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위원장 칼럼] 직전 당대표 정청래의 '약자 코스프레'는 '자멸 코스프레'

임두만 편집위원장 | 기사입력 2026/08/12 [16:21]

[편집위원장 칼럼] 직전 당대표 정청래의 '약자 코스프레'는 '자멸 코스프레'

임두만 편집위원장 | 입력 : 2026/08/12 [16:21]

[신문고뉴스] 임두만 편집위원장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이번 전당대회의 지형을 사실상 ‘9대1의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말한다.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의 90%가 김민석 후보를 지지하고 자신을 지지하는 의원은 10%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언론 지형마저 김민석 후보에게 유리하게 기울어져 있다고 주장한다.

 

듣고 있으면 정청래 후보는 거대한 조직과 언론권력에 포위된 정치적 약자처럼 보인다. ‘어머니 도와주세요, 아버지 지켜주세요’라고 외쳐야 할 만큼 홀로 외로운 싸움을 벌이는 후보처럼 느껴질 정도다.

 

 

그러나 여기서 이상한 장면이 하나 발생한다. 정청래 후보는 정치 신인도, 원외 정치인도 아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 대한민국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1년 동안 이끌었던 당대표였다. 그렇다면 질문은 오히려 정반대로 던져져야 한다.

 

당대표로 1년 동안 무엇을 했기에 소속 의원 90%가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상황이 됐는가. 그리고 1년 동안 무엇을 했기에 이제 와서 언론 대부분이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호소해야 하는가.

 

당대표 1년 하고 ‘기득권의 피해자’가 됐다는 역설

 

약자도 약자 나름이다. 아무리 선거가 절박해도 약자 코스프레에는 최소한의 개연성이 필요하다. 정청래 후보는 지난 1년 동안 민주당 대표였다. 당 조직과 정책, 인사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였다. 수많은 특보를 임명했고 지방선거 공천을 총괄했으며, 전국의 지역위원회와 지방의원·당직자들이 당대표를 중심으로 움직였다.

 

그런 사람이 당대표 임기를 마치자마자 다시 출마한 전당대회에서 자신을 ‘조직에 포위된 약자’처럼 설명한다면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오히려 반대로 물어야 한다. 김민석 후보를 지지하는 의원들이 정말 어느 날 갑자기 집단적으로 정청래 후보를 배척하기 시작했는가. 아니면 지난 1년 동안의 당 운영과 리더십을 경험한 결과 각자가 다른 선택을 하기 시작한 것인가. 후자라면 문제는 훨씬 무겁다.

 

정치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들의 평가는 때로 여론조사보다 냉정하다. 같은 당에서 회의하고 협상하고 의사결정을 지켜본 사람들이 등을 돌렸다면, 그 원인을 모두 ‘조직선거’라는 한마디로 설명할 수는 없다.

 

1년 전 66.48%였던 당심은 어디로 갔나

 

숫자는 더욱 냉정한 질문을 던진다. 지난 전당대회 권리당원 투표에서 정청래 후보는 42만847표, 약 66.48%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당시 경쟁자였던 박찬대 후보는 '친명'을 자처했으나 21만2,195표, 약 33.52%만 얻었다.

 

그런데 연임에 도전한 이번 전당대회의 현재까지 권리당원 득표율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재까지 대전 세종/충남북, 부울경, 제주 인천, 강원 대구/경북까지 4차전을 치르는 동안 '친명'을 자처하는 김민석 후보가 46.01%, 정청래 후보가 44.53%, 송영길 후보가 9.47%를 기록하고 있다. 아직 호남권과 서울 경기가 남아 있지만 정청래 후보 득표율은 1년 사이 20%포인트 이상 빠진 셈이다.

 

여기서 질문에 답해야 한다. 이 20%포인트가 모두 국회의원 때문에 움직였는가. 모두 언론 때문에 움직였는가. 그 스스로 당원주권을 말하는 민주당 당원들은 국회의원 몇 명이 누구를 지지한다고 선언하면 그대로 따라가는 사람들이란 말인가.

 

정청래 후보가 그동안 그렇게 강조했던 ‘당원주권’의 당원들이 정말 국회의원들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존재라면, 그동안 외쳤던 당원주권은 무엇이었는가.

 

박찬대 때도 의원들은 움직였다…그때는 왜 66%였나

 

더구나 지난 전당대회를 복기하면 ‘현역 의원 조직 때문에 어렵다’는 설명은 더욱 설득력이 약해진다. 당시에도 박찬대 후보는 '친명'을 노골적으로 표명했으며 박 후보를 지지하는 현역 의원과 조직은 존재했다. 지방의원과 지역 정치인들도 움직였다. 그럼에도 권리당원들은 정청래 후보에게 66.48%라는 압도적인 표를 몰아줬다.

