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백만원'으로 캐나다 유학 도전 여학생

[사람 사는세상] 강미영 선생의 캐나다 유학 생생 체험담

김기준 | 기사입력 2010/04/05 [05:47]

'2백만원'으로 캐나다 유학 도전 여학생

[사람 사는세상] 강미영 선생의 캐나다 유학 생생 체험담

김기준 | 입력 : 2010/04/05 [05:47]
[편집부 주] 이 땅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간다. 없으면 없는 대로 서로 위로하며, 있으면 있는 대로 서로 나누며 살아간다.그런데 있는 사람들만, 1등만 살아가는 듯 보인다. 본보는 사람 사는 세상에서는 사람이 주인이라는 주제하에 주어진 여건 속에서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을 찾아가는 '사람 사는 세상' 을 기획 취재하고 있다. 그 다섯번째 순서로 강미영 (31세) 씨를 만났다. (2회 연재)
 
강미영 씨는 서울 서초동 소재 계성초등학교에서 영어과 주임으로 일한다. "계성초등학교는 올 해로 개교 128년째를 맞이하는 대한민국 대표 명문사립초등학교이고 캐톨릭 스쿨입니다." 일하는 곳이 어디냐는 질문에 학교부터 자랑이다.
 
▲  강미영 자료사진    © 편집부
"2008년 1월 캐나다에서 돌아오자마자 3월부터 이 곳에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6개월동안 영어교사로 일하다가 그 해 승진해서 지금 1년 반째 영어과를 총괄지휘하는 일을 맡고 있어요. 저를 포함해서 영어과에는 12명의 식구가 있고, 대부분이 외국인 및 교포입니다."
 
강씨는 그곳에서 영어강사들이 수업을 잘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짜고, 교수법을 조언해주고, 원어민 강사를 컨택하여 초빙해오고, 그들이 한국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여러가지 도움을 주는 일을 하고 있다. 
 
잠잘 시간도 없다는 그녀를 설득,유학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그녀가 본보에 보내온 서면 인터뷰 및 전화인터뷰 내용을 2회에 걸쳐 연재한다. 
 
-출신대학교에 대해서 알고 싶네요.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과를 졸업하고, 캐나다 mcgill university에서 second language education 석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유학시절 겪었던 일들에 대해서 말씀해 주세요.
"무엇보다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것이 생각납니다. 내가 캐나다 유학을 결정할 당시 우리 집은 경제적으로 나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학생비자를 신청을 할 때 서류로 들어가야하는 통장잔고 2천 5백만원을  마련하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습니다.
 
사실 하루만 빌려서 넣고 다시 돌려주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사채를 빌려쓸 생각도 해 보았고, 답답한 심경을 친구에게 말했더니 자기가 1년동안 넣은 적금을 털어 보태주겠다고 했습니다. 참,고마웠습니다. 하지만 유학의 시작이 이렇게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고 짐이 되는 걸 생각하니 참으로 견디기 어려웠습니다. 다행히 외삼촌의 도움으로 돈을 마련했고, 무사히 학생비자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비행기표를 사고 석달치 테솔 프로그램의 돈을 캐나다 학교에 지불하고 나니 내 수중에는 200만원이 남았습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2년  남짓 학원강사를 하면서 벌었던 돈은 집안 형편이 어려운 부모님께 다 드렸기 대문입니다.  6개월동안 캐나다에서 버텨보고 그래도 독립해서 살 수 없는 상황이 되면 두 말 않고 한국으로 돌아오겠노라고 약속하고 캐나다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첫 달은 홈스테이를 하면서 더 싸게 지낼 곳을 찾아다녔습니다. 남은 200만원으로 홈스테이 비용 70만원을 내고 버스표 및 기본적으로 캐나다 생활에 필요한 걸 사고 나니 내 수중에는 100만원 남짓한 돈이 남았습니다. 도저히 안 되면 부모님께 당분간 돈을 보내달라고 할 마음이었지만 가능하면 혼자서 버텨보고 싶었습니다.
 
첫 달은 캐나다 생활 적응 및 새로 머물 집을 찾는 데 썼고, 두 달째부터는 밴쿠버 다운타운으로 나와서 방 하나 거실 하나 있는 집에서 3명이 함께 살았습니다. 밴쿠버는 한 달 집세가 비싸기로 유명해서 유학생들은 룸메이트를 찾아 집세를 나누어 내는 것이 다반사입니다.
 
룸메이트의 권유로 밴쿠버 온라인 커뮤니티에 과외 광고를 냈고, 한국인 한 사람이 토익과외를 해달라고 한 것이 계기가 되어 밴쿠버에서 성인을 상대로 과외를 조금씩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걸로는 생활비도 충당이 안 되서 한국인 주인이 운영하는 일본 레스토랑에 파트 타임으로 취직하여 주 3~4회 캘리포니아롤 같은 걸 만드는 요리사로 일을 했습니다.
 
