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엔 ‘무장해제 합의’, 중동 전역엔 포화…트럼프, ‘평화와 확전’ 갈림길

임두만 기자 | 기사입력 2026/07/31 [12:11]

가자엔 ‘무장해제 합의’, 중동 전역엔 포화…트럼프, ‘평화와 확전’ 갈림길

임두만 기자 | 입력 : 2026/07/31 [12:11]

[신문고뉴스] 임두만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비롯한 가자지구 내 무장세력의 ‘완전한 무장해제’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같은 시각 미국과 이란이 미사일·공습을 재개하고 전선이 홍해에서 지중해 연안까지 확산하면서, 중동 정세는 외교적 돌파구와 전면전 위기가 공존하는 복합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로이터통신과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현지시간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이 주도하는 ‘평화위원회’가 하마스와 가자지구 내 다른 무장단체들의 완전한 무장해제를 위한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합의를 가자전쟁 종식을 위한 이른바 ‘20개 항 평화계획’ 이행의 중대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보도된 합의안은 하마스와 다른 무장단체가 보유한 중화기와 소형 무기를 단계적으로 신고·반납하고, 이를 새로 구성되는 가자행정위원회와 국제안정화군이 관리하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무장해제와 함께 이스라엘군의 단계적 철수, 팔레스타인 기술관료 중심의 새 행정기구 출범도 연계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집트와 카타르, 튀르키예 등 중재국의 역할을 높이 평가하며 이번 합의가 “항구적 평화를 향한 중대한 이정표”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제 이행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하마스 측은 무장해제가 이스라엘군의 철수와 합의 의무 이행을 전제로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으며, 일부 조항에 대한 수정안을 중재국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무장해제가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군을 철수하는 방식에 대한 반발이 제기되고 있다. 가자지구에서는 협상 진전 소식이 전해진 당일에도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어린이를 포함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숨졌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가 최종 합의인지, 원칙적·조건부 합의인지에 대한 평가도 엇갈리고 있다.

 

美·이란, 닷새 만에 교전 재개…보복의 악순환

 

가자지구에서 평화협상 진전이 발표된 것과 대조적으로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는 잠시 멈췄던 교전이 다시 시작됐다.

 

미 중부사령부는 이란이 요르단 내 미군 주둔지를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데 대응해 이란 혁명수비대의 지휘시설과 미사일·드론 관련 시설 수십 곳을 공습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공격은 약 닷새간의 공습 중단 이후 재개된 것으로, 사실상 휴전 모색이 다시 무산됐음을 보여준다.

 

이란도 요르단과 쿠웨이트 등 역내 미군 시설과 미국의 우방국들을 겨냥해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이어갔다. AP통신은 쿠웨이트에서 중국 기업 관련 시설이 타격을 받아 사망자가 발생했고, 요르단으로 발사된 미사일 일부는 방공망에 의해 요격됐다고 전했다.

 

미국과 이란의 직접 충돌은 이미 5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최근 미국이 공습을 일시 중단하고 중재국들을 통한 협상이 진행되면서 출구전략이 마련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왔지만, 양측이 다시 미사일과 공습을 주고받으면서 조기 종전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이라크·사우디까지 가세…‘대리전’에서 역내전으로

 

전선은 미국과 이란 양국에 그치지 않고 있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는 사우디 석유시설을 공격한 친이란 무장세력의 배후 거점이라며 이라크 내 관련 시설을 공동 타격했다. 사우디가 미국과 함께 이란 연계 세력을 공개적으로 공습한 것은 이번 분쟁의 중대한 확전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라크 정부는 자국 영토 내 공습에 대해 사전 통보를 받지 못했다며 반발했다. 이란과 연계된 이라크 민병대들이 보복에 나설 경우, 이라크가 미국·이란 충돌의 새로운 전장으로 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도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해상 봉쇄를 선언하고 홍해를 지나는 유조선과 에너지 시설에 대한 위협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해협에 집중됐던 해상 위험이 홍해와 바브엘만데브해협으로 번지고 있다.

 

이집트 지중해 항구까지 피격…넓어지는 ‘제2전선’

 

특히 이집트 지중해 연안의 다미에타항에서 발생한 드론 공격은 전쟁의 지리적 범위가 한층 넓어졌음을 보여준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정체가 확인되지 않은 드론이 다미에타항에 정박 중이던 미국 소유 가스 관련 선박 ‘에네르고스 윈터’ 등 선박 2척을 공격해 화재가 발생했다. 인명피해는 보고되지 않았지만, 이집트가 이번 미·이란 전쟁의 직접적인 공격 대상이 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이란은 공격 연루 의혹을 부인하며 이스라엘에 의한 ‘위장 공격’ 가능성을 제기했다. 배후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외신들은 이번 공격이 수에즈운하와 지중해 항로까지 전쟁의 위험권에 들어갔다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호르무즈해협의 선박 통행이 급감한 상황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 산유국들은 홍해와 수에즈운하, 이집트의 수메드 송유관을 대체 수출로로 활용해 왔다. 그러나 홍해에서는 후티 반군이, 지중해 연안에서는 드론 공격이 선박을 위협하면서 중동산 원유와 가스의 우회 수송로마저 안전을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해상보험사들은 홍해와 수에즈운하 인근의 고위험 해역을 확대하고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는 주요 항로와 에너지 기반시설을 보호하기 위한 다국적 해상방위체제 구축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의 선택…‘가자 평화’ 성과냐, 이란전 확전이냐

 

외신들은 현재 중동 상황을 ‘두 개의 상반된 흐름’으로 평가하고 있다. 가자지구에서는 하마스 무장해제와 이스라엘군 철수, 새 팔레스타인 행정부 출범을 연계한 평화구상이 구체화되고 있지만, 역내에서는 미국과 이란의 직접 교전과 친이란 세력의 공격이 동시에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가자 협상을 외교적 성과로 굳히기 위해 이스라엘의 동의를 끌어내고, 하마스의 실질적인 무기 반납을 검증해야 한다. 동시에 이란의 공격에 강경 대응하면서도 미국이 장기적인 중동전쟁에 빠져드는 것을 막아야 하는 이중 과제를 안게 됐다.

 

미국 내 여론도 부담이다. AP-NORC 여론조사에서는 미국 성인의 약 3분의 2가 이란과의 전쟁이 치를 만한 가치가 없다고 답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전 대응 지지율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 상승과 미군 피해, 장기전 우려가 커질수록 백악관을 향한 휴전 압박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중동 정세의 향방은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지구에서 확보한 제한적 외교 성과를 역내 긴장 완화로 연결할지, 아니면 이란의 도발에 대한 대규모 보복을 선택해 전선을 더욱 확대할지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가자지구의 무장해제 합의가 실제 평화체제로 이어질지, 미국과 이란의 교전이 호르무즈해협과 홍해를 넘어 지중해까지 번지는 전면전으로 비화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외신들은 현재의 중동을 평화협상의 문이 열리는 동시에 더 큰 전쟁의 문턱에도 가까워진 ‘폭풍전야’로 진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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