 

그렇다면 그때의 당원들은 조직에 흔들리지 않는 위대한 당원이었고, 지금의 당원들은 현역 의원들에게 휘둘리는 당원이란 말인가. 민주당 권리당원들은 1년 동안 이런 성향의 당원으로 변한 것인가

 

자신이 선거에서 이길 때는 ‘위대한 당심’이고 불리해지면 ‘조직에 의해 왜곡된 당심’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당원주권이 아니다. 자신에게 유리한 당심만 당심으로 인정하는 선택적 당원주권일 뿐이다. 진짜 당원주권을 믿는 정치인이라면 자신에게 오는 표뿐 아니라 자신에게서 떠나는 표도 존중해야 한다.

 

언론 탓하기 전에 ‘왜 언론과 멀어졌는가’ 돌아봐야

 

언론 문제도 마찬가지다. 정청래 후보 측에서는 이번 전당대회 언론 지형이 김민석 후보에게 유리하다는 불만이 나온다. 일부 매체의 보도와 중계 방식까지 문제 삼으며 특정 후보에게 편향됐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물론 언론 보도는 언제든 비판받을 수 있다. 실제 편향이 있다면 구체적인 기사와 데이터로 따지고 정정과 반론을 요구하면 된다. 하지만 ‘언론 대부분이 상대 후보 편’이라는 식으로 문제를 확장하면 또 다른 질문을 피할 수 없다.

 

정청래 후보는 바로 직전까지 집권여당 대표였다. 그렇다면 그 1년 동안 언론과 어떤 관계를 만들어왔기에 이제 와서 언론 지형 전체가 자신에게 적대적이라고 느끼는가.

 

언론과의 관계 역시 정치인의 능력 가운데 하나다. 자신에게 좋은 기사를 써달라는 의미가 아니다. 비판적인 언론까지 상대하고 설명하고 설득하는 것이 정치 지도자의 역할이다. 언론이 비판한다고 언론 탓을 하고, 의원들이 다른 후보를 선택한다고 의원 탓을 한다면 결국 남는 질문은 하나다. 후보 자신에게는 책임이 없는가이다.

 

특보 수천 명 임명하고 공천까지 한 사람이 약자인가

 

이번 전당대회에서 가장 낯선 장면은 그래서 ‘정청래 약자론’이다.

 

당대표로 1년 동안 당을 운영했고 수많은 특보를 임명했으며 지방선거 공천을 치렀다. 전국적인 정치적 인지도와 강력한 당원 기반도 가지고 있다. 그런 후보가 선거에서 조금 불리해졌다고 갑자기 기득권 정치에 포위된 약자의 옷을 입는 것은 어색하다.

 

정치적 약자란 애초에 마이크를 잡을 기회조차 부족한 사람들이다. 공천권 주변에도 가보지 못하고 언론의 관심조차 받지 못하며 조직 하나 없이 자신의 이름을 알려야 하는 정치 신인들이 진짜 약자다.

 

직전 당대표가 전당대회에 출마해 ‘의원들이 나를 안 도와준다’, ‘언론이 나에게 불리하다’고 호소하는 것은 약자의 절규라기보다 지난 1년간 실패한 당대표였다는 고백이다.

 

그래서 ‘어머니 도와주세요, 아버지 지켜주세요’식 선거운동은 생경하다. 따라서 계속될수록 오히려 정치적 역효과가 날 수 있다.

 

90%가 외면했다면 90%를 탓하기 전에 이유를 물어야 한다

 

정청래 후보의 주장처럼 정말 민주당 의원 90%가 김민석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면 그것은 김민석 후보에게만 던져야 할 질문이 아니다. 본인에게 상당히 무거운 질문이다. 바로 직전 당대표를 함께 경험했던 의원들이 왜 다른 후보를 선택했느냐는 것이다.

 

90%가 틀렸다고 주장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왜 90%가 그런 선택을 했는지를 돌아보는 것은 어렵다. 지도자는 바로 그 어려운 질문에 답해야 한다.

 

‘나를 지지하지 않는 의원들이 문제다’라고 말하기보다 ‘내가 대표로서 무엇을 놓쳤기에 동료들의 마음을 충분히 얻지 못했는가’를 묻는 것이 지도자의 태도다.

