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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고뉴스] 임두만 편집위원장 = 정부 수립 후 70여 년간 유지돼 온 대한민국 형사사법체계가 역사적인 전환점을 맞았다. 검찰의 직접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이 사라지고, 수사는 경찰이, 기소는 검찰이 맡는 구조가 법률로 확정됐다. 민주화 이후 수십 년 동안 이어져 온 검찰개혁 논쟁이 하나의 결론에 도달한 셈이다.
앞서 검찰의 직접수사를 박탈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순간 이 법안을 추진해 온 여권 강경파들은 이를 '검찰개혁의 완성'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들의 뜻대로 이 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검찰개혁이 성공했다며 자축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검찰개혁의 끝일까. 오히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역사는 권력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이동한다는 사실을 반복해서 보여준다.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검찰은 가장 강력한 권력기관이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가진 검찰은 권력형 비리 수사에서는 정의의 상징이 되기도 했고, 정권의 입맛에 따라 정치적 수사를 벌인다는 비판도 동시에 받아왔다. "검찰공화국"이라는 표현이 등장한 것도 우연이 아니었다.
그래서 검찰의 권한을 줄이자는 요구는 시대적 과제가 됐다. 문재인 정부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이 시작됐고, 이재명 정부는 마침내 검찰의 직접수사권과 보완수사권까지 없애며 수사와 기소를 완전히 분리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검찰이 가진 권한이 줄어든 만큼 그 권한은 경찰과 중대범죄수사청, 공수처 등 다른 기관으로 이전됐다. 특히 경찰은 일반 형사사건 대부분을 종결하는 사실상 최대 수사기관이 된다. 즉 국가의 모든 수사권을 움켜 쥔 메머드 권력기관이 된 셈이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도 국무회의에서 "경찰이 엄청난 권한을 갖게 되는데 과연 안전할까 하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법안을 의결 공포한 대통령이 개혁 이후의 부작용을 공개적으로 걱정했다는 점은 그만큼 새로운 권력 집중의 위험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권한이 커지면 유혹도 커진다. 대통령의 우려도 여기에 있다. 사실 경찰은 지금까지 검찰의 통제를 받는 기관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상황이 달라진다. 경찰의 수사 판단 하나가 사건의 향방을 결정하는 일이 훨씬 많아질 것이다.
수사의 공정성 문제는 물론이고 지역 토착세력과의 유착, 정치권 압력, 조직 내부의 폐쇄성 같은 문제도 지금보다 훨씬 큰 사회적 이슈가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검찰을 감시하던 시민사회와 언론은 이제 경찰을 같은 수준으로 감시해야 하는 시대를 맞게 된다. 그리고 앞으로 5년 안에 한국 사회에서 가장 많이 등장할 단어는 '경찰개혁'일 수도 있다.
실제 해외에서도 수사권을 경찰이 주도하는 국가는 많다. 하지만 동시에 독립적인 감찰기구와 강력한 시민통제장치, 엄격한 징계제도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권한만 이양하고 견제장치를 충분히 만들지 못하면 또 다른 권력기관이 탄생할 뿐이이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수사 비리를 저질렀으면 최소한 해임이나 파면, 영구적으로 수사를 못 하게 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경찰에 대한 국민 신뢰는 더 큰 권한이 아니라 더 무거운 책임에서 나온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검찰 역시 변화가 불가피하다.
직접수사가 사라진 검찰은 더 이상 과거처럼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렵다. 대신 공소 유지와 법정 공방 능력, 법률가 조직으로서의 전문성이 조직의 존립 근거가 된다. 미국이나 유럽의 검사 조직처럼 '수사기관'이 아니라 '공소기관'으로 체질을 바꾸지 못한다면 조직의 존재감은 급격히 약해질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경찰은 지금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법률 전문성과 증거분석 능력, 디지털 포렌식 역량을 갖춰야 한다. 검찰이 하던 역할 상당 부분을 경찰이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개혁의 성패는 법률이 아니라 사람에게 달려 있다.
아무리 제도가 좋아도 권한을 가진 사람이 책임을 지지 않으면 또 다른 검찰이 경찰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할 수 있다. 반대로 권한과 책임, 감시와 견제가 균형을 이룬다면 이번 개혁은 한국 민주주의 발전의 중요한 이정표로 기록될 것이다.
대한민국은 이제 검찰개혁의 시대를 지나 경찰책임의 시대로 들어섰다. 국민이 앞으로 지켜봐야 할 것은 검찰 권한이 얼마나 줄었는지가 아니다.
새롭게 커진 경찰 권력이 과연 국민을 위한 권력이 될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권력기관으로 변할 것인지가 진짜 시험대다. 역사는 권력을 없앤 나라보다 권력을 제대로 통제한 나라를 더 높이 평가해 왔다. 이제 그 시험이 대한민국 앞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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