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지지 ‘김지하 사건’ vs 文 지지 ‘아람회사건’

[인터뷰]‘박해전’ 반국가단체고문조작국가범죄청산연대 공동대표

추광규 기자 | 기사입력 2017/06/18 [20:24]

朴 지지 ‘김지하 사건’ vs 文 지지 ‘아람회사건’

[인터뷰]‘박해전’ 반국가단체고문조작국가범죄청산연대 공동대표

추광규 기자 | 입력 : 2017/06/18 [20:24]

 

“피고인들을 강제연행한 후 처음 약 1주일간은 24시간 내내 조명등을 켠 채 잠을 재우지 않았고, 책상에 앉아 잠시라도 졸면 핀으로 몸을 콕콕 찔러 잠을 못 자게 하였다.(중략) 손과 발에 수갑을 채우고 꽁꽁 묶은 다음 그 사이로 막대기를 끼우고, 마치 팔려가는 돼지처럼 양쪽 책상에 걸쳐 거꾸로 매달아 놓은 후 머리를 거꾸로 하여 얼굴에 수건을 덮고 코에 물을 부었다.(중략) 입주변의 양쪽 턱을 뽑듯이 손가락 2~3개로 세게 잡아 누르며 피고인들에게 자백을 강요하였다” (서울고법 2000 재노6 사건  판결문 中)

 

“전두환 등 이른바 신군부세력이 (중략) 자신들의 취약한 권력기반의 안정을 기할 목적 아래 우리 사회에 공포 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국민들의 저항의지를 꺾으려고 하던 중 (중략) 불법강제연행, 장기간의 불법 구금, 고문, 협박, 회유 등의 불법적인 수단을 사용함으로써 (중략) 피고인들을 반국가단체의 구성원으로서 반국가단체 구성원과 회합하거나 북한에 찬양 고무 동조하는 좌익용공세력으로 둔갑시킨 것이다” (서울고법 2000 재노6 사건 판결문 中)

 

 

 

 

 

박근혜 정권 검찰, 김지하 시인 사건과 아람회 사건 상반된 잣대 기준은?

 

박정희와 전두환 군사정권하에서 벌어진 고문 등에 의한 국가범죄에 대한 국가배상에서 상반된 검찰의 상고 기준에 문제가 지적된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 후보 지지선언을 한 ‘김지하 사건’과 문재인 대통령 후보 지지선언을 한 ‘아람회 사건’ 피해자들을 다른 기준으로 처리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2015년 4월 서울고법이 1970년대 각종 시국사건에 연루돼 옥살이를 한 김지하 시인에 대해 15억 원을 국가가 배상하라는 판결을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으면서 확정 시켰다. 하지만 이보다 불과 두 달 전인 2015년 2월 26일 아람회 사건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21억 원을 국가배상 하라는 판결에 불복해 상고한 후 결국 대법원 판결로 이를 뒤집어 국가배상을 없앴다. 박근혜 정권이 문재인 대통령 후보 지지선언을 분류 기준으로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각계 인사들을 탄압한 맥락에서 해석되는 부분이다.

 

아람회 사건 피해자들이 문재인 정부에 대해 과거사 청산을 호소하고 나섰다. 반국가단체 고문조작 국가범죄를 청산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지난 15일 광화문 1번가 국민인수위원회에 <아람회사건 피해자가 문재인 대통령께 보내는 과거사청산 요청서>를 제출하며, 불공정 해결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촉구했다.

 

아람회 사건 피해자인 박해전 반국가단체고문조작국가범죄청산연대 공동대표에게 아람회 사건은 무엇이고 무슨 사연 때문에 과거사 청산을 요청하고 나섰는지에 대해 물었다. 인터뷰는 지난 17일(토) 이루어졌다.

 

 

 

 

 

"국가범죄의 청산으로 나라다운 나라 만들어야"

 

-아람회 사건에 대해 말해 달라.

“이 사건은 진실화해위원회의 진실규명과 서울고법 재심 무죄판결에 의하여 5공 전두환 내란반란정권이 1981년 7월 그들의 정권 유지를 위해 조국통일을 염원하며 광주학살의 책임자 심판을 촉구한 무고한 시민들을 반국가단체로 고문 조작한 반인권적 국가범죄임이 확인되었다.

 

스승과 제자 등 지인관계였던 피해자들은 1980년 5ㆍ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군부의 유혈진압 관련 유인물 배포와 관련해 1981년 7월경 체포된 후 대공분실 지하실에서 모진 고문을 받고 반국가단체로 조작됐다. 국가보안법과 반공법, 집시법, 계엄법 위반 혐의로 1년 6월~10년의 형을 선고받고 옥고를 치렀다. 이후 28년 만인 2009년 5월 21일 서울고법에서 전부 무죄판결을 받았다."