 

가장 심각한 경고는 ‘김민석 지지’가 아니라 ‘정청래 이탈’

 

이번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후보가 정말 심각하게 바라봐야 할 숫자는 김민석 후보의 46.01%가 아닐지도 모른다. 더 중요한 숫자는 자신의 44.53%다. 불과 1년 전 자신에게 66.48%를 몰아줬던 당원 가운데 상당수가 이번에는 다른 선택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김민석 후보가 무엇을 했느냐보다 먼저 본인에게서 왜 20%포인트 이상의 당심이 빠져나갔는가를 분석해야 한다. 그것이 지난 1년에 대한 중간평가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평소 당심을 가장 중요한 정치적 정당성으로 내세웠다면 자신을 떠난 당심 역시 정치적 메시지로 받아들여야 한다. 당심은 내가 이길 때만 위대한 것이 아니다.

 

“다음 선거 두고 보자”…그것이 당원주권인가

 

더 우려스러운 것은 상대 후보를 지지하는 의원이나 지방정치인을 향해 일부 강성 지지층에서 “당심을 배반했다”, “다음 선거에서 두고 보자”는 식의 말까지 나온다는 점이다.

 

하지만 내가 지지하는 후보가 곧 당심은 아니다.

 

민주당 당원 160만 명의 생각이 하나일 수도 없다. 정청래를 선택한 당원도 민주당원이고 김민석을 선택한 당원도 민주당원이며 송영길을 선택한 당원 역시 민주당원이다.

 

내가 원하는 후보에게 표를 주지 않았다고 상대를 배신자로 규정하기 시작하면 당원주권은 결국 ‘내 후보 주권’으로 변질된다. 정치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자신에 대한 지지를 정의로 착각하는 순간이다.

 

그래서 지금 정청래에게 필요한 것은 ‘도와주세요’가 아니라 ‘왜 떠났습니까’다. 정청래 후보에게 지금 필요한 질문은 “왜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느냐”가 아니다. “왜 나를 떠났습니까.” 바로 이것이어야 한다.

 

왜 1년 전 66.48%를 줬던 당원 가운데 상당수가 다른 선택을 하고 있는지, 왜 함께 당을 운영했던 의원들 상당수가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지, 왜 언론과의 관계가 이렇게까지 악화됐다고 느끼는지를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그 답을 찾는다면 설령 이번 전당대회에서 패배하더라도 정청래라는 정치인은 더 강해질 수 있다.

 

반대로 모든 원인을 국회의원과 언론, 조직과 기울어진 운동장 탓으로 돌린다면 설령 선거에서 승리하더라도 지난 1년의 문제는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전당대회가 끝나면 결국 하나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문제는 정청래 후보에게만 적용되는 원칙도 아니다. 김민석 후보가 승리하든 정청래 후보가 승리하든, 또는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오든 당원들의 선택은 있는 그대로 존중돼야 한다.

 

선거 과정에서 상대 후보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의원과 지방정치인에게 정치적 보복을 예고하고, 언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취재 자체를 적대시한다면 전당대회가 끝나도 상처만 남는다.

 

민주주의 정당의 선거는 상대를 제거하기 위한 전쟁이 아니다. 서로 다른 선택을 경쟁시킨 뒤 결과가 나오면 다시 하나가 되기 위한 과정이다. 정청래 후보는 당원주권을 누구보다 강조해온 정치인이다. 그렇다면 지금이야말로 당원주권을 증명할 때다.

 

자신을 지지하는 당원의 목소리만 듣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서 돌아선 당원의 목소리까지 듣는 것. 자신을 선택하지 않은 의원들을 배신자로 규정하지 않는 것. 자신에게 비판적인 언론도 민주주의의 한 축으로 인정하는 것. 그것이 진짜 당원주권이고 정치 지도자의 자세다.

 

직전 당대표가 다시 당대표가 되겠다고 나선 선거다. 그렇다면 “나는 약자이니 지켜달라”고 호소하기 전에 지난 1년의 성적표부터 국민과 당원 앞에 내놓아야 한다.

 

어머니 도와주세요. 아버지 지켜주세요. 이제 그런 약자 코스프레만으로 설명하기에는 정청래 후보가 지난 1년 동안 가졌던 권한도, 책임도 너무 컸다.

 

정청래가 정말 다시 민주당을 이끌고 싶다면 ‘기울어진 운동장’을 탓하기 전에 왜 운동장이 자신에게서 기울기 시작했는지부터 답해야 한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이 이번 전당대회의 승패보다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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