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중동서 길 잃은 미국의 패권"

"러시아·중국 개입과 일관성 없는 트럼프의 장담, 미국을 외통수로 몰아가나"

김승호 수도권 취재본부 본부장 | 기사입력 2026/08/06 [10:40]

[기자칼럼] "중동서 길 잃은 미국의 패권"

"러시아·중국 개입과 일관성 없는 트럼프의 장담, 미국을 외통수로 몰아가나"

김승호 수도권 취재본부 본부장 | 입력 : 2026/08/06 [10:40]

 

▲ "중동서 길 잃은 미국의 패권"  © 김승호 수도권 취재본부 본부장

 

[신문고뉴스] 김승호 기자 = 중동은 다시 거대한 힘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한때 미국은 중동 질서를 좌우하는 가장 강력한 패권국이었다. 막강한 군사력과 달러, 동맹 네트워크를 앞세워 중동의 안보와 외교 질서에 깊숙이 개입해 왔다. 그러나 지금의 중동은 과거와 같지 않다.

 

러시아와 중국의 존재감이 커졌고, 이란을 중심으로 한 지역 세력의 영향력도 만만치 않다. 여기에 미국의 동맹국들조차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독자적인 외교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정책은 강한 압박과 극적인 장담이 반복되면서도, 실제 행동에서는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면서도 중동에서 미국이 어디까지 개입할 것인지, 동맹국을 어느 수준까지 책임질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다면 오히려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중동에서 패권은 단순히 군사력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동맹에 대한 신뢰, 외교적 일관성, 경제적 영향력, 그리고 위기 때 실제로 움직일 수 있는 전략적 능력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지금 미국이 마주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러시아는 군사·외교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고, 중국은 경제와 인프라를 앞세워 중동 국가들과의 관계를 넓혀가고 있다. 미국이 군사력으로 압도하던 공간에 다른 강대국들이 경제와 외교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파고들고 있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미국이 중동에서 명확한 출구전략과 장기적 질서를 제시하지 못할 경우다.

 

강력한 발언과 압박만으로 국제질서를 움직이기에는 세계가 이미 다극화됐다. 미국이 한쪽에서 압박하는 사이 다른 강대국이 그 틈을 파고들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트럼프식 협상 전략이 단기적으로 상대방에게 압박감을 줄 수는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 신뢰가 반복적으로 흔들리면 장기적으로는 협상력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

결국 미국의 진짜 위기는 군사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패권을 유지할 전략과 신뢰의 일관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데 있다.

 

중동은 미국에게 시험대

 

미국이 다시 중동 질서를 주도할 것인지, 아니면 러시아·중국과 지역 강국들이 만들어가는 다극적 질서 속에서 영향력을 나눠 갖게 될 것인지는 미국의 선택에 달려 있다.

 

패권은 선언한다고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동맹은 믿음을 요구하고, 외교는 일관성을 요구하며, 국제질서는 힘과 신뢰의 균형 위에서 움직인다.

 

중동에서 길을 잃은 미국이 다시 방향을 찾을 수 있을까.

 

트럼프의 강한 장담보다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전략이고, 압박보다 중요한 것은 신뢰이며, 일시적 승리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 가능한 질서다.

 

세계는 이미 미국 일극 체제에서 다극 체제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이 이 변화를 인정하지 못한다면, 중동에서 시작된 균열은 세계 패권의 지형을 바꾸는 더 큰 파장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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