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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고뉴스] 조찬옥 칼럼 = 최근 제기되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의 3군 사관학교 통합과 4년제 국군사관학교 설립에 관한 국정과제 기본계획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군 개혁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사관학교 통합이 군의 정치개입을 막을 수 있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매우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분명히 해야 할 것은 군의 정치개입이 사관학교가 셋으로 나뉘어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헌법 질서가 무너지고 문민통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며 정치권력이 군을 이용하려 할 때 군의 정치개입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원인을 바로잡지 않은 채 교육기관만 통합한다고 정치개입이 사라진다고 보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비껴간 처방이다. 육군사관학교와 해군사관학교, 공군사관학교가 각각 존재하기 때문에 군이 정치에 개입했다는 연구 결과나 역사적 근거 역시 찾아보기 어렵다.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나타난 군의 정치개입은 사관학교 제도 때문이 아니라 권력의 의지와 헌정질서의 붕괴, 문민통제의 실패 속에서 발생했다. 다시 말해 문제는 학교가 아니라 권력이었고, 교육기관이 아니라 정치의 문제였다.
그런데도 사관학교를 통합하면 정치개입이 사라질 것처럼 설명한다면 원인과 결과를 뒤바꾸는 셈이다. 이는 병의 원인을 치료하지 않은 채 정작 증상과 직접적인 관련도 없는 부분을 수술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군의 정치적 중립은 헌법과 법률, 그리고 확고한 문민통제가 지켜질 때 확보될 수 있다. 대통령과 정부, 국방부를 비롯한 정치권력이 군을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하지 않는 문화와 제도가 자리 잡을 때 비로소 군의 정치적 중립도 온전히 보장될 수 있다.
사관학교의 간판을 하나로 바꾼다고 이러한 원칙이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욱 우려되는 것은 국가안보의 핵심인 장교 양성체계를 충분한 검증과 사회적 논의 없이 개편하려는 시도다.
육군은 지상작전, 해군은 해양작전, 공군은 항공 및 우주작전을 담당한다. 각 군은 담당 영역뿐 아니라 임무와 전술, 교육방식에서도 본질적인 차이가 있으며, 이러한 특수성과 전문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통합은 장교 양성의 전문성을 약화시키는 또 다른 문제를 낳을 가능성이 있다.
국방개혁은 정치적 상징이나 구호가 아니라 국가의 생존과 직결되는 전략이어야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군의 교육체계와 조직을 흔드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선례가 될 수 없으며, 국군은 특정 정부나 특정 정치세력의 군대가 아니라 대한민국 헌법에 충성하는 군대이기 때문이다.
군의 정치개입을 막으려면 사관학교부터 통합할 것이 아니라 정치권이 군을 정치에 끌어들이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문민통제를 확고히 하고 군 인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한편, 군의 정치적 중립 의무가 철저하게 지켜지도록 만드는 것이 진정한 군 개혁이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보여주기식 조직 개편이 아니다. 어떤 권력도 군을 사적으로 이용할 수 없도록 하는 견고한 제도와 정치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며, 그것이 군 개혁의 출발점이자 헌법이 요구하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다.
사관학교 통합 여부 자체는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정책적 사안이다. 군별 교육체계의 장단점과 합동성 강화, 장교 양성의 효율성 등을 놓고 충분한 연구와 검증을 거쳐 사회적 논의를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사관학교 통합을 곧바로 군의 정치개입 방지책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근거가 부족하다. 군의 정치개입을 막는 핵심은 사관학교를 하나로 만드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권력과 군 사이에 더욱 견고한 민주적 통제와 법치주의의 방벽을 세우는 데 있다.
그것이 대한민국 국군의 전문성을 지키면서 동시에 정치적 중립을 확립하는 길이다. 군 개혁이 진정으로 지향해야 할 목표 역시 조직의 외형적 통합이 아니라 헌법에 충성하고 국민에게 신뢰받는 군을 만드는 데 있어야 한다.
(사)민주화추진협의회 사무총장 조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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