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함대’ 스페인,16년 만에 세계 정상…아르헨티나 꺾고 통산 두 번째 우승연장 106분 페란 토레스 결승골…아르헨티나 슈팅 봉쇄한 ‘완벽한 통제’...남녀 월드컵 동시 보유·38경기 무패…마드리드등 스페인 전역 붉은 축제[신문고뉴스] 윤진성 기자 = '무적함대' 스페인이 디펜딩 챔피언 아르헨티나를 연장 접전 끝에 꺾고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정상에 올랐다.
스페인은 19일 미국 뉴저지주 이스트러더퍼드의 뉴욕·뉴저지 스타디움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연장 전반 1분, 경기 시작 106분 만에 터진 페란 토레스의 결승골을 끝까지 지켜 아르헨티나를 1-0으로 제압했다.
이로써 스페인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2010년 대회 이후 16년 만에 다시 월드컵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통산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2022 카타르월드컵 우승팀 아르헨티나는 역대 세 번째 월드컵 2연패를 노렸지만, 스페인의 조직적인 압박과 수비에 막혀 정상 수성에 실패했다.
스페인의 공세, 마르티네스의 선방…균형 깬 교체 카드
경기 초반부터 주도권을 잡은 쪽은 스페인이었다. 스페인은 로드리를 중심으로 중원에서 볼의 흐름을 지배했고, 다니 올모와 라민 야말, 측면 수비수들의 적극적인 전진을 통해 아르헨티나 수비진을 계속 뒤로 밀어냈다.
아르헨티나는 수비 간격을 좁힌 채 리오넬 메시를 활용한 역습을 노렸지만 공격 전개가 원활하지 않았다. 아르헨티나는 전반전에 단 한 차례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했고, 정규시간에도 유효슈팅을 만들지 못했다. 반면 스페인은 정규시간 동안 수차례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으나 아르헨티나 골키퍼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의 연이은 선방에 막혔다.
스페인의 슈팅이 잇달아 골문을 향하는 동안 아르헨티나의 첫 슈팅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AP는 아르헨티나가 첫 슈팅을 시도하기 전까지 스페인이 이미 20차례 슈팅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마르티네스는 연장전까지 12개의 선방을 기록하며 승부를 끌고 갔지만 끝내 한 차례의 실점을 막지 못했다.
정규시간 막판 승부의 흐름이 크게 기울었다. 아르헨티나의 엔소 페르난데스가 파우 쿠바르시를 향한 거친 태클로 퇴장당하면서 아르헨티나는 10명으로 연장전에 돌입했다. 수적 우위를 잡은 스페인은 측면의 속도와 활동량을 한층 끌어올리며 결승골을 압박했다.
결국 연장 전반 1분 승부가 갈렸다. 페드로 포로가 시작한 공격을 니코 윌리엄스가 이어받아 문전으로 연결했고, 교체 투입된 페란 토레스가 혼전 상황에서 튀어나온 공을 마무리했다. 앞서 니코 윌리엄스의 득점이 공격자 반칙 판정으로 취소되는 장면도 있었지만 스페인은 흔들리지 않고 다시 골문을 열었다.
메시를 고립시킨 스페인의 수비…‘개인’보다 강했던 ‘집단’
결승전은 스페인의 공격력보다 수비 조직력과 경기 통제 능력이 더욱 빛난 경기였다. 아르헨티나는 이번 대회에서 메시의 8골 4도움과 후반 막판의 결정적인 활약에 의존해 여러 차례 위기를 넘겼지만, 결승에서는 스페인의 촘촘한 수비망을 뚫지 못했다.
스페인은 메시가 중원으로 내려가 공을 받으려 할 때 여러 선수가 동시에 압박했고, 메시에게 패스가 연결될 수 있는 중앙 통로부터 차단했다. 메시가 측면으로 이동하면 측면 수비수와 미드필더가 협력 수비를 펼쳤고, 아르헨티나의 다른 공격수들이 침투할 공간도 허용하지 않았다.
로이터는 아르헨티나가 앞선 토너먼트에서 메시의 후반 활약을 앞세워 극적인 승부를 이어갔지만 결승에서는 스페인의 ‘냉정한 기계’ 같은 조직력에 막혔다고 평가했다. 아르헨티나가 116분에야 첫 유효슈팅을 기록했다는 점은 스페인의 수비 통제가 얼마나 완벽했는지를 보여준다.
