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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고뉴스] 김승호 기자 = 대법관 한 자리가 비어 있는 시간이 어느덧 6개월에 가까워졌다. 지난 3월 노태악 전 대법관이 퇴임했지만 후임 대법관 제청이 장기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더구나 오는 9월에는 이흥구 대법관의 임기까지 만료될 예정이어서 대법관 공백이 연쇄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제의 핵심은 단순히 ‘대법관 한 명이 비었다’는 데 있지 않다. 대법원은 국민의 마지막 사법적 구제를 책임지는 최고법원이다. 그 구성원인 대법관의 임명 절차가 장기간 멈춰 있다면 국민은 묻지 않을 수 없다. “왜 멈춰 있는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사법부의 정상 작동을 가로막는 이유는 무엇인가.”
헌법 제104조는 대법관을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장의 제청권은 단순한 선택적 권한이 아니라 헌법이 부여한 중요한 직무다. 따라서 대법관 인선이 장기간 지연되고 있다면 그 사유와 절차를 국민 앞에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특히 최근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가 가동된 상황에서도 후임 제청이 언제 이뤄질지 불투명한 상황이라면 사법부 수장의 책임은 더욱 무거워진다.
‘직무유기’라는 말, 쉽게 사용해서는 안 된다
다만 여기서 분명히 해야 할 부분도 있다. 대법관 제청이 늦어졌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형법상 직무유기나 탄핵 사유가 성립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헌법 제65조가 규정하는 탄핵 사유는 공직자가 직무집행에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했을 때다.
헌법재판소 역시 탄핵은 단순한 정치적 책임을 묻는 절차가 아니라 헌법·법률 위반을 전제로 하는 규범적 절차라고 설명해 왔다. 그러므로 조희대 대법원장의 탄핵을 논하려면 단순한 ‘제청 지연’에 머물 것이 아니라, 헌법상 제청권 행사가 정당한 사유 없이 장기간 방치됐는지, 그 과정에서 헌법이나 법률상 의무를 위반했는지를 국회가 면밀히 따져야 한다.
그것이 오히려 탄핵 논의를 정치적 공방이 아니라 헌법적 책임의 문제로 만드는 길이다.
국민이 불안한 것은 ‘사건 처리’보다 ‘사법부의 신뢰’다
더 큰 문제는 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다. 내란 관련 사건을 비롯해 국가적 중대 사건들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국민은 법원이 어느 편에 서느냐를 묻는 것이 아니다. 오직 법과 원칙에 따라 신속하고 공정하게 판단하느냐를 묻고 있다.
재판은 정치적 필요에 따라 빨라져서도 안 되고, 정치적 부담 때문에 늦어져서도 안 된다. 내란 사건 역시 마찬가지다. 유죄든 무죄든, 중형이든 감형이든 법원의 판단은 증거와 법리에 따라야 하며 그 과정 자체가 국민에게 납득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최고법원에서조차 대법관 공백이 장기화되고, 대법원장이 제청 시기를 둘러싼 설명을 충분히 하지 않는다면 국민의 불안과 의혹은 커질 수밖에 없다.
사법부는 ‘성역’이 아니라 헌법기관이다
사법부 독립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그러나 사법부 독립이 사법부의 무책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독립에는 책임이 따르고, 권한에는 설명의 의무가 따른다.
국회 역시 마찬가지다. 대법원장의 탄핵을 주장하려면 정치적 구호에 그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헌법·법률 위반 여부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국회가 대법원장을 대상으로 제청 지연의 경위와 판단 근거를 묻고, 대법원 운영과 주요 사건 처리 과정에 헌법적 문제가 있었는지 검증해야 한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사법부의 장악이 아니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사법부의 정상화다. 이제 답해야 한다
대법관 공백이 6개월 가까이 이어지는 현실은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특히 추가 공백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이제 국민에게 답해야 한다. 왜 제청이 늦어졌는가. 무엇이 문제였는가. 언제까지 정상화할 것인가.
그리고 만약 국회가 판단하기에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중대한 사유가 존재한다면 탄핵을 포함한 헌법상 책임 절차를 검토하는 것 또한 국회의 책무다. 대한민국에서 그 누구도 법 위에 있을 수 없다. 대통령도, 국회도, 대법원장도 예외가 아니다.
사법부가 국민에게 신뢰받기 위해서는 신속성·공정성·독립성·책임성이 함께 서야 한다. 지금 국민의 가슴이 답답한 이유는 단순히 대법관 한 자리가 비었기 때문이 아니다. 법의 최후 보루가 과연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 때문이다.
이제는 침묵보다 설명이 필요하다. 정치적 공방보다 헌법적 검증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사법부의 책임 있는 답변이 필요하다.
법 앞에 성역은 없어야 한다. 사법부의 독립과 책임은 함께 가야 한다. 그것이 무너질 때, 국민의 법치에 대한 신뢰도 함께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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