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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고뉴스] 조찬옥 칼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국회의 승인 지연을 문제 삼아 한국산 제품에 대한 무역 관세를 기존 15%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협정 이행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체는 동맹을 향한 노골적인 압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한미 무역 관세 문제는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주도해왔으나, 최근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직접 나서 이 사안을 언급했다. 이는 한국 측 파트너인 구윤철 경제부총리와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지난 22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약속한 연간 2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가 올 상반기에는 시작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은 한국이 미국에 약속한 투자를 지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심을 미국 측에 심어주었을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한국과 미국이 체결한 투자 관련 합의가 한국 국회에서 법제화되지 않고 있다며 이를 관세 인상의 명분으로 들고 있다. 한국이 대규모 대미 투자를 확대하기로 합의한 것은 사실이며, 이를 위한 국내 입법이 지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트럼프 정부는 이 지연을 투자 약속이 현실화되지 않는 증거로 해석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트럼프의 관세 압박을 단순한 무역 분쟁으로 해석하는 순간 본질은 흐려진다. 문제의 핵심은 관세가 아니라 트럼프식 권력 행사 방식이다. 트럼프에게 관세는 정책이 아니라 상대를 길들이는 수단이며, 협정은 지켜야 할 약속이 아니라 필요할 때 상대를 흔드는 명분에 불과하다.
그가 꺼내든 첫 번째 카드는 한국 국회의 비준 지연이다. 그러나 국회 비준은 주권국가의 고유 권한이다. 이를 이유로 관세를 인상하겠다는 발상은 동맹을 대등한 파트너로 보지 않고, 압박 가능한 대상으로 취급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트럼프는 협정을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협정을 무기로 전환하고 있다.
발효 여부는 부차적이다. 트럼프식 협상의 핵심은 자신이 흔들면 양보를 얻어내고, 버티면 더 센 카드를 꺼내드는 방식이다. 이는 거래가 아니라 위협 관리 게임에 가깝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한국이 ‘선례 국가’로 선택되었다는 점이다. 동맹이지만 보복 가능성은 낮고 수출 의존도는 높은 한국은 반응을 살피기에 적합한 대상이다.
이번 압박은 한국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다른 국가들을 향한 시범 타격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동맹이라도 예외는 없다”는 메시지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쿠팡 보복설’ 역시 가볍게 넘길 사안은 아니다.
외교부는 이번 관세 압박이 특정 기업과 직접적 관련이 없다고 밝혔지만, 한국의 플랫폼 규제 강화, 공정거래 압박, 디지털 시장 통제는 미국 자본의 이해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트럼프의 세계관에서 기업과 국가는 분리되지 않는다. 미국 기업이 불리해지면 해당 국가는 곧바로 응징 대상이 된다. 쿠팡은 표적이 아니라 신호다.
더 중요한 관측은 이번 관세 압박의 목적이 관세 자체가 아니라 ‘굴복 여부’에 있다는 점이다. 언제든 관세를 올릴 수 있다는 공포를 각인시키고, 한 번 물러서면 통한다는 확신을 얻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다음 요구는 더 크고 노골적으로 다가온다.
결국 문제의 본질은 관세가 아니라 트럼프의 세계관이다. 규칙보다 힘, 협정보다 거래, 외교보다 협박. 이 구조 안에서 한국이 관세를 피하는 기술에만 매달린다면 다음 압박은 더 빠르고 거칠어질 것이다. 방위비, 기술 규제, 산업 정책, 외교 노선까지 트럼프식 협상에는 끝이 없다.
더 나아가 한국과 약속한 핵잠수함 협력 문제를 흔들거나 무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실제 파기 여부가 아니라, 파기 가능성을 흘리는 것만으로도 압박이 완성된다는 점이다. 관세가 통하지 않으면 안보가 다음 카드가 될 수 있다는 암시는 동맹국의 정책 결정을 흔드는 강력한 정치적 무기다.
트럼프식 세계관에서 안보 협력 역시 거래 품목이다. 돈이 되면 유지하고, 압박이 필요하면 흔든다. 관세 압박을 아직도 ‘협상 과정의 일부’로 해석한다면 현실을 외면하는 셈이다. 그의 협상에는 신뢰가 없고, 동맹 관리에는 성역이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굴종도, 감정적 반발도 아니다. 원칙 없는 실용은 상대의 협박을 더욱 강화시킬 뿐이다. 트럼프의 관세 압박은 한국에 질문을 던지고 있다. 우리는 동맹을 대등한 관계로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충성의 정도로 평가받는 종속 관계를 받아들일 것인가.
동맹은 복종이 아니다. 동맹은 상호 존중 위에서만 유지된다. 관세 협박을 외교로 인정하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를 주체가 아니라 압박 관리 대상으로 격하시킨다. 관세는 숫자이지만, 이 압박의 본질은 굴종을 시험하는 정치적 계산이다. 다음 위협은 더 빠르고, 더 거칠며, 더 노골적일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저자세도 감정적 반미도 아니다. 주권국가로서의 분명한 선 긋기다.
(사)민주화추진협의회 사무총장 조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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