대회 전체를 놓고 봐도 스페인의 수비력은 압도적이었다. 스페인은 8경기에서 단 한 골만 내주며 월드컵 우승팀의 대회 최소 실점 기록을 새로 썼다. 빠르게 공을 되찾는 전방 압박과 쿠바르시를 중심으로 한 수비진의 위치 선정, 로드리의 중원 장악력이 하나의 시스템처럼 작동했다.
‘티키타카 이후’의 스페인…점유율에 속도와 직선성을 더하다
이번 우승은 과거의 성공 방식을 그대로 반복한 결과가 아니었다. 2010년 스페인이 짧은 패스와 높은 점유율을 앞세운 ‘티키타카’로 세계 축구를 지배했다면, 2026년의 스페인은 점유율 축구에 빠른 측면 돌파와 강한 압박, 직선적인 공격을 결합했다.
로드리는 경기의 속도를 조절하면서도 기회가 생기면 과감하게 전진 패스를 시도했다. 야말과 니코 윌리엄스는 측면에서 상대 수비와 일대일 대결을 주저하지 않았으며, 다니 올모와 미켈 오야르사발은 공이 없는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공간을 만들었다.
스페인은 공을 오래 소유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공을 빼앗긴 뒤 즉시 압박해 공격권을 되찾았다. FIFA 기술연구그룹의 결승전 사전 분석에서도 스페인은 중앙 지역의 수비선을 깨는 패스와 빠른 볼 회복 능력이 대회 최고 수준인 팀으로 평가됐다.
스페인 언론은 이 같은 변화를 ‘티키타카를 넘어선 진화’로 해석했다. 엘파이스는 스페인이 프랑스와 아르헨티나 같은 강호를 상대로 전술적·정서적 성숙함을 보여줬으며, 경기의 순간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가장 잘 이해한 팀이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준결승에서 프랑스를 2-0으로 제압한 장면은 스페인의 변화된 힘을 상징했다. 스페인은 킬리안 음바페가 이끄는 프랑스의 공격진으로 향하는 패스를 차단하고 효율적인 전진 패스와 압박으로 경기를 장악했다. 결승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메시와 아르헨티나의 공격을 고립시키며 정상에 올랐다.
2010년 ‘황금세대’ 넘어 새로운 세대의 시대 선언
스페인의 두 번째 우승은 2010년 황금세대의 향수를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당시 사비 에르난데스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세르히오 부스케츠, 이케르 카시야스가 중심이었다면 이번 우승은 로드리를 축으로 야말, 쿠바르시 등 새로운 세대가 함께 만들어냈다.
베테랑과 젊은 선수의 조화도 돋보였다. 로드리는 중원의 질서를 잡았고, 쿠바르시는 어린 나이에도 침착한 수비를 펼쳤다. 야말은 상대의 집중 견제를 끌어내며 동료들에게 공간을 제공했고, 교체 선수로 들어온 토레스와 니코 윌리엄스는 체력이 떨어진 아르헨티나 수비진을 흔들어 결승골을 합작했다.
스페인은 결승전 승리로 38경기 연속 무패를 기록하며 유럽 국가대표팀 최다 무패 기록도 새로 썼다. 유럽선수권대회와 네이션스리그에 이어 월드컵까지 제패하면서 일시적인 강팀이 아니라 장기 집권이 가능한 새로운 세계 최강팀으로 자리매김했다.
루이스 데라푸엔테 감독 체제에서 단계적으로 완성된 세대교체라는 점도 우승의 의미를 더한다. 주장 로드리는 결승을 앞두고 현재의 성과가 갑자기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여러 대회를 거치며 한 단계씩 구축된 결과라고 강조했다.
남녀 월드컵 동시 보유…스페인 축구의 ‘완전한 정상’
스페인은 이번 우승으로 또 하나의 역사도 썼다. 2023년 여자 월드컵 우승에 이어 남자 대표팀까지 세계 정상에 오르면서 남녀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동시에 보유한 최초의 국가가 됐다.
이는 스페인 축구의 경쟁력이 특정 세대나 특정 대표팀에 국한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유소년 육성 체계와 기술 중심의 지도 철학, 강한 자국 리그, 세대별 대표팀의 일관된 경기 모델이 남녀 축구 전반으로 확장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페인의 두 번째 월드컵 우승은 2010년 이후 16년 동안 이어진 시행착오의 종착점이기도 하다. 스페인은 2014년 조별리그 탈락, 2018년과 2022년 16강 탈락을 경험하며 세계 정상에서 멀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소유 중심의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압박과 속도, 수비의 강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축구를 재설계했고 마침내 다시 세계 정상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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