평생 살면서 김밥 한 번 말아본 적이 없는 나에게 일본식 롤을 마는 게 결코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내 스스로 생활비를 벌여야한다는 생각에 열심히 배웠습니다. 과외와 파트타임 잡으로 생활비가 빠듯하게 벌렸지만 공부를 계속 해야하는 입장에서 학비도 벌어야 했는데 도저히 이 벌이로는 학비를 모으는 게 불가능했습니다.
 
그래서 학교를 야간으로 옮기고 풀타임잡을 잡았습니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샌드위치 가게에서 주방장으로 취직하게 되었고, 아침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식당에서 일을하고, 5시부터 10시까지 학교에 다녔습니다. 학교가 끝나면 밀린 숙제와 과외를 하는데 많은 시간을 썼기 때문에 늘 잠이 부족했고 학교에 가면 졸기 일쑤였습니다."
 
 
▲  mcgill university   © 편집부
 
-유학을 중도 포기하고 귀국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나요?
"아닙니다. 끝이 좋아야 모든 것이 좋다는 독일 속담도 있잖습니까?  어떻게든 학업을 마쳐야 했습니다. 이렇게 4개월이 지나니 캐나다 생활에 회의가 들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왜 이곳에 와 있는가? 공부를 제대로 하려고 왔는데 공부가 우선이라기 보다는 지금은 돈 버는 게 우선이 되어 수업시간에 자주 졸고, 숙제도 제대로 못 해가고 그리고 이렇게 육체적인 일과 공부를 언제까지 병행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육체적인 일을 하면서는 도저히 학업을 장기적으로 이어갈 수 없다는 판단이 내려졌고, 사무실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들었습니다. 그래서 유학원 상담 직원 자리에 이력서를 냈는데 나는 취업비자가 없어서 못 써주겠다더군요. 그 당시에는 내가 취업비자를 신청한 상태였고, 한 달 정도 있으면 비자가 나오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직 취업비자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먼저 이력서를 넣고, 인터뷰를 보러갔습니다. 첫 질문이 비자가 있냐는 것이었고, 없다고 하자 인터뷰도 보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비자 때문이라면 한 달 정도만 기다리면 되니 그러면 한 달동안은 보수를 받지 않고 일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그 유학원에서는 그렇게는 할 수 없다면서 돌아가라고 했습니다. 그럼 비자가 나오면 꼭 다시 찾아오겠노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왔는데 그 날 밤 그 유학원 관계자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열심히 하려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면서 비자가 나올 때까지 보수를 받지 않는 조건이라면  나와서 일을 해도 좋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하던 식당 알바를 접고, 유학원으로 옮겨가서 열심히 교육을 받으면서 일을 했습니다. 그런데 기다리던 취업비자가 점점 늦어지면서 한 달이 지나도 도저히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더군요. 한 달은 그동안 벌어놓은 약간의 돈으로 살 수가 있었지만 그 이상은 무리였습니다.
 
비자가 언제 나올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계속 무보수로 일을 할 수 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유학원을 그만두게 되었고, 아는 언니의 소개로 비자가 없어도 받아주겠다는 유학원에 취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참 나는 이 대목에서 내가 얼마나 재수가 좋은 아이인지를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외국에서 비자 없이 office work를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고, 나는 정말 좋은 사장님 덕택에 유학원 상담원으로서 1년 반 넘게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유학원 일을 열심히 하면서 꽤 많은 돈을 벌 수 있었고, 열심히 학비를 모으고 또 학생 신분을 유지해야했습니다.
 
이 때문에 오전에는 학교에 다니고, 끝나자마자 유학원으로 가서 7시까지 일을 하고, 유학원 일이 끝나면 또 유학생 과외를 하면서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았습니다. 물론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모아놓은 돈으로 여행을 가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큰 세상을 경험하려고도 애를 썼습니다.
 
캐나다를 떠나올 때까지 경제적 어려움으로 자유로웠을 때는 없었지만 고비 때마다 장학금과 아르바이트 그리고 부모님의 도움을 통해 4년간의 캐나다 생활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캐나다에 머무는 4년동안 나는 3개월의 테솔 과정과 6개월의 비지니스 코스, 1년 과정의 유아교육, 그리고 2년의 석사과정을 무사히 마쳤고, 수 없이 많은 친구들을 만나고 여러 나라를 여행하였습니다."  (2회가 곧 연재됩니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성실하게 사는 사람들이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꿈 꿉니다.
정직하고 분명하면 떳떳하고 당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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