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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에….
강일동 스타벅스에 나왔습니다. 휴일에 갈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입니다.
집으로 일하러 오시는 아주머니가 이른 시간부터 집 안을 북쩍이게 하니, 일요일 아침은 차라리 일찍 집을 나서는 것이 제 일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택이 되곤 합니다.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잠시 지난 한 주의 상념에 잠겨 보는 것도 꽤 행복한 일입니다.
어제는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건강검진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대장내시경을 하며 잠드는 것이 유쾌한 일은 아니라는 말들이 오갔습니다.
그렇구나, 하고 생각했을 뿐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스스로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나는 어떤가.’
나는 세파에 휘둘리며 살아가는 것이 힘들어서, 병원 침대에 누워 잠드는 순간조차 행복하다고 느꼈던 사람인 것 같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잠들었다가 깨어나면, 잠시라도 힘들었던 순간들을 잊을 수 있었기에 그 시간이 고맙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평상시의 삶이 그렇게 힘들다고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세상 살아가는 일 가운데 쉽지 않은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회사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모두 내가 해결해야 할 몫이었고, 누구에게 의지할 수도, 뒤로 물러설 수도 없었습니다. 부딪혀 오는 일들은 그저 나의 일상 속에서 감당해야 할 문제들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비즈니스를 하며 일어나는 일들 또한 대표인 내가 감당하지 않으면 그 누구에게도 기대기 어려웠습니다.
나는 회사의 대표이지만, 운전석에 앉은 운전수가 아니라 늘 자동차의 범퍼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내가 남들과 같았다면 오늘의 나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남들보다 앞서 생각해야 했고, 모두가 잠든 한밤중에도 깨어 고민하며 행동으로 옮겨야 했습니다.
이런 일들의 연속이 한평생 나의 삶이었고 고단했지만, 그것을 고단하다고 여기지는 않았습니다.
이제는 모두 옛일이 되어버린 지난날들을 돌아보면, 그때마다 힘든 순간은 있었어도 결국 모두 시간 속으로 흘러가 버린 날들이었습니다.
어렵다고 팽개쳐 둘 수는 없었습니다.
눈앞에 어려움이 다가와도 새로운 경험을 하는 과정이라 생각했고, 몰랐던 것을 하나 더 배우는 일이라 여기며 살았습니다.
휴일에 스타벅스에 나와 라떼 한 잔을 마실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지덕지 감사한 마음입니다.
직장을 다니며 외벌이로 살던 시절에는 찻집에서 커피 한 잔 마실 여유조차 없었습니다. 가족과 외식하는 일은 언감생심 꿈에도 꿀 수 없던 일이었습니다.
회사 주재원으로 일본에서 생활할 때에는 네 식구가 한 달 생활비 십만 엔으로 살았습니다.
훗날 들어보니 십이만 엔 정도로 피나게 살았다고들 하더군요.
아이들 학원을 보낼 여유도 없었고, 지점장으로 근무하면서도 회사의 영업비는 한 푼도 쓰지 않고 영업을 했습니다.
기아자동차는 큰 회사이고 대기업이 맞습니다.
그렇지만 영업비는 내 돈이 아닌 회사 돈이었기에 함부로 써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삼십 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는지, 지금 돌아봐도 아이러니합니다.
교통비 또한 월급에서 해결했습니다.
그래야 한다고 믿었고, 남의 돈을 함부로 쓰지 않는 것이 회사의 직원으로서 당연한 자세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연히 회사 일은 누구보다 열심히 했습니다.
영업비가 없어도 비즈니스는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잘 해냈다고 자부합니다.
주변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고객에게 정직했고, 믿음과 신뢰를 지켰으며 약속은 반드시 이행하며 살았습니다.
그 과정이 힘들다고 느껴지지는 않았고,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하게 해준 회사가 고마웠습니다.
세월이 흘러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나의 능력을 인정해 주고 기회를 주었던 그 회사에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뒤돌아보니 한 세월이 참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어느덧 초로의 나이가 되었습니다.
하늘에서 나에게 부여된 작은 사명이라도 있을 텐데, 남은 삶을 어떻게 하면 보람되게 살아갈 수 있을지 늘 고민하게 됩니다.
주어진 시간 속에서 의미 있게 살아야 후회가 없을 텐데,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분명한 것은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있어서 도움이 되는 일을 찾고 싶은데, 그것이 무엇인지 아직은 알지 못하겠습니다.
내가 다시 청춘이라면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군대를 한 번 더 다녀오는 것도 보람된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어느덧 점심 시간이 가까워졌는지, 스타벅스 안은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각자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가족, 친구들과 차 한 잔을 나누며 이야기를 이어가는 모습들이 여유로워 보이는 휴일입니다.
일본 주재 시절, 이른 아침 찻집에서 토스트를 곁들여 차를 마시며 조간신문을 읽던 일본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나는 언제쯤 저런 여유로운 일상을 보낼 수 있을까’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제 돌아보니, 세상 살아가는 모든 순간들이 하나하나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생활에 쫓기지 않도록 나를 키워 주신 부모님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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