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칼럼] 폭염에 그늘 하나, 가뭄에 물 한 방울

"시민은 목마른데, 지자체장은 무엇을 보고 있는가"

김승호 수도권 취재본부 본부장 | 기사입력 2026/08/09 [13:14]

[기자 칼럼] 폭염에 그늘 하나, 가뭄에 물 한 방울

"시민은 목마른데, 지자체장은 무엇을 보고 있는가"

김승호 수도권 취재본부 본부장 | 입력 : 2026/08/09 [13:14]

[신문고뉴스] 김승호 기자 = 연일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횡단보도 앞에 선 시민들은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몇 분을 버텨야 하고, 농민들은 타들어 가는 논밭을 바라보며 하늘만 쳐다본다.

 

그런데 이상하다. 시민들이 뙤약볕 아래서 그늘막 하나를 기다리는 현실과 농민들이 농업용수 한 방울을 걱정하는 현실이 엄연히 존재하는데, 일부 지방행정은 여전히 보여주기식 사업과 홍보성 행정에 치우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의 자치구별 그늘막 설치 격차가 대표적이다. 물론 지역별 인구와 유동인구, 횡단보도 수 등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설치 개수만으로 행정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폭염이 재난 수준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어느 지역에 살고 있느냐에 따라 시민이 누리는 안전망이 크게 달라진다면, 행정의 형평성을 다시 따져봐야 한다.

 

특히 은평구처럼 상대적으로 재정 여건이 어려운 지역이라면 서울시 차원의 지원을 통해 최소한의 폭염 안전망을 보장해야 한다.

 

문제는 비단 서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농민은 물을 찾아 헤매는데 물축제라니 밀양의 상황은 더욱 아이러니하다.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밀양댐은 지난 6월 가뭄 ‘주의’ 단계에 진입했다. 올해 상반기 강수량은 예년의 78.9% 수준이었다.

 

정부는 생활·공업용수뿐 아니라 농업용수 공급 차질이 없도록 용수 비축 대책에 들어갔다. 그런데 밀양에서는 8월 7일부터 9일까지 밀양강을 배경으로 물놀이장과 워터슬라이드, 수상체험 등을 포함한 ‘밀양 水수퍼 페스티벌’ 이 열린다. 밀양시의 2026년 예산 성과계획서에도 물축제 운영 사업이 포함돼 있다.

 

물론 축제 자체를 무조건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다. 관광 활성화와 지역경제, 시민 여가 역시 지방정부가 책임져야 할 중요한 분야다.

 

그러나 농민들이 가뭄 속에서 농업용수를 걱정하는 상황에서 대규모 물놀이 축제를 강행하는 것이 과연 시민들에게 어떻게 비칠 것인가는 별개의 문제다.

 

행정은 법적으로 가능한가만 따져서는 부족하다. 지금 이 시기에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가, 농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가, 행정의 우선순위가 적절한가를 함께 살펴야 한다. 바로 여기에 지방자치의 진정한 책임이 있다.

 

지자체장의 성적표는 홍보물이 아니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임기 중 성과를 알리고 지역을 홍보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시민이 폭염에 쓰러지고, 농민이 가뭄으로 농사를 걱정하는 상황에서 홍보와 치적이 민생보다 앞선다면 행정의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구청장과 시장이 얼마나 많은 보도자료를 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얼마나 많은 시민에게 그늘을 제공했는가. 얼마나 많은 농민에게 물을 공급했는가. 재난에 얼마나 신속하게 대응했는가. 취약계층을 얼마나 세심하게 돌봤는가. 그것이 진짜 행정의 성적표다.

 

자화자찬은 행정의 성과가 아니다. 시민의 체감이 성과다. 폭염에는 그늘이 필요하고, 가뭄에는 물이 필요하다. 

 

지금 지자체장들이 가장 먼저 바라봐야 할 곳은 행사장 무대가 아니라 땀 흘리는 시민과 타들어 가는 농민의 현장이어야 한다.

 

지역경제를 살리는 축제도 필요하다. 관광객을 불러오는 행사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챙겨야 할 것은 사람의 생명과 민생이다. 지방자치가 진정으로 시민을 위한 행정이라면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무엇을 했다고 홍보할 것인가?”가 아니라 “지금 시민에게 무엇이 가장 절실한가?” 그 답을 찾아내는 것이야말로 지자체장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책무일 것이다.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