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찬옥 칼럼] 정책은 사라지고 막장 드라마만 남는 민주당 전당대회

조찬옥 (사)민주화추진협의회 사무총장 | 기사입력 2026/08/04 [11:00]

[조찬옥 칼럼] 정책은 사라지고 막장 드라마만 남는 민주당 전당대회

조찬옥 (사)민주화추진협의회 사무총장 | 입력 : 2026/08/04 [11:00]

[신문고뉴스] 조찬옥 칼럼 = 더불어민주당 차기 당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중반전에 접어들고 있다. 집권여당의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하는 과정인 만큼 국민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정책과 비전, 민생 해법, 국정 운영 방향을 둘러싼 치열한 토론을 기대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 기대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정책 경쟁은 좀처럼 보이지 않고 상대 후보를 향한 네거티브 공세가 연일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 전당대회가 민주주의의 축제가 아니라 막장 드라마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후보들은 특정 종교와의 연관성을 거론하며 의혹을 제기하고, 상대를 '배신자'라고 규정하는 등 거친 표현을 주고받고 있다.

 

심지어 당대표가 되면 상대 후보를 당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겠다는 발언까지 등장했다. 정책으로 경쟁해야 할 자리가 상대를 흠집 내고 낙인찍는 경쟁으로 흐르면서 당의 품격은 물론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신뢰마저 흔들리고 있다. 국민은 누가 당대표가 되는지만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집권여당이 어떤 정치 문화를 보여주는지 함께 평가하고 있다.

 

여기에 일부 최고위원 후보는 경쟁 후보를 '박쥐 같다'고 표현하며 인격을 모독하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정치는 상대를 비하하고 모욕하는 언어가 아니라 정책과 비전, 그리고 품격 있는 토론으로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공직을 맡겠다는 정치인일수록 언어에 대한 책임감은 더욱 무거워야 한다.

 

집권여당의 전당대회는 고물가와 경기침체, 청년 일자리, 저출산, 지방소멸, 주거 문제, 외교·안보 등 산적한 국가 과제를 어떤 리더십으로 해결할 것인지 국민에게 보여주는 자리다. 하지만 지금의 전당대회에서는 이러한 정책 논쟁보다 상대 후보의 약점을 찾아 공격하는 장면이 더욱 크게 부각되고 있다.

 

후보들은 모두 자신이 이재명 정부를 가장 성공적으로 뒷받침할 적임자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진정한 국정 지원은 구호가 아니라 정책과 실천으로 증명되는 것이다. 대통령을 돕겠다는 명분 아래 당내 경쟁자를 공격하는 모습만 보여준다면 국민은 과연 이를 어떻게 평가하겠는가.

 

특히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삶과 실천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강조했던 원칙과 상식, 정치개혁, 국민과의 소통, 특권을 내려놓는 정치, 통합의 리더십이 실제 정치 행보 속에서 구현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그 정신을 계승한다고 말하려면 먼저 자신의 정치가 그러한 가치에 부합하는지를 국민 앞에서 보여주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의원이 "언제부터 민주당 당대표 후보들이 노무현 정신을 따랐느냐"는 취지의 비판을 내놓으면서 정치권의 관심을 모았다. 이는 특정 후보를 겨냥한 공격이라기보다 역사적 지도자의 이름이 선거 전략으로 소비되는 현실에 대한 문제 제기로 받아들이는 시각도 있다.

 

역사 속 지도자의 정신은 필요할 때마다 꺼내 드는 정치적 구호가 아니다. 정치인의 언행과 책임감, 국민을 대하는 자세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날 때 비로소 계승의 의미를 갖는다. 이름을 반복해 외친다고 해서 그 정신까지 이어받는 것은 결코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과열 경쟁이 전당대회 이후에도 깊은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는 점이다. 경쟁했던 후보들은 결국 같은 당에서 함께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 그런데 선거 과정에서 서로를 배신자로 낙인찍고 윤리위 제소를 거론하며 각종 의혹을 제기한다면 선거가 끝난 뒤에도 상처는 쉽게 치유되기 어렵다.

 

결국 당내 분열은 집권여당의 국정 운영에도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민주주의에서 경쟁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경쟁에도 품격이 있어야 한다. 정책과 비전, 철학으로 승부하는 경쟁은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만 인신공격과 의혹 제기에 치우친 경쟁은 정치 혐오만 키울 뿐이다.

 

집권여당의 당대표는 당원만을 대표하는 자리가 아니다. 정부와 국회를 연결하고 국민의 목소리를 정책으로 실현하며 갈등을 조정하고 통합을 이끄는 국가적 책임을 지는 자리다. 따라서 후보들에게 필요한 것은 상대를 공격하는 기술이 아니라 국민을 설득하는 능력과 미래를 제시하는 비전, 그리고 통합의 리더십이다.

 

민주당은 오랫동안 민주주의와 개혁을 이야기해 왔다. 그렇다면 그 가치 역시 전당대회 과정에서 실천되어야 한다. 상대를 존중하면서도 정책으로 경쟁하는 모습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성숙함을 보여주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정치는 결국 국민의 신뢰로 유지된다. 국민은 정치권의 말보다 행동을 기억한다. 전당대회가 끝난 뒤 남는 것이 상처와 분열뿐이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당과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는 단순히 당대표 한 사람을 뽑는 선거가 아니다. 집권여당이 어떤 정치문화를 선택할 것인지, 어떤 리더십으로 국민 앞에 설 것인지를 보여주는 시험대다. 지금이라도 남은 선거 기간만큼은 상대를 쓰러뜨리는 경쟁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경쟁으로 돌아가야 한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정치권의 막장 드라마가 아니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민생을 살릴 해법이며, 낙인찍기가 아닌 통합의 리더십이고, 과거를 둘러싼 공방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책임 있는 정치다. 이번 전당대회가 그러한 기대에 부응하는 계기가 될지, 또 하나의 정치적 소모전으로 기억될지는 결국 후보들과 민주당의 선택에 달려 있다.

 

(사)민주화추진협의회 사무총장 조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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