 

-아람회 사건 피해자들은 1980년 광주를 어떤 식으로 알렸는가.

"5.18 때 '전두환 광주 살육 작전' 등 현지에서 나온 유인물을 복사해서 시민들이 학살당해 죽어가고 있는 참상을 각지에 알리면서 전두환 심판을 촉구했다. 피해자들은 광주 관련 유인물이 압수되면서 1981년 7월경 대전 보문산에 있는 대공 분실로 끌려가 한 달 이상 가혹한 고문을 당했다. 반국가단체로 기소된 후 10년 형을 선고받은 후 1983년 12월 23일 형집행정지로 풀려났다. 이때 석방될 수 있었던 것은 국내외적으로 아람회 사건이 고문 조작된 반국가단체 사건이라는 비판 여론이 높았기 때문이다."

 

-80년대 그런 반국가단체 사건으로 수감생활을 한 결과는?

"반국가 단체라는 낙인은 이 땅에서 도저히 살 수 없는 무시무시한 공포를 주는 것이었다. 학연 지연 혈연 등 모든 사회적 관계가 파탄 나고 철저히 감시받고 고립된 존재로 ‘무덤 없는 주검’과 같은 신세로 전락했다. 모든 인간관계가 파괴되고 기피 대상이 되어 어떤 활동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재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오기까지 30년 가까이 반국가 단체라는 굴레에 갇혀서 참혹한 세월을 보냈다.

 

당시 현역 대위였던 김난수는 남한산성에 수감되어 있으면서 모진 고통을 당하다 이등병으로 강제 전역 당했다. 피해자들은 고문 후유증으로 대부분 반병신이 된 채 병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재권 동지는 1998년에 요절했다. 김현철 동지는 대장암 수술을 두 번이나 하고 몸이 성한 곳이 없다. 김창근 동지는 허리가 나빠져서 거동이 어렵다"

 

 

▲ 1998년 43세로 요절한 고 이재권 씨는 5.18 광주국립묘지에 안장되었다.    

 

 

-2007년 진실화해위의 결정은 어떻게 났는가?

“노무현 참여정부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위원회(위원장 송기인)는 2007년 7월 3일 아람회사건의 진실규명을 통해 이 사건 공소사실이 모두 고문조작에 의한 허위임을 밝히면서 ‘▲국가는 피해자들과 그 유가족에게 총체적으로 사과하고 화해를 이루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위법한 확정판결에 대하여 피해자들과 그 유가족의 피해와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해 형사소송법 등이 정한 바에 따라 재심 등 상응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서울고법 2000 재노 6 사건에서 재판부는 어떻게 판단했는가?

“서울고등법원 형사3부(이성호 부장판사)는 2009년 5월 21일 아람회 사건 재심에서 5명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특히 재판부는 ‘오늘 그 시대 오욕의 역사가 남긴 뼈아픈 교훈을 본 재판부의 법관들은 가슴깊이 되새겨 법관으로써 자세를 다시금 가다듬으면서, 선배 법관들을 대신하여 억울하게 고초를 겪으며 힘든 세월을 견디어 온 피고인들과 그 가족들에게 심심한 사과와 위로의 뜻을 밝힌다’며 ‘피고인 망 이재권은 하늘나라에서 편안하게 쉬고, 나머지 피고인들은 이 땅에서의 여생이 평화롭고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은 재산적 피해와 정신적 피해에 대한 국가 배상을 청구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

“먼저 정신적 피해에 대해 이명박 정권은 2011년 1월 13일 대법원 판결을 통하여 국가배상을 인정하기는 했다. 하지만 위자료 액수 산정 방식과 관련해 기산점을 변경해 불공정하게 처리했다. 대법원 민사3부는 위자료 원금 산정에 대해 ‘제반 사정을 종합해 보면, 원심이 책정한 위자료의 원금 액수 자체는 다소 적다고 볼 여지가 있을 수 있다’고 하면서도 서울고법이 책정한 배상액 21억을 무시하고 손해배상 산정 기산일을 이유로 들어 파기자판 한 후 1/3인 7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같은 시기 인혁당 사건도 마찬가지였다. 민법상 손해배상의 기산일은 피해 발생 시점부터 기산하는 것인데 이 두 사건에 있어서만큼은 기산점을 2심 선고 후로 변경해 불이익을 줬다. 이 때문에 인혁당 사건 피해자들은 2/3 가집행을 받았다가 ‘부당이득금환수소송’을 당하는 고통을 겪고 있다. 피해자들을 고문 조작했던 권력기관이 이제는 채권자로 둔갑해 피해자들을 두 번 죽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람회사건 피해자들의 재산적 피해에 대한 국가배상은 어떻게 되었는가?

