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정의당 심상정 '정계은퇴' 선언 "진보정치 소임 내려놓는다"

신고은 기자 | 기사입력 2024/04/11 [13:40]

녹색정의당 심상정 '정계은퇴' 선언 "진보정치 소임 내려놓는다"

신고은 기자 | 입력 : 2024/04/11 [13:40]

[신문고뉴스] 신고은 기자 = 22대 총선에서 단 1석의 당선자도 내지 못하며 국민들에게 혹독한 심판을 받은 녹색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이번 총선에서 경기 고양갑에 출마, 5선에 도전했으나 실패한 심 의원은 11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을 통해 "저는 21대 국회의원 남은 임기를 마지막으로 25년간 숙명으로 여기며 받든 진보 정치의 소임을 내려놓는다"고 말했다.

 

▲ 국회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정계은퇴를 선언하는 심상정 의원     ©신문고뉴스

 

그는 이날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 주민의 신임을 받지 못했고 무엇보다 녹색정의당이 참패했다"면서 "오랫동안 진보 정당의 중심에 서 온 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한 뒤 "척박한 제3의 길에 동행하고 격려를 아끼지 않은 국민 여러분에게 통렬한 마음으로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작은 정당 소속인 제게 3번이나 일할 기회를 준 고양 덕양구 주민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심 의원은 이후 추가로 배포한 입장문에서 "온몸으로 진보 정치의 길을 감당해온 것에 후회는 없지만 잠재력을 갖춘 훌륭한 후배 정치인들이 마음껏 성장할 수 있도록 진보정당의 지속 가능한 전망을 끝내 열어내지 못한 것이 큰 회한으로 남는다"고 했다.

 

이어 "이제 한 사람의 시민의 자리로 돌아갈 것"이라며 "진보정당의 부족함과 한계에 대한 책임은 제가 떠안고 가도록 허락해주시고 녹색정의당의 새롭고 젊은 리더들이 열어갈 미래 정치를 성원해달라"고 호소했다.

 

2004년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1번으로 국회에 입성한 심 의원은 이후 경기 고양갑에서 19·20·21대 지역구 국회의원을 지냈다. 그러나 지난 선거에서는 민주당과 연합공천을 통한 당선이었다면 이번 총선에서는 민주당 국민의힘 등과 진검승부 후 18.41% 득표로 3위에 그치는 낮은 성적표를 받았다.

 

심 의원의 낙선과 함께 녹색정의당은 지역구와 비례대표 모두에서 단 1석도 얻지 못하며 창당 12년 만에 '0석' 원외 정당으로 전락했다.

 

다음은 이날 심 의원이 밝힌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녹색정의당 심상정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21대 국회의원의 남은 임기를 마지막으로 25년간 숙명으로 여기며 받들어온 진보정치의 소임을 내려놓으려 합니다.

 

이번 총선에서 저는 지역구 주민의 신임을 받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소속된 녹색정의당이 참패했습니다. 오랫동안 진보정당의 중심에 서 왔던 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통감합니다. 그동안 척박한 제3의 길에 동행해주시고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던 국민 여러분께 통절한 마음으로 고개 숙여 사죄드립니다.

 

또 작은 정당 소속인 저 심상정에게 세 번이나 일할 기회를  주시며 큰 사랑을 보내주셨던 덕양 주민들께 깊이 감사드리며,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일하는 내내 행복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돌이켜보면 진보정당 25년은 참으로 쉽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하루 하루가 벅차지 않은 날이 없었고, 한 걸음 한 걸음이 수월하지 않았습니다.

 

박봉을 쪼개서 당비·후원금 내고, 휴가 내서 피케팅하고, 월세 보증금 빼서 선거에 도전했던 수많은 당원과 지지자들의 열정과 헌신으로 오늘까지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고되고 외로운 길을 함께 개척해온 사랑하는 당원과 지지자 여러분께 감사하고, 또 미안할 따름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지난 25년간 오로지 진보정치 한길에 생을 바쳐왔습니다. 국민의 삶과 동떨어진 정치를 바꾸기 위해 정치를 시작했고, 권력을 잡는 것보다 더 큰 꿈, 정의로운 복지국가를 향해 매진해왔습니다.

 

극단적인 진영 대결 정치의 틈새에서 가치와 소신을 지키려는 저의 몸부림은 번번히 현실정치의 벽에 부딪쳤고 때로는 무모한 고집으로 비춰지기도 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꿈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기에, 우리 사회의 약자와 보통 시민의 권리가 개선되고 대한민국 사회가 조금이나마 진보되어 왔다고 믿습니다.

 

저와 진보정당이 진정 사랑했던 것은 이념이 아니라 이웃하며 살아가는 보통시민의 삶이었습니다.  그것이 지금까지 진보정당을 만들어 온 힘이고,  저의 자부심이었다는 점을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제가 온몸으로 진보정치의 길을 감당해온 것에 후회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잠재력을 갖춘 훌륭한 후배 정치인들이 마음껏 성장할 수 있도록 진보정당의 지속가능한 전망을 끝내 열어내지 못한 것이 큰 회한으로 남습니다. 

 

이제 저는 한 사람의 시민의 자리로 돌아갈 것입니다. 지금까지 진보정당의 부족함과 한계에 대한 책임은 부디 제가 떠안고 가도록 허락해주시고, 녹색정의당의 새롭고 젊은 리더들이 열어갈 미래정치를  따듯한 마음으로 성원해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24년 4월 11일

심상정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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