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주권시민회의 "정부 ESG 공시 최종안, 사회적 책임 빠졌다" 비판

김혜령 기자 | 기사입력 2026/07/15 [17:31]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정부 ESG 공시 최종안, 사회적 책임 빠졌다" 비판

김혜령 기자 | 입력 : 2026/07/15 [17:31]

[신문고뉴스] 김혜령 기자 = 정부가 2028년부터 자산총액 10조 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를 대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지속가능성(ESG) 공시 제도화 방안' 최종안을 발표한 가운데, 소비자단체가 "투자자 중심의 재무공시에 머물러 ESG 공시의 본질인 사회적 책임을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소비자권익보호 시민단체인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15일 성명을 내고 "정부가 법정공시 체계를 마련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공시 철학은 여전히 국제회계기준재단(IFRS Foundation) 산하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단일 중대성(Single Materiality)' 체계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상징깃발     

 

정부와 여당이 발표한 최종안은 2028년(2027 회계연도 기준)부터 연결자산총액 10조 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에 ESG 공시를 의무화하고, 2029년부터는 대상 기업을 자산총액 5조 원 이상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거래소 공시를 거치지 않고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사업보고서 법정공시로 직접 편입하기로 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법정공시 전환으로 지속가능성 정보가 재무제표와 동일한 법적 책임 아래 놓이게 된 점은 의미 있는 진전"이라면서도 "무엇을 중요한 정보로 보고 공개할 것인가에 대한 철학은 바뀌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단체는 특히 ISSB 기반의 단일 중대성 체계가 투자자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재무 정보만을 중심으로 설계돼 공급망 인권 침해, 노동권 훼손, 환경오염 등 기업이 사회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구조적으로 공시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비판했다.

 

또 "ESG 공시가 지속가능성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투자 리스크 관리 수단으로 축소되고 있다"며 "회계법인 중심의 인증 체계가 구축되면서 공시제도가 회계업계의 새로운 시장으로 귀결될 우려도 있다"고 주장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유럽연합(EU)이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과 유럽 지속가능성 보고기준(ESRS)을 통해 기업의 재무 영향과 사회·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공시하는 '이중 중대성(Double Materiality)' 체계를 도입한 점도 강조했다.

 

단체는 "한국 정부가 ISSB 중심 체계를 유지할 경우 EU 규제를 적용받는 국내 수출기업들은 국내용 공시와 EU용 공시를 각각 작성해야 하는 이중 부담을 지게 된다"며 "기업 부담을 줄이겠다던 제도가 오히려 기업의 비용을 늘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의무공시 범위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정부 최종안은 기후 관련 재무정보를 중심으로 의무공시를 실시하고, 인권·노동·공급망 등 사회(S) 분야와 거버넌스(G) 관련 항목은 자율공시에 맡기고 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기업에 불리한 정보는 공개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소비자의 알 권리가 기업의 자율적 판단에 맡겨지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스코프3(공급망 간접배출) 공시를 2031년까지 유예하고, 도입 초기 3년간 공시 정보에 대한 손해배상과 행정제재, 형사처벌을 폭넓게 면제한 점에 대해서도 "책임성과 신뢰성을 약화시키는 설계"라고 지적했다.

 

공시 거버넌스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단체는 정부 실무 워킹그룹이 관계부처와 금융기관, 회계기준원, 경제단체 중심으로 구성된 반면 소비자단체와 시민사회는 배제됐다며 "기업을 사회가 검증한다는 ESG 공시의 취지에 역행한다"고 주장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정부와 국회에 ▲ESG 공시를 사회적 영향과 책임 공개 체계로 전환 ▲GRI·ESRS 수준의 이중 중대성 도입 로드맵 명문화 ▲인권·노동·공급망 등 사회(S) 및 거버넌스(G) 핵심지표 의무공시 ▲이해관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별도 지속가능성 보고체계 마련 ▲스코프3 유예 단축과 책임성 강화 ▲공시제도 전 과정에 시민사회 참여 보장 등을 요구했다.

 

단체는 "ESG 공시는 기업의 이익을 설명하는 문서가 아니라 그 이익이 어떤 사회적 비용 위에서 만들어졌는지를 드러내는 공적 장치"라며 "지금 필요한 것은 공시 의무화의 속도가 아니라 공시 철학의 방향 전환"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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