“대법원은 서울지법과 서울고법이 아무런 문제없이 인정했던 일실수입 배상을 뒤늦게 파기하고, 서울고법에서 배척된 ‘광주보상금’ 관련 주장을 다시 인용해 소를 각하하는 폭거를 자행했다.

 

아람회사건 피해자들의 재산적 피해와 관련한 일실수입 배상 청구도 정신적 피해와 관련한 위자료 국가배상 청구와 마찬가지로 2009년 5월 21일 서울고등법원의 아람회사건 재심 무죄판결 확정에 기반을 둔 것이다. 똑같은 사실에 기초한 아람회사건 피해자들의 국가배상 청구가 이명박 정권에선 인정되고 박근혜 정권에선 부인된 것이다.

 

이 같은 판결은 김지하 사건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2015년 4월 김지하 사건에서 검찰은 상고를 포기했다. 이와 반해 2015년 2월 아람회 사건에서는 상고하면서 결국 대법원에서 국가배상을 모두 무효화한 것이다. 국가가 같은 기준으로 처리했다면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없다. 불공정하다."

 

▲김지하 시인 홈페이지 이미지 캡처    

 

 

이명박근혜정권, 아람회 인혁당 두 사건 또 다시 고통 줘

 

-과거사 청산을 요구하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박근혜 정권과 이명박 정권은 지난 10년 동안 진실화해위원회의 권고를 묵살하고 아람회 사건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배상을 부당하게 짓밟았다. 이들 정권은 ‘피고인 망 이재권은 하늘나라에서 편안하게 쉬고, 나머지 피고인들은 이 땅에서의  여생이 평화롭고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는 재심 무죄 판결서와는 정반대로 아람회사건 피해자들의 여생을 여지없이 난도질했다.

 

이것은 국가가 약속한 과거사청산의 대의를 짓밟은 또 하나의 불의한 국가범죄이며 국가폭력으로 용납될 수 없다. 더욱이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후보 지지선언을 하고 역사적인 6.15공동선언과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10.4 정상선언의 실천에 앞장선 아람회사건 피해자들을 표적으로 한 정치 보복으로 단죄되어야 한다.

 

제5공화국 전두환 내란반란정권은 진실화해위원회의 아람회 사건 진실규명과 2009년 5월 21일 재심 무죄판결에 의하여 반국가단체 고문조작 국가범죄 집단임이 확증되었다. 대한민국은 아람회 사건을 공정하게 청산하지 않으면 반국가단체 고문조작 국가범죄 국가라는 오명을 벗을 수 없다. 아람회 사건 적폐 청산은 이러한 인권유린 야만국가에서 정상국가로 거듭나는 시금석이다.”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에 힘을 보탰다는데.

“그렇다. 아람회 사건과 인혁당재건위 사건 피해자들은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 당선을 위해 힘썼다. 나는 노무현 대통령 후보 시민사회특보를 맡아 인혁당재건위 사건 피해자들인 전창일 김종대 선생 등과 함께 ‘재야인사 109인 노무현 후보 지지선언’을 조직하고 함께했다. 또 2007년 대선에선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을 계승해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완수할 평화통일정권을 세우기 위해 ‘6.15 10.4선언실천평화통일국민대회’를 열어 결의문을 채택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과거사청산 요청서를 보낸 것은 무슨 이유인가.

“국민들을 반국가단체로 고문 조작한 국가범죄를 청산하지 않고서 어떻게 나라다운 나라, 정의와 인권, 정상국가, 국민주권시대를 말할 수 있겠는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천명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대역사는 박근혜 정권과 이명박 정권이 유린한 아람회 사건과 인혁당재건위 사건 반국가단체 고문조작 국가범죄의 청산을 정의롭게 해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누구도 고문 및 잔혹한 대우나 처벌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되며, 피해자가 공정하고 적절한 배상을 받을 수 있는 실효적인 권리를 보장한다는 것은 세계 인권선언 제5조,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7조, 유엔 고문방지협약 제14조에 명시되어 있다. 반국가단체 고문조작 국가범죄 아람회 사건과 인혁당재건위 사건의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배상은 이런 고문피해 청산에 관한 국제법 원칙에 맞게 정당하게 해결되어야 한다”

 

-과거사 청산과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으신 말은

“우리나라가 반국가단체 고문조작 국가범죄 국가라는 오욕에서 탈피해 인권과 정의가 존중되는 정상국가로 나아가길 바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진실화해위원회의 권고를 수용해 아람회 사건 청산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간절한 마음으로 거듭 요청한다. 헌정을 농단한 박근혜 정권을 물리치고 새 정부를 세운 촛불혁명의 대의를 받들어 국민주권과 적폐 청산이 올바로 실현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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