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은사 전 주지 명진스님, 제주서 프리다이빙 중 입적…향년 75세

서귀포 하예포구 인근 해상서 발견…병원 이송됐지만 숨져...평소 바다 수영 즐겨…경찰·해경 정확한 사고 경위 조사
1969년 출가·조계종 개혁 참여…봉은사 주지 역임...민주화·노동·사회현안에 적극 목소리…‘행동하는 스님’으로 알려져

이재상 기자 | 기사입력 2026/08/22 [15:56]

봉은사 전 주지 명진스님, 제주서 프리다이빙 중 입적…향년 75세

서귀포 하예포구 인근 해상서 발견…병원 이송됐지만 숨져...평소 바다 수영 즐겨…경찰·해경 정확한 사고 경위 조사
1969년 출가·조계종 개혁 참여…봉은사 주지 역임...민주화·노동·사회현안에 적극 목소리…‘행동하는 스님’으로 알려져

이재상 기자 | 입력 : 2026/08/22 [15:56]

[신문고뉴스] 이재상 기자 = 서울 봉은사 주지를 지내며 한국 불교계의 개혁과 민주화·사회참여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온 명진스님이 22일 제주 바다에서 프리다이빙을 하던 중 사고로 입적했다. 향년 75세.

 

▲ 명진스님 (자료사진)     

 

22일 제주 서귀포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30분께 제주 서귀포시 하예동 하예포구 인근 해상에 사람이 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과 행인이 바다에 떠 있던 명진스님을 발견했으며 경찰과 소방당국은 119구급대와 해경에 공동 대응을 요청했다.

 

발견 당시 명진스님은 심정지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서 심폐소생술(CPR)을 받은 뒤 오전 10시28분께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스님의 지인들은 명진스님이 이날 바다에서 프리다이빙을 하던 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전했다. 경찰과 해경은 목격자 진술 등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19세에 해인사 출가…베트남전 참전 후 수행자의 길

 

1950년 태어난 명진스님은 1969년 19세의 나이로 해인사 백련암에 출가했다. 이후 베트남전에 참전했으며 1974년 법주사에서 사미계를, 1976년 쌍계사에서 구족계를 받았다.

 

선방 수행에 정진하던 명진스님은 1980년대 이후 한국 사회의 민주화와 불교계 개혁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사회참여 승려로 널리 알려졌다.

 

1986년 해인사에서 열린 전국승려대회에 참여했고 1987년에는 불교탄압대책위원장을 맡는 등 군사정권 시기 불교계의 자주화와 민주화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특히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의 실상을 접한 것을 계기로 수행자의 사회적 역할을 깊이 고민하게 됐다는 사실을 여러 인터뷰에서 밝히기도 했다.

 

1994년 조계종 개혁 앞장…중앙종회 부의장 역임

 

명진스님은 1994년 대한불교조계종 개혁 과정에서도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조계종 총무원장 3선 연임 등에 반대하며 종단 개혁운동에 참여했고 이후 조계종 중앙종회 의원과 부의장 등을 역임했다.

 

1998년부터 2005년까지 봉은사 선원장을 맡았으며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서울 강남의 대표적인 사찰인 봉은사 주지를 지냈다. 봉은사 주지 시절에는 사찰 운영과 재정의 투명성을 강조하고 도심 사찰의 사회적 역할을 확대하는 데 힘을 쏟았다.

 

불교가 사찰과 수행자의 울타리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 아래 사회적 약자와 노동자, 민주주의와 인권 문제에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면서 ‘행동하는 스님’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쌍용차·세월호·촛불 현장 찾아…사회참여 행보

 

명진스님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은 사회참여 활동이다.

 

그는 해고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의 현장을 찾아 연대했고, 2013년에는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이 농성을 벌이던 철탑에 직접 올라 노동자들을 위로하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움직임과 촛불집회 등 주요 사회현안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정치권력에 대해서도 정권의 성격을 가리지 않고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해왔다. 특히 이명박 정부 시절 정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했고, 이후 국가정보원의 민간인 사찰 논란의 당사자가 되기도 했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는 2017년 조사 결과를 통해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가 2010년 국정원에 명진스님의 발언과 동향 등을 파악해 보고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명진스님은 이후 국가정보원에 의한 불법 사찰을 당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종단 지도부와 갈등…2017년 승적 박탈

 

명진스님은 조계종 내부 문제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특히 자승 전 총무원장 체제의 종단 운영 등을 강하게 비판하며 조계종 지도부와 오랜 갈등을 겪었다. 결국 2017년 조계종으로부터 승적을 박탈당했지만 이후에도 불교계와 사회 현안에 대한 발언과 활동을 이어갔다.

 

종단 내부에서는 그를 둘러싼 평가와 논란이 엇갈렸지만, 한국 현대불교에서 수행과 현실 참여의 관계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권력과 종교의 관계에 문제를 제기했던 대표적인 사회참여 승려 가운데 한 명으로 꼽혀왔다.

 

평소 수영 즐겨…제주 바다에서 갑작스러운 입적

 

명진스님의 마지막이 된 바다 수영은 그가 오랫동안 즐겨온 운동이기도 했다.

 

명진스님은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취미로 바다 수영을 꼽았고 강원도 강릉 사천해변 등에서 아침마다 바다에 들어가 수영을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젊은 시절에는 한 번 바다에 들어가면 수㎞를 헤엄치고 수 시간 동안 물에서 지낼 정도로 수영을 즐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70대에 접어든 뒤에도 바다 수영을 이어갔으며 서핑 등 새로운 해양스포츠에도 도전했다.

 

그런 명진스님이 22일 제주 서귀포 앞바다에서 프리다이빙을 하다 갑작스럽게 입적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불교계와 시민사회에서도 애도의 목소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과 해경은 당시 명진스님의 프리다이빙 상황과 사고 발생 경위, 목격자 진술 등을 확인하며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출가 이후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선방의 수행자이면서 동시에 현실 사회의 문제에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왔던 명진스님.

 

불교계 개혁과 민주화, 노동·인권 문제의 현장을 찾아온 그의 삶은 한국 현대불교의 사회참여를 둘러싼 치열한 논쟁과 함께 오랫동안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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