰 당으로 들어가버리면 국민의당 존재 이유가 없지 않느냐" "오늘부로 정치에 관심 끊고, 팬 카페도 탈퇴하겠다"
하지만 또 다른 일부 지지자들은 안 후보의 단일화 결단 배경을 분석하며 옹호에 나서기도 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당 내부에서도 단일화 압박을 많이 받았을 것 같다. 정치는 현실이다" "지지율 보면 답이 나오지 않느냐. 양강 후보로 지지율이 뭉치면서 안 후보의 지지율이 빠진 게 결정적인 원인이 된 것 같다" 등의 반응이 옹호성 발언들이다.
그런데 이처럼 극단의 실망감이 표출된 것은 안 후보가 그동안 “단일화는 없다”고 공언한 것과 달리, 뒷전에서 계속 논의를 했으며, 특히 유세에서나 토론회에서 윤 후보에 적대적 감정을 보이기도 했던 안 후보가 지지자들에게 어떤 신호도 없이 단일화를 전격 선언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같은 안철수의 정치는 국민의당과 바른미래당의 합당선언 당시 있었던 모습이다.
당시 안철수의 선택으로 국민의당은 분당되었으며 안철수-유승민 조합이었던 바른미래당도 추후 분당되면서 당시 국민의당 세력이 거의 모두 정치권에서 퇴출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에 안 후보는 이번 대선 유세 중 광주와 호남을 방문, 바른미래당과 합당을 '잘못된 판단'이라고 사과까지 했다.
윤 후보와 안 후보는 이날 자정 무렵부터 2시간 30분가량 서울 강남구에 있는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의 매형 집에서 비밀리에 만나 단일화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이스트 교수 출신인 장 의원의 매형은 안 후보와 가까운 사이로 전해진다.
윤 후보와 안 후보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희 안철수, 윤석열 두 사람은 오늘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드는 시작으로서의 정권교체, 즉 ‘더 좋은 정권교체’를 위해 뜻을 모으기로 했다”고 단일화를 공식 선언했다. <저작권자 ⓒ 신문고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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